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예술과 외설 사이 외로웠던 '글쟁이'…마광수 스러지다

by뉴스1

예술과 외설 사이 외로웠던 '글쟁이'

소설이라는 허구의 세계를 통해 자유분방한 ‘성(性)’을 표현하는 작가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소설집 '나만 좋으면'을 출간했다. 마광수 교수가 21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15.10.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외로운 죽음이 너무 비통하다."

"의심할 여지 없는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천재교수'에서 '외설작가'로 낙인 찍혔던 소설가이자 시인인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1951~2017)가 5일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비운의 생을 마감했다. 사인이 우울증에 의한 자살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문단을 비롯해 각계 애도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마 교수는 이날 오후 1시35분쯤 서울 용산구의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마씨가 우울증 약물을 복용해오던 중 유족이 자리를 비운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고인은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등을 펴내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소설 '즐거운 사라'로 필화 사건을 겪었다.

 

지난해 연세대에서 정년퇴직했지만 1989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교수의 품위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징계를 받아 명예교수도 되지 못하고 연금도 받지 못한 것을 비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과 외설 사이 외로웠던 '글쟁이'

신작 '인문학 비틀기'와 여섯번째 시집 '천국보다 지옥'을 펴낸 마광수(63) 연세대 교수가 13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집필 동기를 설명하며 웃음짓고 있다. 2014.1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한때 '천재교수'로 문단 기대 한 몸에…마광수는 누구? 

생전의 마광수는 그림과 시에 뛰어났다. 28세의 나이에 홍익대에서 조교수로 임용되면서 '천재 교수'라고 불리며 학계의 기대를 받았고, 33세에 연세대에서 교수로 자리를 잡았다.

 

그의 첫 시집 '광마집'(1980)에는 지식인으로서의 자괴감, 사회 모순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 그는 윤동주의 시를 연구한 문학이론서로도 유명하며, 놀이로서의 예술을 조명했다. 읽히는 작품을 위해 다양한 장르에서 창작도 시도했다.

 

그러나 교수 시절 초창기 냈던 시집이나 그의 학문적인 성취는 자의반 타의반 '에로티시즘의 기수'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서서히 잊혀졌다. 대신 '가자 장미여관으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즐거운 사라' 같은 작품들에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작가 스스로도 '성애문학'에 집중하면서 '마광수 문학의 다양성이 묻혀 버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즐거운 사라'(1992)는 '외설 문학'이라는 주홍글씨가 붙는 것은 물론 음란물을 제작·배포했다는 이유로 옥살이까지 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

 

1985년 12월 연극학 교수와 결혼한 마 교수는 1990년 1월 합의이혼했다. 슬하에 자녀는 없다. 노모는 2015년 별세했고, 유족으로는 누나와 조카가 있다.

예술과 외설 사이 외로웠던 '글쟁이'

마광수의 작품들. © News1

'즐거운 사라'로 구속…마광수의 작품 세계는 

1977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한 고인은 시, 소설, 에세이, 평론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40여 권의 저서를 냈다. 특히 그는 음습한 곳에서만 이야기되던 개인의 성적 취향에 관한 문제를 사회의 토론장으로 끌어들였으며, 그의 글은 발표될 때마다 큰 파장을 일으켰다.

 

파장의 출발은 1989년 1월에 출간한 에세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였다. 책은 지나친 쾌락주의와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이유로 따가운 비판을 받는 동시에 대중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오랫동안 베스트셀러가 됐다.

 

소설 '즐거운 사라'는 고인을 나락으로 빠뜨린 작품이다. 프리섹스를 추구하는 여대생 사라가 온갖 쾌락을 추구한다는 내용은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는 고인을 강의 중에 경찰에게 연행되는 수모를 겪게 했다.

 

1992년 10월 구속된 그는 두 달 동안 수감생활을 한 후 1995년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돼 연세대에서 해직됐다가 이후 1998년 복직했다. 이후 2011년 '즐거운 사라'의 속편에 해당하는 '돌아온 사라'를 발표하기도 했다.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1989)는 고인의 작품 세계를 압축하는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장미여관'은 그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여관이며 두 가지 의미를 상징한다. 하나는 나그네의 여정(旅程)과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체면과 윤리와 의무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해방구이다. 이 시집은 2013년 신정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로도 제작됐다.

