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카라 규리 “교과서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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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인터뷰] 작가 5인 작품 배경으로 ‘팝아트 화보’ 낸 박규리…"'규리' 캐릭터, '규리' 연출자로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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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의 예술’ 팝아트는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예술 아닌 예술의 허영이라는 오명을 쓰고, 아는 만큼 쓰면 진실한 자아 찾기의 욕망으로 수렴된다. ‘팝아트 화보’라는 낯설면서 그럴듯한 이름의 작품을 내는 그는 ‘허영’을 지우고 ‘욕망’을 삼켰다.


11일 유명 팝 아티스트 작가들의 작품을 배경으로 찍은 화보를 무료로 온라인에 공개하는 걸그룹 카라의 박규리 얘기다. 이번 화보는 피카프로젝트(송자호·성해중 공동대표)와 공동 협업으로 이뤄졌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피카프로젝트에서 만난 그는 ‘왜 갑자기 화보를~’이라는 물음에 “단지 즐기고 싶어서”라고 웃으며 답했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해 전시회를 찾아다니고, 직접 그리기도 했어요. 특히 팝아트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를 이용한 화보를 내보면 어떨까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보통 사람들이 전시회를 가서 작품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 고가의 원화들을 배경으로 화보를 찍으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날지도 궁금했어요.”


팝아트라는 장르 자체는 ‘경계 초월’을 허락한다. 어떤 오브제를 놓든, 어떤 독특한 팝아트적인 옷을 입고 협업하든 상관없다. 박규리는 그러나 자신에게 집중하되, 무언가를 ‘드러내는’ 작업에는 주의를 기울였다. 배경으로 쓰인 ‘고가의 원화’들이 암시할지도 모를 허영에 선을 그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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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같은 대가의 작품이 하나의 배경이자 오브제로 쓰일 때, 제가 그걸 설명하기보다 대중이 감상하다 우연히 발견하는 식으로 색다른 느낌을 받고 기쁨이 배가되기를 기대했어요. 팝아트는 결국 모두가 즐기는 예술이니까요. 신선하고 열정적인 테마를 화보로 풀어내면서 미술 자체에 관심이 없는 누군가도 제 화보를 보고 ‘이게 앤디 워홀이고, 저게 바스키아였어?’하고 뒤늦게 알 수 있도록 재미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화보 속에서 그가 양 갈래 올림머리로 귀여우면서도 걸 크러시 느낌의 눈에 띄는 모습으로 등장할 땐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준 장 미쉘 바스키아의 작품이 배경으로 서 있다. 독특한 캐릭터와 이색의 작품이 만나 ‘어울림’와 ‘균형’의 미학을 조명한 셈이다.


긴 생머리에 예쁜 손동작이 어우러진 모습이 빔 스크린의 그림자를 타고 눈부시게 다가올 때, 스크린 속 그림의 주인공이 그라피티 아티스트 키스 해링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또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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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품들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찍었는데 '알고 보니 유명 작가의 작품이 배경이었네'로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한 명이라도 화보를 보고 이런 의아함, 놀라움, 신선함을 느낀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총 40장으로 구성된 화보는 작가 5명의 작품을 배경으로 섹션화했다. 박규리가 종전부터 해오던 패션과 뷰티 장르에 작품이 어우러진 확장 개념의 화보인 셈. 그는 “작가의 작품에 따라 의상과 헤어가 달라진다”며 “하지만 제약이나 구속받지 않고 찍고 싶은 대로 찍었다”고 했다.


화보 제작은 ‘즐기는’ 목적이 크지만, 결국 ‘자아 찾기’ 과정의 일환이다. 박규리는 이를 ‘자유(이탈)’와 ‘안정’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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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과 연기자를 거치며 가져야 하는 교과서 같은 이미지 말고 간만에 팝한 느낌으로 새로운 단장을 해보고 싶었어요. 무대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욕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하나는 지난해 (구)하라가 사망하면서 무언가 정신적 안정이 필요했어요. 평상시에 해보지 못한 좀 더 자유로운 작업을 통해 환기를 맛보고 싶었다고 할까요. 전시회에 가서 보면 사람들이 자신이 모델이 된 듯 주체가 돼 찍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나도 화보로 찍어보면 좋겠다’는 바람이 결국 실현된 셈이죠.”


이번 화보는 창작자가 아닌 연출자 입장에서 구현됐다. 규리라는 캐릭터를 규리라는 연출자 시각에서 조율한 데다, 패션과 뷰티 화보에서 작품을 배경으로 추가해 기획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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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리는 “추상주의와 대변되는 팝아트 같은 식의 심도있는 해석보다 대중이 편하게 즐기는 팝아트로 간단하게 봐 주면 좋겠다”며 “이번 화보가 반응이 좋으면 다음 콜라보(협업)를 또 구상할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덧붙이고 첨가하는 포장의 시대, 절제와 균형의 시각으로 팝아트를 재해석하는 그의 아트십에 대중의 호기심도 커지는 중이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2020.11.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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