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성 투약한 에토미, 왜 마약 아닐까?"

[이슈]by 노컷뉴스

휘성 투약한 '에토미데이트', 원래 전신마취제

국정농단 당시 朴청와대 구입 약품에도 있어

중독성 없어서 마약류 지정 안돼, 관리 부실

호흡곤란 부작용, 혼자 투약했다 사망하기도

유통과정 3년에 한번 점검, 엄격한 관리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우리 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탐정 손수호. 오늘도 손수호 변호사 나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탐정에서 들여다볼 사건은 뭡니까?


◆ 손수호> 오늘은 약물 이야기입니다. 올해 2월 탐정 코너에서도 이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프로포폴 의혹을 다뤘죠? 그런데 오늘은 여러 약물 중에서도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에토미데이트 이야기입니다.


◇ 김현정> 가수 휘성 씨가 연관된 일이 터지면서 이 약물이 지금 화제로 떠오른 거죠?


◆ 손수호> 네, 3월 31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한 상가 화장실에서 가수 휘성 씨가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상태로 발견됐죠. 경찰에 신고한 목격자에 따르면, 화장실 한켠에 몸을 구긴채 쓰러져서 추운 듯이 미세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고 합니다. 또 당시 머리맡에는 한 뼘 길이 주사기와 5cm 크기의 하얀색 약통이 있었고, 옆에 있던 검은색 봉투에는 주사기 3개와 약통 4개가 더 있었어요. 깜짝 놀라서 누구와 같이 왔냐, 괜찮냐, 이렇게 물었지만, 네라는 답만 반복했는데요. 심지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과 경찰관이 휘성 씨가 정신 차릴 때까지 한 시간 동안 기다린 다음 경찰서로 데려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 김현정> 그 쓰러지기 전에 주변 상가에서 찍은 CCTV들. 그게 나왔죠?


◆ 손수호> 네, 유명한 연예인이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람과 만나서 약물을 직거래하고 그 과정에서 근처에 있는 은행 ATM기를 4번이나 드나드는 모습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어요. 그런데 휘성 씨는 이 에토미데이트를 구입한 다음 멀리 가지도 않고 바로 주변에 있는 화장실에서 스스로 투약했어요.


◇ 김현정>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많이 궁금하셨을 것 같아요. 얼굴 보면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이 알 정도인 그 유명인이,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람한테 샀다 치죠. 그거를 맞으러 자기 집까지 가지 않고 근처에 있는 화장실로 가서 자기가 주사기를 꽂았다? 신분 노출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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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호> 네, 신분 노출을 감수하고 대낮에 대로변에서 판매자를 만나 직거래한 거잖아요. 그리고 곧바로 화장실에서 투약까지 하고. 그 후 30분 만에 쓰러진 채 발견됐죠. 그렇다면 이 에토미데이트, 줄여서 에토미라고도 부르는, 이 에토미데이트가 도대체 어떤 약물이기에 이런 일이 생긴 건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그 휘성 씨는 이렇게 해서 쓰러진 다음에 이틀 뒤에 그 같은 약물을 또 투약한 채로 역시 어떤 다른 상가 화장실에서 또 발견이 되기도 했잖아요. 도대체 왜 이런 것이냐. 에토미데이트, 어떤 약물입니까?


◆ 손수호> 그에 앞서 우선 휘성 씨는 마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 나오고 구속영장 기각돼서 일단 지금 풀려난 상태이고, 불법으로 약물을 판매한 사람은 구속돼서 조사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약사법 위반이 되는 거죠? 판매하면 안 되는데.


◆ 손수호> 그렇습니다. 에토미데이트는 정맥에 주사하는 전신 마취제입니다. 수면내시경 검사 등에 사용되죠. 효능이나 용법은 프로포폴하고 상당히 비슷해요. 그런데 수면 유도제로 부르는 건 정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에토미데이트의 본래 기능은 중추신경 기능을 억제시켜서 의식, 전신 지각을 상실하게 하는 마취제입니다.


