폰 바꾸는데 4년…그래서 삼성은 접고, LG는 돌린다

[테크]by 머니투데이

[편집자주] 스마트폰 시장에 폼 팩터(form factor) 혁명이 일고 있다. 지난 10년간 천편일률적인 직사각형 ‘바’(Bar)의 굴레에서 벗어나 화면을 접거나 돌리고 심지어 돌돌 마는 ‘롤러블폰’까지도 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다음달 세번째 폴더블폰 야심작 '갤럭시Z 폴드2'를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경쟁사들도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폰 신제품으로 추격에 나선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폼 펙터 혁신 경쟁 현황과 배경을 들여다봤다.

[MT리포트] 스마트폰 폼 팩터 전쟁 (上)

"접고 돌리고 말고" …불붙는 스마트폰 폼 팩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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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2' /사진=삼성전자

완전히 다른 스마트폰이 몰려온다. 포문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다음달 차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2’를 전략제품으로 내놓는다. 이 제품은 삼성의 원조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의 후속작. ‘갤럭시Z 플립’에 이은 세번째 폴더블폰이다. 디스플레이와 힌지(경첩), 먼지유입방지 등 전작의 단점으로 지적된 내구성을 크게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Z 폴드2’를 시작으로 다양한 경쟁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되며 본격적인 ‘폼 팩터’ 전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삼성의 독주를 두고 보진 않겠다는 각오다.


LG전자는 다음달 24일 가로 회전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새로운 스마트폰 ‘LG 윙’을 공개한다. 이 제품은 과거 피처폰 시절 나왔던 ‘가로본능’ 폰과 유사하다. 전면을 위로 올리면 뒤에 보조 화면이 나오고, 올라간 화면은 가로회전이 된다. 화면 크기는 전면이 6.8인치다. 1:1 비율의 4인치 보조 화면은 키보드 자판과 게임 컨트롤러 등으로 활용한다. 가격은 100만원대 초반에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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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새 전략 스마트폰 'LG 윙' 예상 렌더링.

LG전자는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000달러(약 119만원) 이상의 가격에 LG만의 차별화된 폼팩터 제품을 출시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고객 인식 전환을 끌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LG윙’에 이어 화면이 돌돌 마는 롤러블 스마트폰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현재 시제품을 테스트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듀얼스크린폰 '서피스 듀오'로 스마트폰 시장에 재도전한다. 다음달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 출시키로 하고 12일부터 예약판매에 돌입했다. 가격은 128GB 기준 1399.99달러(약 166만원)이다. 힌지를 사이로 두개의 화면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듀얼 스크린'이 적용됐다. 2개의 얇은 5.6인치 디스플레이가 힌지(경첩)로 이어진 구조다. 펼쳤을 때는 8.3인치 디스플레이를 활용할 수 있다. 제품을 접고 펴는 건 폴더블폰과 같지만 화면과 화면 사이에 힌지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애플도 서피스 듀오와 비슷한 방식의 듀얼스크린 아이폰에 대한 특허를 취득, 프로토타입 개발을 준비 중이다


모토로라도 다음달 9일 2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모토 레이저 5G(가칭)'을 발표한다. 이 제품은 지난 2월 출시한 '레이저’의 후속작. 클램셸 형태로 화면 사이즈를 6.8인치로 키워 ‘갤럭시Z 플립’과 경쟁한다.


화웨이 역시 내달 중 세번째 폴더블폰 ‘메이트V’를 출시하며 자존심 회복을 벼른다. 이 제품은 갤럭시Z플립과 같은 '클램셸'(위아래로 접히는) 모델이다. 화웨이는 또 내년 초 메이트X2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작인 ‘메이트X’와 ‘메이트Xs’ 처럼 밖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이 아닌 ‘갤럭시 폴드’와 같은 안으로 접는 인폴딩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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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 듀얼스크린폰 '서피스 듀오' /사진=MS

휴대폰 업계의 관계자는 “스마트폰 기술 상향 평준화와 길어진 교체 주기 등의 여파로 폼 팩터 혁신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폼팩터 혁신을 통한 차별화와 기술 리더십 확보가 미래 주도권 경쟁의 요체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조성훈 기자

삼성은 왜 자꾸 접을까…"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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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2' /사진=삼성전자

"삼성 DNA로 모바일 경험 혁신하겠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지난 5일 열린 온라인 '갤럭시 언팩'에서 강조한 말이다. 기존과 전혀 다른 폼팩터(형태)와 사용성으로 이용자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겠다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접는폰)에 대대적으로 뛰어드는 이유기도 하다.