예술과 외설 사이 외로웠던 '글쟁이'

© News1

생전 인터뷰에선 "억울함과 한이 쌓여…"

시와 소설 등 문학은 물론 그림에도 재능을 보인 한 작가의 삶의 중심에는 그가 평생 추구한 에로티시즘과 그를 반대하는 '국가의 폭력', 그리고 '품위'를 중시하는 교수사회의 의견차가 존재했다.

 

마광수 전 교수는 28세의 나이에 홍익대에서 조교수로 임용되고 윤동주 연구 등에 있어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이어 33세 때부터 연세대 강단에 선 그는 격의없고 파격적인 강의 스타일로 연세대를 대표하는 교수로 이름을 날렸다.

 

첫 시집 '광마집' 후 '가자 장미여관으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등으로 큰 인기를 끌던 그는 여대생 사라의 자유분방한 성적 편력을 그린 소설 '즐거운 사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구속되는 비극을 맞았다. 당시 검찰은 '즐거운 사라'가 음란물 제작 및 배포 혐의가 있다고 수사했고, 고인은 유죄 판결을 받아 수감되었을뿐 아니라 연세대에서 직위 해제를 당하기도 했다. 다만 생전의 마 전 교수에 따르면 이 죄에 대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하에서 사면조치된 바 있다.

 

마광수라는 존재는 우리 사회에서 '시기상조'였을까. 에로티시즘을 추구하는 마 교수의 문학과 그의 솔직한 언행들은 진지하고 근엄한 대학 교수 사회에서 용인받지 못했다. 동료 교수들과의 마찰로 마 전 교수는 외상성 우울증으로 정신과에 입원, 학교에 휴직계를 제출했고 2002년 한 학기 동안 복직해 강의하다가 우울증 악화로 학기 말 다시 휴직했다. 2004년 건강을 겨우 회복하고 연세대에 복직하는 등 불행으로 인한 상심은 끈질기게 그를 괴롭혔다.

 

고인은 생전 뉴스1과 인터뷰에서 "한창 일할 때인 40대에 책이 판금되고 구속되는 등 해서 일을 못했다. 일궈놓은 재산도 없는데 연금도 받지 못한다. 예전 같으면 초판 최소 5만~10만부를 찍었던 책도 이제는 나가지 않는다"며 "(내 인생이) 억울함과 한이 쌓여 울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술과 외설 사이 외로웠던 '글쟁이'

신작 '인문학 비틀기'와 여섯번째 시집 '천국보다 지옥'을 펴낸 마광수(63) 연세대 교수가 13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4.1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사회적 타살"…문단 쏟아지는 애도 물결

고인을 스승으로 뒀던 수많은 문인들과 시인, 평론가들, 출판인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잇단 애도를 표하고 있다.

 

서해성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평생 자유인이고자 했던 청년, 하루도 자유인으로 살지 못한 문학외(外)인. 모든 석방을 그대의 죽음에야 드리자니, 슬프다. 우리 내부의 장미여관을 폭로한 죄 또한 그만 석방되길. 비겁한 표현의 자유여, 이 죽음만이라도 외면하지 말아다오. 잘 가소, 자신의 불행과 고통에 유난히 친절했던 마광수 작가 선생"이라고 애도했다.

 

마 교수의 제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연세대 국문과 교수 역시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 외로운 죽음이 너무 비통하다"면서 "빈소를 차릴 자녀가 없어 제자들이 빈소를 차리고 지켜야 할 듯하다"고 밝혔다.

 

또 소설가인 김도언은 "많은 자살이 그렇지만 이 자살은 의심할 여지 없는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면서 "열정과 재능이 넘쳤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억압과 금기를 부수는 전선에 섰던 한 지식인에게 처참한 모욕을 안겨주고 결국은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고 성토했다.

 

연세대 철학과 출신의 안희곤 사월의책 대표도 "시대가 한 사람을 죽였다"면서 "젊은 시절 교단에서 길다란 장미담배를 줄담배로 피우던 마교수가 기억난다. 외설 재판이 없었다면 우리에게도 장 주네나 헨리 밀러 같은 작가 한 명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예술과 외설 사이 외로웠던 '글쟁이'

신작 '인문학 비틀기'와 여섯번째 시집 '천국보다 지옥'을 펴낸 마광수(63) 연세대 교수가 13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잠시 목을 축이고 있다. 2014.1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권영미 기자 am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