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전남대 앞 쓰레기봉투 들고 나타난 20대들

[이슈]by 뉴스1

쓰레기 줍기 모임 '수줍이' 담배꽁초·음료수 컵 등 청소

SNS에 인증샷, 응원·지지에 동참까지…35명으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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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광역시 북구 전남대학교 인근에 쓰레기봉투를 든 20대 청년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청년 5~6명이 골목 곳곳을 돌며 버려진 테이크아웃 커피잔, 담배꽁초, 찌그러진 캔, 상가 전단지 등을 쓰레기 봉투에 담는다.


아침 출근길이든 저녁 퇴근길이든 정해진 시간은 없다. 참여 인원도 들쑥날쑥이다. 어떤 날은 많고, 어떤 날은 혼자서 하기도 한다.


벌써 한 달째. '쓰레기 줍는 낮선 청년'들이 전남대 인근에 나타나면서 이들의 정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남대 인근 한 상가 주인은 "구청에서 실시하는 공공일자리 사업 참여자는 아닌 것 같고, 기관이나 기업, 단체 등의 봉사 활동 모임도 아닌 것 같다"며 "학생들인 것 같은데 기특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25일에도 이들은 골목 곳곳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이들은 쓰레기를 줍는 선행을 하기 위한 소모임 '쓰(수)레기를 줍는 이들'이라는 뜻을 가진 '수줍이'들이다.


수줍이는 전남대학교 철학과 졸업생 윤혜림씨(28·여)와 경제학부 신입생 김동윤씨(20)가 주축이다.


이들이 수줍이 활동을 한 것은 SNS의 힘이 컸다. 윤씨는 최근 SNS를 통해 한 유튜버가 집 앞 쓰레기를 종종 줍는 걸 보고 감명받아 동참하게 됐다.


윤씨는 쓰레기를 줍고 전남대 재학생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에 인증샷을 올렸다.


인증샷이 꾸준히 올라오면서 어느덧 윤씨의 게시글은 인기글이 됐다. 응원하는 학생의 댓글이 이어졌고 동참하겠다는 학생들도 늘면서 '수줍이' 모임이 생겼다.


현재 수줍이 모임에는 35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1일부터 한 달 넘게 매일 학교 앞 쓰레기 줍기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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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이' 활동은 철저하게 자율적이다.


수줍이들의 이름, 학과,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팀명처럼 '수줍은 이들'이 쓰레기 줍기에만 집중한다.


맨 먼저 인증샷을 올리고 활동을 시작한 윤씨도 '1호 수줍이'일뿐 아무런 직책도 없다.


채팅방에서 누군가가 활동을 제안하면 가능한 수줍이들은 참여한다.


나머지 수줍이들 중에서는 정기 활동과 상관없이 알아서 자신의 집 앞과 학교 근처 쓰레기를 주운 뒤 인증샷을 올리는 '번개 수줍이' 활동을 하기도 한다.


쓰레기봉투도 알아서 구입해 사용한다.


이들이 매일 줍는 쓰레기의 양은 75ℓ 대용량 봉투 2개 분량이다.


이들이 쓰레기를 줍는 이유는 독특하다. 쓰레기를 쓰레기가 아닌 복이라고 여긴다.


윤혜림씨는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줍는 게 아닌 복이라고 생각하고 주워야 뿌듯하고 자의로 청소할 수 있다"며 "진짜 복이 맞는 게 청소하고 나면 행복해지고 잠도 잘 온다"며 웃었다.


활동을 하며 뿌듯한 경험도 늘고 있다.


김씨는 "얼마 전 저희의 활동을 보고 일회용 재떨이를 샀다는 글을 봤다"며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자비로 청소도구와 장갑, 쓰레기봉투를 구매해 자의로 선의를 이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에 인근 상인들과 학생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윤씨는 "칭찬받으려고 하는 행동이 아닌 변화를 이끌기 위한 모임"이라며 "주변 분들의 응원으로 매일 활동이 더 알차지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들은 담배꽁초를 모을 수 있는 깡통을 골목 곳곳에 배치하고, 쓰레기 무단 투기를 경고하는 벽보를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3개 국어로 제작해 부착할 계획이다.


김동윤씨는 "두 팔과 두 다리만 있으면 모두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며 "혹시나 바빠서 활동을 못 하신다면 담배꽁초 버릴 때 불 끄고 버리기, 음료수 내용물 비우고 버리기만이라도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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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이수민 수습기자 = ​breath@news1.kr

2020.10.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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