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박힌 간식에 독극물까지…산책나가기 두려운 견주들

[라이프]by 뉴스1
못 박힌 간식에 독극물까지…산책나가기

20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옛 농촌진흥청 부지 잔디운동장에서 못 2개가 박힌 채 발견된 강아지 간식.(사진 제보자 엄모양 제공)© News1

반려견 별이를 키우는 엄 모 양(15)은 평소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옛 농촌진흥청 부지의 잔디운동장을 자주 찾는다. 산책코스로 적합하기 때문. 그러나 지난 20일 엄양은 평소처럼 이곳을 찾았다가 끔찍한 일을 겪었다. 별이가 뛰어다니던 잔디밭에 못 2개가 박힌 강아지 간식이 발견된 것이다.


엄양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개와 산책을 나온 다른 사람들도 못이 박힌 간식을 발견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관련 사진을 올렸다. 엄양은 뉴스1에 "최근 비엔나소시지 같은 것들이 조각조각 잘려 뿌려져 있었는데 20일에는 아예 못이 박혀 있더라"며 "혹여나 강아지들이 이걸 먹고 다치기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서초구의 한 공원에서 산책 중이던 개가 독극물로 추정되는 음식을 먹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초구에 따르면 지난 6월13일 몽마르뜨공원에서 독극물이 들어있는 생선을 개가 먹었다는 신고전화를 받았다. 서초구측은 즉시 경찰과 함께 폐쇄회로(CC)TV 등 조사에 들어갔고, 다음날 '반려견이 먹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안내문 게시 및 순찰을 강화했다. 빠른 대처로 추가피해는 없었고, 피해 견주도 구에서 가입한 배상보험을 통해 손해배상금을 지급 받았지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갖게 됐다.


이같은 혐오범죄는 원래 길고양이들에게 자주 발생하던 문제다. 그런데 최근들어 그 대상이 개로 확대됐다. 길고양이를 죽이려고 뿌린 쥐약을 개가 무심코 먹었다가 문제가 생기기도 하면서 산책 나가기를 두려워하는 견주들이 늘어나는 상황.


동물보호법상 이처럼 도구·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상해를 입히는 행위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또한 현행법상 동물은 재물에 해당하기에 재물손괴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같은 범죄는 문제가 되고 있다. 산책 도중 개가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알기 어렵고, 증거를 잡을 수 있는 CCTV와 차량 블랙박스도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해자를 찾기 위해 경찰이 잠복수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지난해 말 사법경찰직무법이 개정됨에 따라 동물보호감시원으로 임명된 일부 공무원들을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명해 문제를 다룰 수 있지만 현재 수가 300여 명에 그치는 데다 학대사건만 다루기엔 업무가 많아 이같은 학대 관련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김경은 변호사(동물권단체 케어 자문)는 "견주는 보상도 받지 못하고 온전히 책임을 뒤집어쓰는 상황"이라며 "생명존중에 대한 경각심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범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명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과 함께 외국처럼 동물보호전담반을 꾸려 동물혐오로 발생되는 학대사건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lgirim@news1.kr

2018.08.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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