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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박물관·미술관 조명은
왜 어두울까?

by뉴스1

박물관·미술관 조명은 왜 어두울까?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함부르크미술공예박물관, 왼쪽), 국보133호인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 (사진제공 리움미술관)

박물관과 미술관의 조명은 전반적으로 어둡다. 조명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외선'에서 전시품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서다. 전시품의 종류에 따라서는 조명의 밝기도 다르다. 또, 전시품에 음영을 줘서 가장 아름다운 상태로 보이기 위한 치밀한 계산까지 숨어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는 고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국보로 지정된 미술품 21점을 포함해 총 140점을 한자리에 모은 기획전 '세밀가귀 細密可貴: 한국미술의 품격'이 열리고 있다.


13세기 고려 시대에 제작된 국보 133호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와 독일 함부르크미술공예박물관에서 대여한 주자병이 '세밀가귀'전에서 나란히 전시되고 있다.


리움 관계자는 "조도는 전시품마다 다르다. 작품이 상하지 않도록 도자기는 200lux(룩스), 일반 고서화는 80lux, 빛에 약한 불교 그림은 30lux로 가장 엄격하게 제한된다. 조명에서 나오는 자외선에서 전시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자외선에 노출될수록 전시품이 부식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상이 물려준 문화유산을 잘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전시보다 더 중요한 과제"라며 "고미술품의 전시 기간은 최장 3개월이다. 원형 그대로의 보존을 위해 자외선을 피해서 저장고로 옮겨진다. 이곳은 조명뿐이 아니라 습도와 온도가 엄격하게 제한된다"고 말했다.


간송미술관 관계자도 고서화의 경우 자외선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외선에 노출될수록 채색이 흐려지면서 그림이 사라진다. 또한, 습도와 온도를 제대로 조절하지 않으면 종이가 부식된다"며 "여름에 미술관을 방문하면 시원하고 쾌적하지만 겨울에도 전시품 보호를 위해 실내온도를 높이지 못한다. 쾌적하게 관람하기엔 좀 서늘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미술관은 제한된 조도 안에서 전시품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도록 노력한다. 조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을 비춰서 전시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부각시킨다. 그는 "유물이 가지고 있는 가장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일종의 화장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작품이 걸리는 높이에도 인체공학적 비밀이 숨어 있다. 작품의 정중앙이 눈높이에 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성인 평균 신장 170cm를 고려해 150cm 높이에 작품을 건다.


현대 미술품은 고미술품보다 상대적으로 조도에서 자유롭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지하에 전시실이 있음에도 실내가 무척 환하다. 지하 전시공간 중앙에 선큰 마당을 배치하고 유리창을 통해 자연광을 지하로 끌어들인 데다 전시공간의 벽면도 온통 하얗기 때문이다.


서울관을 설계한 민현준(사진) 건축사사무소 엠피아트 대표는 "우리나라 미술관은 작품 보호를 위해 전시공간이 어두운 경우가 많지만, 유럽의 미술관은 대부분 밝은 편"이라며 "자연광과 인공조명을 통해 관람객들이 밝은 전시실에서 쾌적하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박물관의 조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명 전문가인 백지혜 디자인스튜디오 라인 대표(연세대 생활과학대학원 외래교수)는 "국공립을 비롯해 사립 대학박물관과 미술관을 합한 숫자가 2000여 관이 넘어서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조명에 대한 박물관의 인식 부족으로 유물손상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형광등은 자외선이 많이 나오는 광원이다. 손상 방지를 위해서 자외선 흡수막을 설치하지만 이조차 높은 조도에서 장시간 조명을 비추면 광열화로 인한 유물손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열도 전시품에 치명적이다. 할로겐램프는 사람의 피부색을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조명이지만 오래 켜둔 상태에서 광원에 손을 대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히 많은 박물관에서 할로겐 조명을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백 대표는 전시동선 설계가 전시공간을 더욱 어둡게 느끼게 한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을 예로 들었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은 다른 전시실로 이동하려면 조명이 밝은 중앙 홀을 거쳐야 한다. 관람객의 눈이 어둠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전시물을 관람해야 해서 더욱 어둡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