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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인간 죽인 동물은 재판받고, 인간 구한 동물은 '올해 영웅'?

by뉴스1

동물의 천태만상 통한 인간 이해 '삶이라는 동물원'

하노 벡 지음/유영미 옮김/황소자리/1만4000원


인간 죽인 동물은 재판받고, 인간 구

© News1

지난 20일 가수 겸 배우인 최시원의 반려견이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를 물어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안락사를 해야 한다’ '주인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사람 탓을 안하고 개의 안락사를 논하냐'며 동물(개)의 억울한 입장을 헤아려보려는 목소리도 일부 들린다.

 

최근에 출간된 책 '삶이라는 동물원'(황소자리)은 평소 동물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시간날 때마다 동물들을 관찰해온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 베스트셀러 작가인 하노 벡이 동물들의 천태만상을 통해 인간의 삶을 반추하는 책이다.

 

책에 따르면 1386년 프랑스 팔레즈에서는 돼지 한 마리가 인간의 옷을 입은 채 시청 근처에서 교수형을 당했다. 아이를 물어 죽였기 때문이다. 1789년 네덜란드의 발베이크에서는 황소 한 마리가 사형판결을 받았다. 중세에는 유아살해, 수확물 손상, 미사 방해 등 갖가지 사유로 거의 모든 동물이 법정에 섰다.

 

중세 암흑기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1916년 미국에서 코끼리 메리는 사육사를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철도 크레인을 이용해 교수형에 처해졌다. 곡마단 코끼리였던 톱시 역시 연쇄 살인범으로 기소돼 발명왕 에디슨이 특별 제작한 전기의자에 앉은 채 사형됐다. 이처럼 필요에 의해 인간 곁에 두었던 동물들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순간 대부분 왜 죽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처형되었다.

 

저자는 상어의 먹잇감이 되기 직전의 서퍼나 수영선수를 에워싸서 목숨을 구해준 돌고래떼나 미국 뉴욕 브루클린 동물원에서 우리로 떨어져 의식을 잃은 어린 남자아이를 안아 동료 고릴라로부터 보호하고 사육사들에게 인계해준 암컷 고릴라 빈티 주아같은 동물들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빈티는 이 선행으로 그해 '뉴스위크'가 뽑은 '올해의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대중들과 저널리즘의 흥분에 동조하는 대신에 인간이 제멋대로 동물을 의인화하고 자기 욕망을 투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물들의 서로 돕고 협력하는 선행이 종의 진화에서 중요하며, 더 나아가 공동의 적에 대항하기 위해서 종을 초월하는 협력도 필요했기에 인간을 도운 것일 것이라는 생물학적 추정을 내놓는다.

 

기상천외한 내용 뿐 아니라 책을 개성 있게 하는 것은 독일의 '스타 작가'로 잘 알려진 저자의 위트 넘치는 문체다. 예를 들어 저자는 '매일 밤 아홉 잔은 빨아야' '저 아래 바닷속 세차장의 풍경' '동물계의 온갖 개자식들' 등 개성있는 소제목 아래서 동물 '주당들', 담수어의 생존전략 등의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책은 찌르레기나 박쥐는 '술꾼', 쥐는 '애주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서술한다. 인간은 (혈중) 알코올 치사량이 0.4~0.7%로 백분율이 아닌 천분율이지만 찌르레기와 박쥐에게는 퍼센트 단위다. 찌르레기나 박쥐가 먹은 익어서 발효된 과일 속 알코올 때문에 길을 잃거나 동굴 벽에 머리를 박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쥐들은 실험에서 먹이를 먹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예를 들어 지렛대를 누르는 행위)를 올리자 식사 횟수를 줄였지만 술의 경우는 500% 높이고서야 술먹는 횟수를 줄였다. 하지만 무료 술을 제공한다고 해도 술의 양이 늘지는 않았다. 즉 알딸딸한 어느 선의 취기만을 좋아한 것이다. 원숭이들은 암컷이 수컷보다, '틴에이저'가 나이든 원숭이보다 더 마시는 의외의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재기 넘치는 서술에도 저자의 분석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다. 동물들이 발효된 과일을 먹는 이유를 이들이 높은 에너지원을 가진 먹이라 생존확률을 높이기 때문으로 저자는 추정했다. 또 저자는 성인 수컷 원숭이들의 자못 인간과는 다른 행태를 '성인으로서의 낙오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설명했다.

 

한편 노래나 춤처럼 인간에게 독특한 것으로 생각되는 재능을 일부 동물들은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앵무새 '스노볼'은 음악 속도에 따라 춤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춤꾼이다. TV스타가 되어 광고 모델까지 된 스노볼은 이 재능으로 동물보호소에서 함께 거주하는 동물들의 생계를 책임진다.

 

동물들의 장기를 담은 영상들의 보고(寶庫)인 유튜브를 뒤진 과학자들에 따르면 엇박자를 내지 않고 제대로 춤을 추는 동물은 앵무새 정도다. 왜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재능이 생겨났을까.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면 매 동작 사이에 휴지기가 생기고 그때 주변에 귀를 기울여 위험을 잘 피할 수 있어서일 것이라며 저자는 이 역시 과학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권영미 ungaun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