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컬처]by 문학동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899년 7월 21일에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1961년 7월 2일에 사망했죠. 그러니 7월에 기억할 작가는 단연코 어니스트 헤밍웨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끔 국내외의 유명 작가들에게 자신에게 영향을 주거나,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는 설문을 하곤 하죠. 그러면 묘하게(아니 너무 당연한 걸까요?^^), 어니스트 헤밍웨이냐 허먼 멜빌이냐 하는 식으로 선이 그어진다고나 할까요, 그런 경향이 느껴집니다.

당신은 어떠세요? 헤밍웨이인가요, 아님 멜빌인가요? 하지만 그것은 호오나 취향의 문제이지, 헤밍웨이든 멜빌이든 그 작가의 문학적 성취에 대해서는 이견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아, 이것도 개인적인 해석일 수도...) 개인적으로 저는 헤밍웨이도, 멜빌도 다 좋아합니다. 그러니 저는 작가가 아닌게지요(^^).
 
『노인과 바다』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가볍게 당기는 힘이 느껴지자 노인은 기뻤다. 다음 순간 노인은 뭔가 거세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무거운 힘을 느꼈다. 그건 분명 물고기의 무게였다. 노인은 줄을 풀었다. 둘둘 감아 두 뭉치로 감아놓았던 여분의 줄 한 뭉치에서 줄이 술술술 풀려나갔다.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거의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살며시 줄을 쥐고 있었지만, 줄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듯 가볍게 풀려나갈 때 노인은 여전히 물고기의 엄청난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이거 굉장한 놈인데!" 노인은 말했다. "이 녀석 지금 미끼를 입안에 가로로 물고서 그 상태로 달아나고 있어."
그러다가 돌아서서는 미끼를 삼키겠지. 노인은 생각했다. 그는 이 생각만은 소리 내서 말하지 않았다. 좋은 일을 미리 입밖에 꺼냈다가는 한순간 날아가버릴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인은 녀석이 엄청나게 큰 물고기임을 알았다. 입안에 다랑어를 옆으로 문 채 어두운 바닷속을 헤엄쳐가는 녀석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놈이 북쪽으로 가고 있군." 노인은 말했다. 하지만 해류 때문에 동쪽으로 한참 치우치게 될 거야, 그는 생각했다. 놈이 해류를 타고 방향을 돌리면 좋을 텐데. 그러면 놈이 지쳤다는 표시일 테니까 말이야.
해가 좀더 높이 떠올랐을 때 노인은 물고기가 지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조짐이라곤 딱 하나밖에 없었다. 줄의 기울기로 보건대 놈은 이제 좀 위로 올라와서 헤엄치고 있었다. 물론 그게 놈이 반드시 물 위로 뛰어오르리라는 걸 의미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있었다.
물고기가 모습을 보인 것은 세 바퀴째 돌던 때였다.
처음에는 배 밑을 지나는 물고기의 시커먼 그림자가 보였는데, 다 지나갈 때까지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려서 과연 그렇게 긴 물고기인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아냐." 노인은 말했다. "그렇게 큰 놈일 리는 없어."
하지만 물고기는 정말 그렇게 컸다. 돌고 있던 원을 다 그린 뒤 물고기는 배에서 겨우 삼십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물 밖으로 나온 꼬리가 먼저 보였다. 커다란 낫의 긴 날보다도 더 높이 솟은 꼬리는 검푸른 바닷물 위에서 아주 연한 보라색을 띠었다. 꼬리는 이내 뒤로 기울어졌고, 노인은 수면 바로 밑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의 거대한 몸통과 그 몸통에 새겨진 자주색 줄무늬를 볼 수 있었다. 등지느러미는 누워 있었고 거대한 가슴지느러미는 양쪽으로 활짝 펼쳐져 있었다.
백 길, 천 길 아니 그보다 더 깊은 바닷속을 밧줄을 쥔 손에 느껴지는 감각으로, 해류가 움직이는 것을 손과 눈으로 느끼는 감각으로, 새의 움직임이 무슨 의미인지를 아는 경험으로, 마치 맨눈으로 직접 보는 것처럼 파악하고 이해하는 이것, 이게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노인과 바다』의 저 감각이 진짜인지 저는 진짜 궁금했습니다. 이런 진짜 감각을 가진, 이런 진짜 경험을 가진 인간 아니 작가가 세상에서 멸종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면서요. 저는 그 비밀을 이 책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에서 찾은 것 같습니다.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을 읽다보면, 헤밍웨이가 바로 옆에서 말하고 바로 옆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그리고 직접 헤밍웨이에게서, 바다란, 낚시질이란, 인생이란, 문학이란, 작가란 무엇인지 수업을 받게 되죠. 저자 아널드 새뮤얼슨이 헤밍웨이의 낚싯배에서 생활하며 보고 듣고 경험한 모두가 작가 수업이었던 것처럼요.
 
여러분도, 이런 기분 느끼고 싶지 않으신지요?
"나는 다시 현관 그늘 아래서 외로이, 바람이 야자수의 칼날 같은 기다란 잎사귀들을 흔들어대는 소리를 들으며, 읽고 싶던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책들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집에서 읽었다. 기분이 묘했다."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글. 문학동네 편집부 강명효
2016.07.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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