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뜨차뜨'한 울산 방어진 가자미 참맛 아시나요

[푸드]by 뉴시스

뜨거운 매운탕과 함께 먹는 차가운 가자미 물회 인기

울산이 전국 생산량의 80%…살이 오른 요즘이 제철

'쫄깃+고소' 자연산 가자미회...말린 가자미도 별미

물회거리 허름한 식당들엔 요즘 젊은이들도 '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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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울산 방어진항에서 잡힌 줄가자미. 2020.06.15. bbs@newsis.com

울산 방어진(方魚津)은 정말로 생선 방어가 많이 잡힐까.


조선시대 역사 기록을 보면 방어진항에서는 실제 생선 방어가 많이 잡혔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겨울이면 방어진항 주요 어종 중 하나가 방어다.


그런데 방어보다 더 많이 잡히는 어종이 있으니, 바로 방어진 가자미다.


특히 한여름을 앞두고 있는 6월에는 가자미 잡이가 한창이다.


가자미는 씹을 수록 쫄깃하고 고소해 생선을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의 가자미 생산지 울산 방어진항

울산하면 각종 공업단지와 조선소, 자동차 생산공장 등 산업시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한데 조금만 눈을 돌리면 동해의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울산 앞바다는 수산물이 서식하기 좋은 천혜의 수역으로 수많은 어선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국가어항 중 하나인 방어진항도 그렇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전국에 유통되는 가자미 활어 80%가 울산에서 잡힌다.


특히 방어진항은 난류와 한류가 합쳐지는 수역으로, 가자미 서식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꼽힌다.


가자미는 수백 종류가 있는데, 방어진항에서는 주로 용가자미가 잡힌다.


울산 사람들에게는 용가자미보다 '참가자미'로 더 많이 불리지만, 사실 참가자미는 따로 있다.


지역별로 용가지미를 두고 참가자미 또는 어구가자미 등으로 불러 정확한 명칭을 찾기 힘들긴 하다.


그래도 전국 최대의 가자미 생산지 울산에서 맛보는 가자미가 '참맛'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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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울산 방어진항 삼천포 초장 횟집에 판매하는 참가자미 물회. 2020.06.15. bbs@newsis.com

방어진에 물회거리엔 색이 바랜 간판만 봐도 세월이…

"방어진에 물회가 유명하다구요?" 처음 방어진 물회거리를 찾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사실 이곳은 특화거리로 지정된 적은 없다. 다만, 물회를 찾는 손님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방어진 물회거리'로 명명됐다.


방어진항에는 20여 곳의 횟집과 활어센터가 모여있는데, 색이 바래진 간판만 봐도 그 세월을 느낄 수 있다.


가게마다 맛도 천차만별이다. 각자마다 오래된 레시피를 가지고 20년 넘게 손님을 맞아오고 있다.


그래도 구수한 사람 냄새가 나는 점은 어느 가게를 가든 똑같다. 사람들이 방어진항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량한 바다 풍경은 아니지만 어부들의 삶이 묻어난 항구와 신선한 횟감, 푸짐한 밑반찬에 정겨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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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울산 동구 방어진항 물회거리. 2020.06.15. bbs@newsis.com

방어진 특미! 참가지미 물회와 얼큰한 매운탕

방어진 물회의 주요 횟감은 역시 참가자미다.


울산의 참가자미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특히 여름에 먹으면 살이 오동통 하게 올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소복하게 담아낸 참가자미 회에 물회 육수, 각종 야채를 젓가락으로 슥슥 비벼 한 입 먹으면 무더운 날씨도 금세 잊게 만든다.


굳이 방어진에서 물회를 먹는 이유는 또 있다. 서비스로 나오는 매운탕 때문이다.


방어진 횟집 10곳 가운데 9곳은 물회와 함께 매운탕이 나온다. 시원 달달한 물회에 따뜻한 매운탕 한모금 먹으면 이상하게 조화가 좋다.


최근에는 허름한 간판 속에 숨은 '물회 맛집'을 찾아온 젊은이들도 늘었다.


요즘 말하는 '차뜨차뜨(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 음식 궁합을 맛보러 타지역에서 오는 손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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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울산 방어진항 삼천포 초장 횟집에 판매하는 참가자미 회. 2020.06.15. bbs@newsis.com

조림이나 튀김, 미역국에도 어울리는 가자미

참가자미 음식 중 으뜸은 활어회다.


외지인에게 참가자미를 회로 먹는 것이 낯설겠지만, 울산에서는 최고의 횟감으로 꼽힌다.


