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치면 꽃이 핀다, 윤계상

[컬처]by 뉴스핌

국민그룹 god 멤버에서 배우 변신

21살 청년이 41살 중년으로 성장한 이야기


꿈을 꾸는 것처럼 쉬운 게 있을까/ 꿈을 품는 것처럼 중한 게 있을까/ 꿈을 입으로 꾸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꿈을 몸으로 꾸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 꿈은 반짝 꾸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꿈을 끝까지 꾸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 간절하게 절실하게 끈질기게/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


영화 ‘범죄도시’(2017)가 500만 관객을 돌파하던 날, 주연배우 윤계상(41)은 자신의 SNS에 박노해 시인의 ‘꿈은 간절하게’ 한 구절을 올렸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는. 지난 15년 간절하게 절실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견뎠고, 마침내 배우 인생에 꽃을 피운 순간이었다.

배우 윤계상의 이야기

사무치면 꽃이 핀다, 윤계상

“‘범죄도시’로 전환점…더 고민하고 연기할 것”


연기를 시작한 건 지난 2004년. 윤계상은 ‘국민 그룹’이라 불리던, 잘나가던 아이돌 그룹(god)의 삶을 뒤로 한 채 배우로 전향했다. 영화 ‘발레교습소’(2004)부터 ‘6년째 연애중’(2007), ‘비스티 보이즈’(2008), ‘풍산개’(2011), ‘소수의견’(2015) 등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고 연기 호평도 심심찮게 들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름 앞에는 ‘흥행 불운아’ 딱지가 앉았다. 상업배우에게는 치명타였다.

“흥행 때문에 슬럼프도 왔죠. 늘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해왔고 제 딴에는 열심히 했는데 봐주는 분들이 없는 거잖아요. 속상했죠. ‘난 목숨 걸고 하는데 왜 그러지?’ 싶기도 했고, ‘이게 내 길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어요. 근데 어쩌겠어요. 전 연기밖에 할 게 없는데(웃음). 또 제 장점이자 단점이 뭐가 됐든 시작하면 계속해요. 실패에도 익숙했고. 그래서 그냥 열심히 했죠.”


그렇게 부단히 달렸고 마침내 오명을 벗겨줄 작품을 만났다. ‘범죄도시’다. ‘범죄도시’는 개봉 당시 ‘남산성’, ‘킹스맨: 골든 서클’을 꺾고 688만 관객을 동원, 극장가를 장악했다. “~하니”로 끝나는 장첸(윤계상) 표 연변 사투리는 수많은 패러디를 낳으며 전국적 열풍을 일으켰다.


“제가 잘나서 이룬 게 아니란 걸 알아요. 그래서 더 감사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뿐이죠. 제 역할 하나가 아니라 작품 전체를 보고 연기할 때 모두가 빛난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찍으면서도 많은 걸 배웠던 작품이죠. 매번 제 배역 생각에 홀로 끙끙 앓았는데 ‘범죄도시’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걸 배웠어요. 연기자로서 가야 할 방향과 방법을 알게 된 거죠.”


이는 곧 다음 작품인 ‘말모이’ 작업에서 빛을 발했다. 윤계상은 더 넓은 시야로 현장을 바라보면서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캐릭터와 영화를 만들어 갔다. ‘말모이’는 1월 9일 개봉한 그의 신작으로 1940년대 전국의 우리말을 모아 사전을 만들었던 비밀 작전을 담은 작품이다.


“참여한 것만으로도 너무 뿌듯한 작품이죠. 사실 처음엔 연기 하기가 벅찼어요. 독립운동가(극중 윤계상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을 열연했다) 역할이라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죠. 세 살이 마흔 살의 마음을 표현하는 거처럼요. 하지만 함께하는 선배들 도움을 받으면서 조금씩 편하게 만들어 갈 수 있었어요. 최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절실하게 연기를 해 나갔죠.”


