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술 촌스럽다고? 전세계 컬렉터들이 주목하는 이유

[컬처]by 노컷뉴스

북한의 순수 미술은 없지만 조선화 등 자체적으로 발달

희소성 높아 전세계 컬렉터들의 관심 받아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그린 그림 국내에서도 전시중

정상회담으로 DMZ 내 태봉국 철원성 발굴 본격화될지 관심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 방송 : CBS라디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의

◇ 임미현 > 매주 목요일은 문화 트랜드를 읽고 실생활과 접목하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나와있습니다. 조 기자. 반갑니다.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 임미현 > 남북 정상회담 뉴스를 특별방송으로 쭉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북한 예술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오셨다면서요.


◆ 조은정 > 네 그렇습니다. 어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넨 선물이 공개됐었는데요. 바로 유화 그림이었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때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 있었던 백두산 그림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다시 화폭에 옮겨놓은 건데요. 어제 문 대통령이 만수대 창작사에서 북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일정도 있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그림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1차 정상회담때도 민정기 화백이 그린 '북한산'이라는 그림을 유심히 보면서 문 대통령에게 "어떤 기법으로 그렸느냐"고 묻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북한의 미술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앵커께서는 북한 미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노컷뉴스

◇ 임미현 > 아무래도 체제를 선전하는 그림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요. 건물 외벽 같은 곳에 선전화들이 많은 것 같구요.


◆ 조은정 > 네 북한은 기본적으로 미술을 체제 선전의 도구로 삼고 있는데요.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순수 예술, 현대미술의 개념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는 북한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만이 극도로 발달을 하고 있는건데요. 그간 북한 미술에 대한 안좋은 편견들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미술계에서는 체제 선전만 한다. 촌스럽다. 값도 싸다. 위작이 많다. 등등의 편견들이 있어왔는데요.


그런데 요즘 북한 미술을 전세계에서 다시 주목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컬렉터들이 북한의 미술을 찾고 선호하고 있구요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북한 미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 임미현 > 왜 그런 걸까요? 희소성 때문에 그런가요?


◆ 조은정 > 네 희소성은 정말 확실하죠. 이런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을 하는 나라는 이제 북한밖에는 없기 때문에 외국 컬렉터들 입장에선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또 기법적인 측면에서 북한 화가들은 세대가 지나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조선화라는 양식이 대표적인데요. 전통 채색화를 발전시킨 조선화는 북한에만 있는 양식입니다. 이상문 김인석 김기철 등 뛰어난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기도 했구요.

노컷뉴스

광주 비엔날레에 전시된 북한화. (사진=조은정 기자/자료사진)

◇ 임미현 > 저는 궁금하긴 한데 아직 보질 못해서 감이 잘 안오네요.


◆ 조은정 > 마침 또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광주 비엔날레 기간이잖아요. 광주 비엔날레에서 북한의 조선화 작품들이 특별전 형태로 전시되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수차례 평양을 오가면서 북한미술을 연구하고 있는 문범강 조지타운대학교 교수가 큐레이터를 맡았습니다. 문 교수는 북한 미술을 우리 시각으로만 봐선 안된다고 얘기했습니다. 문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우리가 보는 시각에서는 북한에는 순수 미술이 없어요. 그렇지만 그쪽에서는 너무나 좋은 미술을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표현력이라든지 같은 주제를 하더라도 작가마다 다르게 표현한다던지, 작가 정신이나 노력 정신이 들어있거든요. 그런 시각에서 북한 미술을 봐야돼요. 같은 범주가 아닌데 똑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임미현 > 조 기자도 직접 그림 보셨나요? 어땠나요?


