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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김여정 특사' 이어 강경파 '김영철 카드'…김정은 속내는

by노컷뉴스

"남북관계 개선과 정상회담 의지 재강조"…"이중 플레이 경계해야" 지적도

'김여정 특사' 이어 강경파 '김영철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북한의 김영남과 김여정은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이어 또다시 ‘깜짝 카드’를 빼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을 특사로 파견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이번에는 폐막식에 거물급 인사가 포함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강경파 대남 총책'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남북대화 전면에 등장

그 주인공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오는 25일 경의선 육로로 내려와 27일에 돌아가는 일정으로 방남할 예정이다.

 

김영철은 당 통일전선부장을 맡아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다. 1990년대 이후 남북고위급 회담과 군사회담 등에 여러 차례 수석대표로 참여하는 등 군인 출신이면서도 남측과의 회담으로 잔뼈가 굵은 ‘남북회담통’이다.

 

이번 김여정 특사 카드를 통한 정상회담 제안에도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현재 당 중앙군사위 위원도 겸하고 있고, 인민군 정찰총국장을 맡기도 하는 등 군부에서도 실력자 역할을 해왔고, 김정은 위원장의 심복으로도 알려져 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을 주도한 배후로 지목되기도 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강경파 이미지가 강하다. 2014년 10월에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도 수석대표로 나와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해 사과나 유감 표명은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방남하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왜 하필 호전적인 이미지가 강한 김영철 카드를 선택했을까.

"강경파 내려보내는 것 자체가 대화 의지 강조"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홍익표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강경파를 보내는 것 자체가 대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본다”며 “남북관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인물을 남측에 보냄으로써 대화에 반대하는 북한의 내부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매파를 이용해 매파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폐막식에 참가할 것으로 예측했던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도 “김정은 위원장이 굳이 대외적으로 강경한 이미지의 김영철을 남측에 내려 보내는 것은 ‘우리가 이런 강경파까지 내려 보낼 정도로 관계개선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원장은 “동시에 북한으로서는 ‘우리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우리의 노선을 견지해 나가겠다’는 것을 미국 등에 보여주려는 의도도 깔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비롯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대내외에 천명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실장은 “김영철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청와대를 예방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초청 의사를 다시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 실장은 “김영철이 강경파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는 통일전선부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본다”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군사당국회담 개최 일정, 이산가족상봉 및 기타 인적 교류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식적 대남 기구 정상 작동 확인,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 신호"

북한의 대남 기구가 주도권을 쥐고 정상 작동하고 있다며 남북관계 진전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홍익표 의원은 “남북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통전부장이 대화업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고, 기존 대화채널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신호”라며 “여기에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까지 쌍두마차로 나선 것을 보면 대남담당 부서가 이번 사업에 확고하게 관여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여정 특사 방남을 계기로 겨우 살아난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김영철 통전부장 방남을 통해 더 크게 살려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성장 실장은 “북한이 두 차례나 고위급 대표단을 한국에 보내게 되면 우리 정부도 북한에 답방 형식으로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정상회담과 북핵 문제 등 양국의 관심사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철 방남을 통해 대북 특사 파견의 명분을 축적하고 남북정상회담 여건을 조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김영철 통전부장의 폐막식 참가는 정부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카드는 아니다. 김여정 특사 일행이 돌아간 이후 폐막식에 고위급 대표단을 다시 파견하는 문제를 북측과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김영철 방남과 관련해 비공식 접촉이 있었나’는 질문에 “고위급 대표단 방남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영철 방남의 목적은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김여정 특사 파견을 계기로 만들어진 남북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간다는 구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연스러운 기회에 북한 대표단을 만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날짜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폐막식이 열리는 25일에는 따로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게 없지만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논의들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김영철 단장의 카운터파트는 서훈 국정원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 접견 외에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고위급 당국자간 회동도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계속 강수 던지며 자신들 쪽으로 견인 의도"

다만 북한의 이중 플레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하면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에 큰 빚을 지게 되는 셈”이라며 “이를 잘 알고 있는 북한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한 수 더 강한 수를 두면서 남한을 자신들 쪽으로 견인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홍걸 의장은 “김영철은 통전부장을 맡은 이상 언젠가는 대화 일선에 나와야 되는데 폐막식을 좋은 기회로 삼은 것 같다”며 “올림픽 기간 중에는 축하 분위기로 갔으니 이후에는 서서히 북한에서 요구하는 것이 나올 수도 있고 이제부터가 어려운 단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기웅 전 원장도 “김영철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다양한 형태의 교류와 협력을 우리측에 약속하면서 이를 위해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군사적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손 전 원장은 “이럴 경우 북한의 요구를 다 수용할 수는 없지만 훈련 규모 축소나 시기 조절 등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전제 조건으로 북미 대화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도성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