그 이유는 참가자미는 양식이 불가능한 자연산 어종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뼈째 썰어낸 회 '세꼬시'로 참가자미를 먹으면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더해져 고소함이 배가 된다.


방어진항에서 '삼천포 초장 횟집'을 운영 중인 박재우(50)씨는 "자연산 어종인 가자미는 냉수대가 형성될 때면 가장 많이 잡히는데, 지금이 가장 적기다"며 "냉수대 온도에 맞춰 수족관 온도 역시 5도 정도를 유지하며 활어회의 맛을 끌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린내 없이 고소한 참가자미는 다양한 모습으로 식탁에 오른다.


비늘을 벗겨 햇빛에 말리면 '꾸덕꾸덕'해져 조림이나 튀김으로 먹어도 별미다.


신선한 참가자미와 미역을 함께 끓여내면 소고기 미역국 못지 않게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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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어민들이 울산 동구 방어진항에서 비늘을 벗겨낸 용가자미를 말리고 있다. 2020.06.15.(사진=울산시 제공) photo@newsis.com

풍부한 해산물 기지...'흥망성쇠'의 역사

방어진항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됐다.


당시 일본은 천혜의 항구 조건을 갖춘 방어진을 어업의 전진기지로 삼았다.


경술국치 이후에는 히나세(日生地)촌 어민 수백가구가 방어진으로 이주해 '히나세 골목'이라는 명칭까지 생겨났다.


일본 어민들은 주로 울산 앞바다에서 고등어잡이를 했다.


엄청난 어획량에 '생선에 간을 할 소금마저 부족할 정도로 고등어가 많이 잡힌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1945년 해방이 되면서 방어진에도 침체기가 찾아왔다.


대부분의 어민들은 일본으로 돌아가거나 부산으로 이주를 택했고, 번성했던 방어진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후 방어진이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듯 했으나, 1948년 '동양포경회사'가 설립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장생포 포경산업보다는 규모가 작았지만, 한때는 포경 기록이 앞선다는 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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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2002년도 방어진항 모습. 2020.06.15.(사진=울산시 제공) photo@newsis.com

조선업 불황에 방어진도 '흔들'...관광으로 재도약 노려

포경업이 사그라들 무렵, 조선업이 그 자리를 채웠다.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단지'로 지정되면서 방어진도 근대화 바람이 불었다.


현대중공업, 미포조선 등 대기업이 자리 잡으면서 방어진항은 조선업의 중심지가 됐다.


특히 외국인 선주와 그 가족들이 이주하면서 다른 지역에서는 찾기 힘든 글로벌 문화가 형성됐다.


한때는 2000명이 넘는 외국인이 방어진 거리를 채우면서 '외국인 특화거리'까지 생겨났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방어진항의 호황은 조선업 불경기로 또 다시 침체되기 시작했다.


몇 년간 조선업 불황이 계속되면서 방어진항 경제도 크게 위축됐고, 반짝 인기를 누렸던 외국인 특화거리는 '외국인 없는 거리'가 됐다.


이에 관할 지자체인 동구는 방어진항 일대의 해양 관광자원을 활용해 '관광도시' 육성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부터는 '방어진항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지역 활성화에 힘을 쏟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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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울산 동구 방어진항에 있는 대왕암공원 전경. 2020.06.15.(사진=동구청 제공) photo@newsis.com

인증샷 명소 곳곳에…허름한 골목엔 아기자기한 카페도

방어진항이 매력적인 이유는 천혜의 바다 관광자원에 둘러 쌓여있기 때문이다.


일산해수욕장부터 대왕암공원, 슬도, 주전해변까지 지역 대표 명소가 한곳에 모여 있다.


요즘에는 SNS에 사진발 잘 받는 '인증샷 명소'로 뜨면서 젊은층 관광객이 더 많아졌다.


뉴트로 풍조에 맞춰 허름한 방어진항 일대에 아기자기한 카페 등도 생겨나는 중이다.


이에 힘입어 동구도 볼거리, 즐길거리 많은 관광도시로 변모를 꿈꾸고 있다.


현재는 방어진항 일대에 바다소리길, 출렁다리, 해양연안체험공원 등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동구 관계자는 "조선업 중심 도시를 넘어 어촌과 천혜의 바다자원을 활용해 관광도시 동구를 만들 것"이라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 주민들이 동구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뜻합니다.


​[울산=뉴시스]박수지 기자 = ​parks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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