지난해 9월 첫 번째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가로로 접는 폰)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갤럭시Z 플립'(세로로 접는 폰)을 내놨다. 오는 9월에는 세 번째 제품 '갤럭시Z 폴더2'를 내놓는다.


경쟁사와 비교해 공격적인 행보다. 소비자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전작인 '갤럭시 폴드'는 240만 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출시 첫해 40만대 가량 판매됐다. 60여 개국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때마다 '완판' 행진을 이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번째로 출시된 '갤럭시Z 플립'도 전 세계 40여개국에 출시됐으며, 출하량은 150만대 정도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에 불과하다. 제품 개발비와 생산 투자·공급 안정화 등 막대한 투자비를 고려하면 '무모한 도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차라리 보급형 스마트폰에 주력하는 게 불황타개책이 될 수도 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삼성전자는 왜 자꾸 스마트폰을 접을까.


"변해야 산다"…삼성이 접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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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2' /사진=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9914만대로 전년 대비 20%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 중국 등 세계 주요 공장 중단 등의 여파가 겹쳤다. 하지만 시장 불황이 꼭 코로나 탓만은 아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몇 년 전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길어진 제품 교체 주기로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평균 45개월로 4년에 가깝다. 시장 초기 평균이었던 28개월에서 많이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폰 성능 상향 평준화로 한번 사면 고장 날 때까지 잘 바꾸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사들이 시장 불황 타개책으로 내놓은 게 '5G(5세대 이동통신)와 '폼팩터' 변화다. 하지만 5G는 수요진작에 큰 힘이 되지 못했다. 4G LTE(롱텀에볼루션)를 사용해도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자연스레 폼팩터 혁신으로 눈을 돌리 수 밖에 없게 됐다. 기존 제품 형태에서 벗어난 외관과 형태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가령 넷플릭스·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와 게임 소비가 크고 늘고 있는데, 화면 크기만 늘리면 휴대성이 떨어지게 된다. 화면을 접고 펴는 폴더블폰이라면 이를 동시 만족할 수 있다. 또 펴고 접는 재미를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도 나올 수 있다. 기능적인 측면뿐 아니라 '갖고 싶다'는 소비심리까지 유발한다. 올 초 출시한 갤럭시Z 플립이 대표적이다. 마치 여성용 콤팩트파운데이션 같은 디자인으로 여성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갤럭시노트' 성공 경험…걷지 않은 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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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 5G'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었던 배경은 또 있다. '갤럭시노트' 시리즈 성공 경험과 노하우다. 삼성전자는 2011년 '직접 필기하는 대화면폰'이라는 콘셉트로 갤럭시노트를 출시, 새로운 스마트폰 시장 장르를 열었다. 제품 형태가 바뀌는 폼팩터 혁신은 아니었지만, 사용 경험을 혁신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한 단계 진화한 갤럭시노트를 선보였고, 현재는 '갤럭시S' 시리즈와 함께 삼성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또 노트 시리즈만 고집하는 마니아까지 만들어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에는 갤럭시노트가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렸던 제품이었지만, 지금은 갤럭시S 시리즈와 맞먹는 핵심 제품"이라고 귀띔했다.


역발상 전략이었다. 이용자 기호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적극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것이다. 이는 노 사장이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겠다"고 말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시장을 따라가기 보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가 올 초 폴더블폰 브랜드 '갤럭시Z'를 내세운 것도 갤럭시노트에 이은 또 다른 삼성전자 독자 브랜드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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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2' /사진=삼성전자

하지만 폴더블폰 시장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최대 변수는 '가격'이다. 현재 폴더블 제품은 200만원 중반으로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100만원 가량 비싸다. '갤럭시노트' 시리즈처럼 스마트폰 시장의 또다른 주류가 되려면 풀어야 될 변수다.


