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스마트폰 쓰면서 사라진 4가지

[이슈]by 노컷뉴스

편지, 채널다툼, 대화, 운동


"친구들아 군대 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 않게.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 장 고이 접어 보내오"

노컷뉴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가수 고 김광석의 절창으로 잘 알려진 '이등병의 편지' 중 일부이다. 대한민국 남성(병역 면제자 제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 노래 가사가 이제는 옛말이 돼가고 있다. 편지를 쓰는 병사들이 진작부터 사라지고 있다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같은 추세에 종지부를 찍었다.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되면서 필기도구와 편지지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과거의 유물이 됐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일과시간 뒤 언제든 부모님은 물론 친구들과 연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더 이상 TV채널을 두고 다투지 않는다. 걸그룹 '레드벨벳'을 보고 싶어하는 병사들이 '트와이스'를 영접하고 싶은 병사들과 신경전을 벌이지 않는다. 고참이 '블랙핑크'를 봐야 한다며 채널을 고정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스마트폰과 이어폰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을 보고 듣는다. 강수지를 좋아하는 고참 때문에 김완선을 포기해야 했던 한 세대 전 병영의 모습과는 천지 차이이다. 아버지 세대와의 공통점도 있다. 트와이스를 좋아하든 블랙핑크나 레드벨벳을 선호하든 케이팝의 절대강자 방탄소년단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혈기왕성한 병사들에게 보이밴드는 관심 밖이다.


과거 내무반이라고 불리던 생활관에서 대화가 줄어든 점도 스마트폰 보급 뒤 달라진 풍경이다. 일과시간을 마친 사병들은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외부와 소통한다.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단체대화방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게임을 하거나 관심 있는 연예인의 근황을 살피는가 하면 뉴스를 보며 바깥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자기계발에 관심이 있는 병사들은 마치 취업준비생처럼 관련 분야의 정보를 검색한다.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 전동차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병영에서도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운동을 하는 병사들도 많이 줄었다. 한 달 전만 해도 일과를 마친 병사들은 농구나 족구 등을 하면서 소일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스마트폰을 손에 넣은 뒤에는 운동하는 시간을 확 줄였다고 한다.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한 공중전화가 영내에서 철거되고 있고, 생활관에 한 대 씩 있었던 병사 수신전용 휴대전화도 사라졌다.


대구 지역에서 근무하는 A상병은 "휴대전화 사용이 자유로워지면서 병영의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며 "외부와의 고립에서 비롯되는 단절감이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이 달부터 현역 병사들을 대상으로 일과시간 후 휴대전화 사용을 시범실시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조근호 기자​
2019.04.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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