◆ 조은정 > 네 저는 광주에서 그림을 직접 봤는데요. 노동 현장을 그린다거나 임진왜란을 그린 대작들도 많은데 그중에서 저는 소나기가 내려서 버스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는 주민들의 모습이나 북한의 여학생들이 봄날에 도시락을 까먹는 등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그림들이 가장 마음에 남더라구요. 북한에서도 이런 일상적인 소재들을 그리는구나. 우리가 생각하는 순수 미술은 아니지만 북한에도 미술이 삶에 위안을 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법적으로는 아주 뛰어났구요. 오히려 현대미술을 보다가 추상성이 전혀없는 큰 사실주의 그림을 보니까 좀 시원한 맛도 있더라구요.


◇ 임미현 > 그렇군요. 북한 미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고 나름의 미학이 있다는 얘기군요. 저도 궁금해지네요.


◆ 조은정 > 네 마침 광주에서 전시를 하고 있으니까요 기회가 되시면 꼭 전시를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노컷뉴스

광주 비엔날레에 전시된 북한화. (사진=조은정 기자/자료사진)

◇ 임미현 > 정상회담으로 남북 문화 교류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 같은데, 주목할 만한 것이 있을까요?


◆ 조은정 > 네 모든 문화체육예술 분야에서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문화재 공동발굴의 의미가 깊습니다. 올해가 고려 건국 1100주년인데요. 고려 황제가 정사를 봤던 북한 개성 만월대에 대한 공동 발굴조사가 3년만에 재개됩니다. 다음달 초에 정식으로 발굴이 진행되는데요. 무려 400년간이나 고려의 정궁이었던 만월대는 고려 문화의 정수가 담긴 문화유산입니다.


이번에 신임 문화재청장이 베테랑 기자 출신으로 임명됐는데요. 남북 문화재 교류의 포부가 남달랐습니다. 정재숙 청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문화재는 휴전선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는 우리의 오랜 핏줄이 연결돼 있습니다. 앞으로 남북 교류에 문화재가 가장 뜨겁게 나갈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만월대 발굴은 2007년부터 총 7차례 해왔는데요. 정치 기류가 냉랭해도 그나마 간간이 이어져 왔었습니다. 지금까지 건물 40동, 축대 2곳, 대형계단 2곳, 유물 1만6500여 점이 확인돼 큰 성과를 냈습니다. 이번에 훼손이 심한 축대 부분을 우선 복원합니다.


이밖에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남북이 씨름을 공동 등재하는게 논의되고 있구요. 평양 고구려 고분에 대한 공동발굴도 추진될 예정입니다.

노컷뉴스

문범강 교수가 북한미술 관련 강연을 하는 모습 (사진=조은정 기자)

◇ 임미현 > 어제 정상회담 합의된 내용 중에 비무장지대 안에 역사유적 공동 발굴도 들어가 있던데 이건 어떤 내용인가요?


◆ 조은정 > 네 어제 합의서에 "비무장지대 역사유적을 민족 정체성 회복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공동조사를 추진한다"고 명시했는데요. 바로 태봉국 철원성에 대한 발굴을 의미하는 걸로 보입니다.


디엠제트 안에 유적지가 있었다는 사실 잘 모르는 분들 많을텐데요. 태봉국 철원성은 '궁예도성'으로 알려져있는데 궁예가 강원도 철원에 수도를 정한 905년부터 918년까지 사용한 도성입니다. 비무장지대 안에 위치해 있어서 군사분계선이 가로지르면서 반토막이 났습니다.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유적이기도 하구요. 자료도 많이 없어서 학계에서는 장기 미제이자 숙원사업이었습니다.


내성이 무려 7.7km, 외성이 12.5km로 추정되는 거대한 성터인데요.


그간 얘기만 나왔지 한번도 실제 발굴이 이뤄진 적은 없는데요. 이번에 합의문이 포함이 된만큼 발굴의 첫발을 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철원성이 발굴된다면 전세계에 남북 화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의미있는 작업이 됩니다.


◇ 임미현 > 네. 문화재발굴은 역사적으로도 정말 의미있는 일인만큼 함께 응원해야겠습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9.02.13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