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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20주년 콘서트

유진박 "힘들 때도
활은 안 놓았어요"

by뉴시스

유진박 "힘들 때도 활은 안 놓았어요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로 뉴시스 본사에서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앞두고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Classic, Jazz, Rock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곡과 유진박의 새로운 곡들을 선보일 예정인 '유진박 데뷔 20주년 콘서트'는 서울 종로구 Sh아트홀에서 오는 2017년 1월19일~20일 오후 7시30분, 1월21일~22일 오후 6시에 열린다. 2017.01.03. 장세영 기자 photothink@newsis.com

"90년대에는 엄청나게 큰 공연장의 좌석이 다 '솔드 아웃' 됐어요. 많은 팬들로 공연장이 항상 꽉 찼죠. 제가 원하는 것은 다시 공연장이 꽉 차는 거예요."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한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41)이 바이올린을 만지작거리며 미소 지었다.

 

흰색 해골 모양의 몸통이 인상적인 전자 바이올린이다. 선한 얼굴의 유진박과 묘한 대비를 이루는데, 그의 의지를 반영하는 듯 해골의 표정이 결연해 보였다. 

 

사진 촬영을 할 때도 바이올린을 연신 실제로 켜던 그는 "힘들 때에도 활은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진박이 오는 19~22일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국내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연다. 

유진박 "힘들 때도 활은 안 놓았어요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로 뉴시스 본사에서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앞두고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Classic, Jazz, Rock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곡과 유진박의 새로운 곡들을 선보일 예정인 '유진박 데뷔 20주년 콘서트'는 서울 종로구 Sh아트홀에서 오는 2017년 1월19일~20일 오후 7시30분, 1월21일~22일 오후 6시에 열린다. 2017.01.03. 장세영 기자 photothink@newsis.com

로큰롤과 재즈에 관심이 많던 유진박은 열다섯 살 처음으로 전자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다. 1996년 KBS 1TV '열린음악회'를 통해 국내에 데뷔했다. 

 

소니 뮤직과 계약을 맺고 1997년과 1998년 잇달아 내놓은 앨범은 총 100만장 가량이 팔렸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하 공연을 선보였고 이듬해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1958~2009)의 내한공연 무대에도 올랐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지에서 연 공연은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 게스트로 나오고 심지어 1998년에는 미니시리즈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 배우 정준호와 함께 주역을 맡기도 했다. "당시에는 H.O.T., 젝스키스, S.E.S., 핑클, 김현정 등 톱스타들은 다 만나고 다녔다"고 돌아봤다. 

유진박 "힘들 때도 활은 안 놓았어요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로 뉴시스 본사에서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앞두고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Classic, Jazz, Rock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곡과 유진박의 새로운 곡들을 선보일 예정인 '유진박 데뷔 20주년 콘서트'는 서울 종로구 Sh아트홀에서 오는 2017년 1월19일~20일 오후 7시30분, 1월21일~22일 오후 6시에 열린다. 2017.01.03. 장세영 기자 photothink@newsis.com

하지만 자신을 발굴한 매니저와 헤어지고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고난의 시기가 찾아온다. 특히 2009년 당시 소속사의 감금, 폭행 시비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부산의 곱창집에서 연주를 한 동영상이 떠돌아 당시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제가 특별한 아티스트니까, 전에 사장님이 조금만 저를 이해해주면 좋았겠죠. 아티스트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저는 평화롭게 있는 게 좋고, 개성이 있어요. 조울증이 있기 때문에 가끔 삐칠 수도 있는데… 그런 걸 이해하면 좋았겠죠." 

이후 유진박의 스케줄 등을 관리하던 모친이 지난해 초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친척들은 법원에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정신적 제약을 겪는 유진박을 위해서다. 

 

그리고 김상철 대표를 다시 찾았다. 유진박을 미국에서 발견한 뒤 한국에서 데뷔시킨 주인공이다. 1999년까지 함께 일했다. 그라면 유진박의 재기를 도울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거다. 김 대표는 강서구 자신의 집 인근에 유진박의 집을 마련, 사실상 지금은 같이 살고 있다. 김 대표는 "그간 유진박 관련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유진박 "힘들 때도 활은 안 놓았어요

드라마 '킬리만자로의 표범' 유진박·정준호(사진=유진박 제공)

"대표님을 다시 만나 기분이 많이 나아졌어요. 너무 행복하죠. 비틀스와 그들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 관계라고 할까요. 하하. 그간 다른 매니저가 많이 있었지만 외로웠어요. 친한 사람도 없었고. 1990년대 행복했던 때의 대표님과 다시 같이 있으니까 편해요"

김 대표는 KBS1TV '인간극장'에 유진박과 함께 출연하는 등 되도록이면 많이 미디어에 얼굴을 노출시키려 하고 있다. "그동안 있었던 유진박의 매니저들에 대한 안 좋은 대중의 기억을 떨쳐내고 싶다"고 했다. 

 

유진박은 다시 연주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의 장기는 즉흥 연주다. 풀 밴드로 공연을 다니기에는 비용 등이 벅차, 현재 주로 공연에서 다른 악기를 이미 녹음한 반주 음악을 틀어놓고 바이올린 부분만 실제 연주하고 있는데도 그의 즉흥성은 놀랍도록 빛을 발하고 있다. 해당 연주를 유튜브에 올릴 때마다 네티즌들의 큰 호응이 따라온다. "날마다 다르게 연주하는 것이 좋다"고 웃었다. 

 

전성기의 유진박은 파격의 아이콘이었다. 특히 클래식에 록과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섞으며 주목받았다.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리트(Smells like teen spirit)'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유진박 "힘들 때도 활은 안 놓았어요

1990년대 후반 전성기 시절 유진박(사진=유진박 소속사)

"줄리아드 음대를 다닐 때 머리카락이 길었어요. 블리치(머리카락 일부를 염색하는 스타일로 1990년대 크게 유행했다)를 넣고 다니기도 했고요. 튈 수밖에 없었죠." 

클래식음악보다 '너바나' '라디오헤드' 등 록밴드의 음악에 더 천착한 유진박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팀들이라 좋았다"며 "저 역시 송라이터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작곡해놓은 곡이 많았어요. 요즘 다시 작곡을 시작했죠. 가사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제가 원하는 어떤 소리를 더 만들어 팬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어요." 

1집 세션들이 다시 뭉치는 이번 콘서트에서는 유진박의 장기를 살린 곡들을 들려준다. 록으로 편곡한 비발디의 '겨울', 비틀스 메들리, 그린데이의 '배스킷 케이스',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리트' 등이 예정됐다. "아주 재미있는 레퍼토리가 될 거예요. 이제 제가 원하는 곡을 연주하고 싶어요." 

 

대학로에 재즈클럽 천년동안도가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 유진박은 이곳에서도 자주 연주했다. 역시 즉흥이 기반인 재즈가 그에게 맞는 옷이었다. 약 20년 만에 대학로로 돌아와 다시 연주를 하게 된 유진박은 요즘 옛 시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지금은 대학로 작은 소극장에서 공연하지만, 다시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예전 팬들이 지금도 선물을 많이 보내주세요. 제 옛날을 기억해주는 분들이에요. 너무 고맙죠.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인사드려요. 예전에는 공연을 할 때마다 줄이 정말 길었어요. 이제 제가 잘만 하면 앞으로 팬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겠죠?" 유진박은 바이올린 활을 여전히 손에 꼭 쥔 채 말했다. 

 

이재훈 기자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