진정성과 절실함, 윤계상은 이번 인터뷰뿐 아니라 매번 연기 이야기가 나올 때면 이 둘을 강조했다. 이유를 물으니 “그것 말고 제게 무엇이 있겠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배우마다 특화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선한 기운일 수도, 남성성일 수도 있죠. 제게 재능이 있다면 그건 진정성과 절실함이라고 봐요. 사실 이 둘을 빼고 연기하라는 지적도 많이 들었죠.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요. 근데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거 안 하면 뭐 하겠어요? 더 진정성을 가지고 절실하게 고민하고 연습하는 게 맞죠.”

god 윤계상의 이야기

사무치면 꽃이 핀다, 윤계상

“다시 만난 멤버들…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


연기를 가장 사랑하는 천생 배우지만, 그렇다고 god를 빼고 윤계상을 말할 수는 없다. 1999년 god로 데뷔한 그는 2004년 홀로 팀을 탈퇴했고 이듬해 god는 잠정 해체됐다. 그들을 다시 불러모은 건 10년 후 가요계에 분 ‘1세대 아이돌 재결합’ 열풍이었다. god는 2014년 완전체 컴백을 알렸다.


“그저 지금처럼 함께 웃을 수 있는 게 좋아요. 재결합하면서 소중한 것들, 그동안 살고자 하는 의지 때문에 못 봤던 것들을 다시 보게 됐어요. 지금은 정말 감사해요. god를 할 수 있다는 것, 응원해 주는 팬들, 그리고 무엇보다 멤버들에게요.”


다섯 멤버가 따로 또 같이 보내온 세월은 어느새 20년을 맞았다. god는 그 시간을 추억하고 동시에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1월 10일 20주년 기념 앨범 ‘덴 앤 나우(THEN&NOW)’를 발매했다. 데뷔일인 1월 13일에는 서울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20주년 기념 콘서트 ‘프리젠트(PRESENT)’를 개최했다.


“콘서트 연습조차 너무 행복해요. 물론 여전히 저녁 메뉴 같은 말도 안 되는 거로 싸우지만(웃음), 그 자체만으로 너무 좋아요.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20년 전에는 상상도 못한 어려움이 생겼다는 거죠. 예를 들면 나이가 들어서 안무를 자주 까먹는다거나 프롬프트가 없으면 노래를 못 부른다거나(웃음)…. 근데 정말 그마저도 감사하고 즐거워요.”


최근에는 JTBC 예능 프로그램 ‘같이 걸을까’를 통해 멤버들과 또 다른 추억을 쌓았다. 오랜 친구와의 트레킹 여행이란 포맷 아래 god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걸었다. 윤계상은 그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언젠가 기회가 되면 멤버들이 주인공인 영화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7)를 보면서 그 생각을 했어요. 물론 우리가 세계적인 톱스타는 아니지만요. 그냥 예능처럼 현실적인 분위기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다만 19금 영화가 될까 봐 걱정이죠. 예전에 몰래카메라를 했다가 욕을 너무 많이 해서 방송에 못 나간 적이 있거든요(웃음). 멤버들에게 바라는 점요?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40대 윤계상의 이야기

사무치면 꽃이 핀다, 윤계상

“삶의 여유·유연함 생겨…잘 버텨나갈 것”


올해로 마흔하나(1978년생). 스물하나의 청년은 god 멤버로, 또 배우로 살아가며 중년에 접어들었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20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30대를 거쳐 도달한 지금, 윤계상은 어느 때보다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연해지나 봐요(웃음). 나이를 먹으니 너무 좋은 것도 너무 나쁜 것도 없어지는 듯해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하고 젊은 친구들의 마음도 이해하면서 세상이 재밌어졌어요. 요즘에는 ‘이 순간을 살자’는 생각을 자주 해요. 어차피 살아야 할 인생이라면 더 행복하게, 더 표현하면서 살자 싶죠. 이왕이면 선한 영향을 주면서요.”


나이를 먹으며 깨우친 건 하나 더 있다. 인생사 새옹지마. 윤계상은 지금의 안정과 행복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또 다른 인생의 시련이 온다 할지라도 괜찮다고 했다. 더는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젠 무언가 잘 안 돼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나한테 왜 이럴까?’ 싶을 정도로 힘들 때가 있었잖아요. 근데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있어서 지금 이 감사함도 느끼는 거죠. 삶이란 여정을 좀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할까요? 물론 살다 보면 또 힘든 날이 있겠지만, 그걸 잘 버텨야죠. 흔들리는 나 때문에 주위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은 없을 거예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jjy333jjy@newspim.com

2019.02.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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