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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먼로도 헵번도 닉슨도 하나 둘 셋 폴짝! 점프해보았더니

필리프 홀스먼의
사진에세이 '점프!'

by뉴스1

필리프 홀스먼의 사진에세이 '점프!'

© News1

리처드 닉슨도 80대의 판사 러니드 핸드도 신학자도 뛰었다. 마릴린 먼로도 오드리 헵번도 그레이스 켈리도 뛰었다. 미국의 저명 사진작가 필리프 홀스먼(1906~1979)의 명령 '하나, 둘, 셋, 뛰어!'(Jump)를 신호로 사회 저명인사들인 이들은 중력을 거스르며 위로 솟구쳤다. 

 

환희에 찬 듯 두 팔을 벌린 점프, 천정에 머리를 박을 듯 아슬아슬해 보이는 점프, 점프가 아니라 '휴거'같은 사태로 들어올려진 듯한 점프 등 이들이 선보인 점프는 다양했다. 이 사진들은 짧은 글이 곁들여진 채 사진집 '점프!'(엘리)에 담겼다. 

 

라트비아 출신 미국사진가이자 인물사진의 거장 홀스먼은 잡지 '라이프'의 인물사진을 가장 많이 찍은 작가로 유명하다. '라이프'는 '잡지 황금기'로 불리는 미국의 1960~70년대를 주도한 시사화보 잡지다. 

 

인물사진은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의식하는 피사체와 그 껍질을 깨려는 사진작가와의 기싸움이라 할 수 있다.  찌를듯이 빳빳하게 치켜올려진 콧수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혀를 내민 아인슈타인 사진 등 홀스먼이 찍은 인물사진에서는 이 껍질을 깨고 '유희본능'을 즐기고 있는 피사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몇명을 제외하고 정치, 경제, 학계 등 이미지를 중시하고 틀에 박힌 생활을 해온 대부분의 유명인사들은 온전히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데 익숙하지 않다. 홀스먼은 이런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수시간의 사진촬영이 고역이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홀스먼이 수시간 억누른 장난기를 분출하기 위해, 그리고 운동선수 출신으로 40대에도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점프하던 실력자였던 자신의 관심 덕에 이같은 독특한 사진을 찍게 된 것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가 아니라 이같은 사진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분석할 수 있다고 홀스먼은 말한다. 홀스먼 자신이 장난처럼 이름붙인 '점프학'(Jumpology)에 따르면 점프를 통해 가면이 벗겨지고 진정한 자아가 표면에 떠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애석하게 이 학문을 발전시킬 학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를 포함한 몇가지 사진에서는 홀스먼의 이런 설명이 매우 유력해보인다. 

 

놀라운 것은 수줍고 근엄하고 때로는 거만한 유명인사들에게 청한 '한번 뛰어주시렵니까?'에 겨우 1~2%만이 거절했다는 것. 87세의 러니드 핸드 판사까지도 "그러다간 내가 죽을 것 같지 않소? 뭐 그렇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하고 자문자답하며 점프를 뛰었다.

 

만일 홀스먼이  교황, 대통령, 추기경, 대법원장에게 '점프하라'고 외친다면 이들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들은 어떤 포즈로 뛰어오를 것인가.

 

다음은 사진집에 담긴 주요 사진들이다. 

 

 "나는 마침내 나를 완전히 표현했다"고 유서에 쓰고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는  마치 공중에 뜬 채로 가슴을 내밀고 적의 총탄을 받는 것같은 낭만적이고도 영웅적인 점프를 뛰었다. 그의 비관적이고 비장한 심리를 점프에서 읽을 수 있다.  

필리프 홀스먼의 사진에세이 '점프!'

로맹 가리 © 필리프 홀스먼 (사진제공 엘리 출판사)

소녀처럼 얌전하게 뛰이오른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 이 사진을 두고 홀스먼은 다리가 안보인다고 불평을 했다.

필리프 홀스먼의 사진에세이 '점프!'

마릴린 먼로© 필리프 홀스먼 (사진제공 엘리 출판사)

달리가 모든 사물을 공중에 뜬 모습으로 그리던 시기에 촬영된 달리의 모습. 고양이 세 마리와 물을 스물 여덟 번 내던지고 끼얹은 결과 얻어낸 사진이다.

필리프 홀스먼의 사진에세이 '점프!'

살바도르 달리. 작품이름은 '달리 아토미쿠스'다. © 필리프 홀스먼 (사진제공 엘리 출판사)

권영미 기자(ungaun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