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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아동학대 신고했다가
'극성엄마'로 찍혔다

by노컷뉴스

"맞고소에 모함·블랙리스트…신상털이에 시달리다 개명까지"

아동학대 신고했다가 '극성엄마'로 찍

아동학대 신고 이후, 육아 카페나 SNS 상에서 엉뚱한 소문이 돌거나 모함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사진=독자 제공)

이 아이의 엄마는 "내가 사소한 것 가지고 유난 떤 진상 엄마로 찍혀버렸다"고 했다.

 

또 다른 엄마는 어린이집이 난방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상한 음식을 먹인다는 의심이 들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를 했다.

 

조사결과, 방임으로 인한 학대가 인정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수사기관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이 엄마는 자신과 아이의 신상정보가 유포돼 새로 찾아간 어린이집에서도 한 달 만에 쫓겨났다고 했다.

 

이 엄마는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절대 신고하지 않고 우리 애만 옮길 생각"이라고 했다.

 

아이와 엄마 모두 결국 개명했다.

'이미 소문 다 났어요' 블랙리스트형

 

이런 유형이 진화하면, 블랙리스트로 만들어진다. 학대 피해 아동을 다른 보육 기관에서 받아주지 않는 것이다.

 

2016년 12월 부산 사상구의 한 유치원에서 학예회 준비를 하던 원아 17명이 율동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 등 학대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관련기사: 부산 CBS '원생 뺨 때리고, 발길질…' 유치원 교사들 무더기 사법처리)

 

1심 재판부는 "유치원 소속 교사 10명 중 6명이 상습 아동학대로 기소된 사건으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라며 실형을 선고했다.

 

문제는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는커녕 당시 학부모 대표와 부대표를 맡아 신고를 주도한 이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점이다.

 

학부모 부대표 박은정(37) 씨는 "협회에 엄마들 이름이 오르내린다며, 우리 애를 받아주면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고 말했다.

 

빈자리가 있던 유치원도 "나가기로 한 아이가 안 나갔다"는 식으로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배울 곳도, 보호받을 곳도 없다. 우리 아이만 불쌍해져 버렸다"고 말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소형

 

아동학대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역으로 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5월 경기 수원에 사는 이모(36) 씨는 어린이집에 다니던 딸이 갑자기 다리가 부러졌다. 어린이집은 "혼자서 넘어졌다"고 했지만, 검찰 조사 결과 계속 우는 피해자에게 화가 난 교사가 등을 세게 쳐 넘어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이 씨는 지난해 11월 갑자기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것. 이 씨가 육아카페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글을 올린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했다가 '극성엄마'로 찍

육아 커뮤니티나 카페 등에 학대 피해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혐의 없음' 결론을 받지만, 고소 자체만으로도 학부모에게는 큰 압박이 된다. (사진=독자 제공)

이 씨는 "제 게시글에 댓글을 단 다른 사람까지 고소됐다는데, 어떻게 뭘 해야 할지 답답하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신고 이후 더 괴롭다"... 법적 보호망 절실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의심이 드는 경우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으며, 신고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불이익 조치에 대한 처벌 조항은 교사 등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조항일뿐이라 학부모들이 입는 2차 피해에 대한 법적 보호망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공혜정 대표는 "법은 의심만으로도 신고할 수 있게 해놓고, 신고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전혀 없다"며 "역으로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기까지 해 피해를 겪고도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오요셉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