공급 안정화도 이뤄져야 한다. 폴더블폰은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어렵다. 아직 대량 생산이 녹록치 않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카테고리를 확장해나가는 것은 당장 눈앞의 수익이 아닌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특히 올해 출시하는 갤럭시Z 폴드2는 진화한 2세대 모델이자 높은 완성도로 폴더블폰 대중화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00만대였던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이 5년 뒤인 2025년에는 약 1억 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박효주 기자

특허로 본 휴대폰의 미래…'펴고' '말고'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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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취득한 두번접히는 폴더블폰 특허를 기반으로 제작된 제품 모습 /사진=렛츠고디지털

돌돌 말린 제품 양끝을 '쭉' 당기면 온전한 화면이 눈 앞에 나타난다. 평소에는 스마트폰과 같은 크기지만, 화면을 잡아 당기면 늘어나면서 태블릿처럼 커진다. 화면이 접히기만 하는게 아니라 당겨지도 하며 크기가 자유롭게 바뀐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이 차기 폼팩터(형태)로 주목받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글로벌 제조사가 취득한 흥미로운 특허로 앞으로 나올 제품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봤다.


평소엔 스마트폰, 당기면 태블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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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스트레처블 스마트폰 특허 /사진=페이턴틀리 모바일

폼팩터 혁신에 가장 앞장서는 제조사 중 하나인 삼성전자는 현재는 폴더블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화면을 접는 것 외에도 다양한 형태를 가진 제품을 준비 중이다.


그 중에서도 화면이 늘어나는 스트레처블(Stretchable) 제품이 눈길이 끈다. 특허에 따르면 평소에는 기존 스마트폰과 비슷한 크기지만, 화면을 잡아당기면 태블릿처럼 커진다. 화면이 크기는 두 배에서 최대 세배까지 커진다. 커진 화면은 세 개의 힌지(경첩)가 지탱하게 된다.


화면을 늘리는 것 외에 슬라이딩 방식으로 화면을 길게 만드는 특허도 취득했다. 이는 화면 두 개가 겹쳐있는 구조다. 앞쪽 화면을 위로 당기면 아래쪽 화면이 나타나 하나의 긴 화면이 되는 형태다.


이 외에도 화면을 두번 접는 Z자 모양의 제품 특허도 있다. 현재 출시한 폴더블 제품의 확장판으로 펼쳤을 때 화면이 10인치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접고싶은 만큼만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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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취득한 접었을 때 화면이 살짝 보이는 스마트폰 특허 /사진=페이턴틀리 애플

애플이 어떤 형태의 새로운 아이폰을 내놓을 지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있다. 하지만 그간 다양한 형태의 제품 특허를 취득하며, 삼성전자 못지 않게 폼팩터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최근 출원한 특허 속 제품은 폴더블폰이다. 다만 화면을 절반으로 접지 않고 비대칭으로 접는 점이 다르다.


비대칭으로 접히기 때문에 접었을 때 노출되는 화면이 있는데, 여기서는 알림이 표시된다. 화면을 펼치지 않고도 알림을 확인할 수 있는 용도인 셈이다.


여기에 유연한 힌지를 채택해, 비대칭 형태뿐 아니라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폴더블 제품처럼 반으로 접기도 가능하다. 접는 부분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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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취득한 디스플레이로 둘러쌓인 스마트폰 특허 /사진=페이턴틀리 애플

폴더블 외에 화면이 제품 전체를 감싸는 형태 제품도 있다. 지난해 9월 샤오미가 선보인 '미믹스 알파'와 비슷하다. 이 외에도 올해 2월에는 주름 없이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특허가 공개됐으며, 3월에는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 형태 특허도 출원한 바 있다.


'말고 접는' 하이브리드 폴더블폰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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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2018년 11월 취득한 폴더블폰 특허. (왼쪽위부터 반시계 방향으로)듀얼 모드, 확장모드, 피벗모드. /사진=키프리스

내년에 '롤러블'(두루마리)폰을 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 LG전자는 롤러블과 폴더블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제품도 준비 중이다. 화면이 접히기도 하지만 두루마리처럼 당기면 확장까지 된다.


화면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만큼 제공하는 기능도 다양하다. 특허속 제품은 화면을 펼친 상태에서 두개 화면을 각각 사용할 수 있다. LG전자 액세서리인 듀얼 스크린과 같은 방식이다.


이 상태에서 한쪽 화면을 잡아 당기면 숨겨진 화면이 나타나면서 화면 크기가 더 커진다. 이때는 두개 화면을 따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태블릿처럼 하나의 큰 화면을 사용하게 된다.


제품은 노트북(랩톱)에서 화면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프리스톱' 기능도 제공한다. 따라서 기기를 특정 각도로 살짝 접어 노트북처럼 활용도 가능하다. 화면 위쪽은 앱을 실행하고 아래쪽은 가상 키보드를 표시하는 식이다.


박효주 기자


박효주 기자 app@, 조성훈 기자 search@

2020.08.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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