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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슬림핏 교복 두려워요"
여학생들 교복 공포증

by노컷뉴스

'아동복 사이즈' 입는 여학생들, 청와대 게시판까지 습격

"슬림핏 교복 두려워요" 여학생들 교

중학교 교사인 김모(27)씨는 학생들의 복장을 단속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학생들이 체육복 등을 입고 있을 때면 교칙 때문에 "교복으로 갈아 입으라"는 지도를 하지만, 교복이 훨씬 활동하기 불편하다는 것도 이미 알고있다.

 

교복을 체육복이나 생활복으로 바꿔입는 학생들도 할 말이 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김모(16)양은 "고등학생이 됐지만 불편한 교복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중학생 때 교복 상의가 과하게 작고 짧아 매번 체육복으로 바꿔 입었던 기억 탓에 올해는 본래 입던 치수보다 큰 사이즈를 샀지만 여전히 상의는 불편할 만큼 짧다.

 

김 양은 "동복과 춘추복은 그나마 나은 수준"이라며 "여름이 되면 다 비치고 짧은 하복 셔츠를 입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학생들이 입는 하복 셔츠는 짧은 기장 탓에 책상에 엎드리면 셔츠가 훤히 올라가 맨살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 가만히 있어도 속옷이 비칠 정도로 얇다.

 

이때문에 보통 하복 셔츠 안에 민소매나 반팔 티셔츠를 덧대어 입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이를 '교칙'으로 지정해두기도 할 정도다. 더 단정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슬림핏 교복 두려워요" 여학생들 교

한 교복업체의 '슬림라인재킷' 광고.

여학생들의 교복이 과하게 짧고 작아 불편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그러나 교복업체들은 여전히 날씬해보이는 '슬림핏'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다.

 

교복 광고 속 날씬한 여자 아이돌들은 타이트한 자켓과 짧은 치마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하루에 열시간 넘게 교복을 입는 학생들에게는 그런 완벽한 '슬림핏'이 불편하다.

 

최근 유튜브에서 눈길을 끈 '교복입원프로젝트' 영상을 보면 이런 문제는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불꽃페미액션'이 제작한 이 영상에는 여섯명의 여성이 등장해 실제 여학생 교복 상의와 아동복 사이즈를 비교하고, 직접 착용해보기도 한다.

 

여학생용 교복셔츠와 남학생용 교복셔츠를 비교해봤더니, 여학생용 교복셔츠가 훨씬 비침이 심했다. 여학생용은 글씨 위에 셔츠를 겹쳐도 글씨를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반면, 남학생용은 다소 시간이 걸렸다.

"슬림핏 교복 두려워요" 여학생들 교

(사진=유튜브 '교복입원프로젝트' 영상 캡처)

키 170cm, 가슴둘레 94cm 기준인 여학생 교복 셔츠와 7~8세용 15호 아동복 사이즈를 비교해보니 가로 폭은 별 차이가 없었고, 기장은 아동복보다 훨씬 짧았다.

 

활동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사이즈로 만들어졌다 보니, 머리를 묶거나 팔을 뻗는 등의 동작도 하기 어렵다.

 

이렇듯 많은 학생들이 아동복보다 작은 교복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지만, 학교 내에서 체육복 등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중학교 2학년 추모(15)양은 "교복이 불편해 체육복을 입고 있고 싶어도 선생님의 확인증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물질 등으로 교복이 심하게 더러워졌거나 찢어지는 등 불가피한 상황에만 체육복을 입고 있는 것을 허가하는 '확인증'을 발급해준다는 것이다.

 

확인증이 없는데 수업시간에 체육복 등을 입고 있다면 지적을 받거나 혼나고 교복으로 갈아입으라는 지시가 뒤따른다.

 

실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교복 판매업체의 정책과 각 학교의 교칙 등 여러 가지가 얽혀있는 사안이라 명확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미 여학생들의 교복 디자인을 개선하도록 해달라거나 치마와 바지를 혼용해 입게 해달라는 청원이 수십건 올라와있는 상태다.

 

청원자들은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키에 맞는 사이즈의 교복을 입으면 몸에 과하게 달라붙고 짧아 교복에 몸이 갇힌 기분"이라며 "여학생들의 교복 디자인을 규제해 쓸데없는 허리라인을 넣거나 길이를 과도하게 짧게 만들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CBS노컷뉴스 권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