◇ 김현정> 마취하고 수면은 다르죠?


◆ 손수호> 그렇죠. 마취제하고 수면제는 다른데요. 그런데 마취 용량 미만으로 사용하면 단시간에 어떤 진정 효과를 나타내지만, 기본적으로 잠들게 하는 건 아니고 마취시켜서 정신을 잃게 하는 약물로 보면 되겠습니다.


◇ 김현정> 마치 잠자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마취를 시켜서 정신을 잃게 한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부작용도 있다면서요.


◆ 손수호> 있죠. 깨어난 다음 구토, 어지럼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요. 가장 큰 위험은 중추신경 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에 호흡도 억제될 수 있다는 점인데요. 따라서 반드시 의료인이 옆에서, 의사가 옆에서 투약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데요. 작년 1월 서울의 한 모텔에서 20대 여성이 스스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후 사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의외로 이 에토미데이트가 다른 정맥 마취제에 비하면 약물 의존성, 그리고 또 남용의 위험, 중독성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해요.


◇ 김현정> 중독성은 없어요?


◆ 손수호> 네, 그렇습니다. 투약하지 않을 때의 금단 증상을 비롯한 신체적 중독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인데요. 물론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된 다른 약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의미이지 전혀 없다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신체적 중독성이 크지 않아도 심리적 의존성은 생길 수 있죠.


◇ 김현정> 심리적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 그럼 중독성 있는 거 아니에요?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거랑 달라요?


◆ 손수호> 경계가 약간 애매한 측면이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신체적 중독성이 거의 없지만 일부에게는 나타날 수 있거든요. 그리고 한 연구에 따르면 에토미를 투약 받을 때 잠깐이나마 어떤 비정상적 행복감을 느끼는 이런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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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프로포폴도 사실 그렇다고 하잖아요.


◆ 손수호> 이 둘은 성분은 다르지만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죠. 우선 마취제이고 정맥주사제이고 또 신체에 작용하는 원리, 이런 작용 기전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또 유통되는 제품의 생김새도 비슷해요. 그리고 프로포폴이 나오기 전에는 에토미데이트가 가장 널리 사용된 수면 마취제였습니다.


◇ 김현정> 그게 국정농단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나왔던 약물 아니에요?


◆ 손수호> 맞습니다. 2016년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약품 구입 목록이 나왔잖아요. 그때 에토미데이트 구입 사실이 확인되면서 상당히 논란이었고요. 당시 청와대는 이거 프로포폴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초응급 상황에서 기관 삽관 시 근육 긴장 풀어주는 근육진정제로 구입한 거고 의무실장이 항상 휴대하고 다닌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그런 목적이라면, 그에 필요한 장비, 설비를 항상 갖추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죠.


◇ 김현정> 그러면, 정리를 다시 하면, 에토미데이트가 마약은 아니고.


◆ 손수호> 아니죠.


◇ 김현정> 그런데 생각해 보면 모르핀 있잖아요. 그걸 진짜 마약류로 취급이 되죠?


◆ 손수호> 그렇죠. 맞습니다.


◇ 김현정> 그것도 의료용으로 쓰이잖아요. 모르핀도?


◆ 손수호> 당연히 쓰이죠.


◇ 김현정> 그런데 이 에토미도 잘 관리하면 됐을 텐데 왜 어떻게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죠? 시중에. 휘성 씨가 아무한테나 가서 살 만큼?


◆ 손수호> 완벽하게 잘 관리하면 문제는 없겠죠. 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문제가 되는 건데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프로포폴처럼 관리대장 만들어서 기록해야 하고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하지만 에토미는 현재 단순히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을 뿐이에요. 따라서 당연히 의사 처방은 필요하지만 향정만큼 적극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는 않고요, 바로 그 부분이 문제죠.


◇ 김현정> 향정신성 의약품, 마약류에서 빠진 이유는 뭐예요? 심리적 의존성이 있고 일부에서는 중독성도 있고 그런데도?


◆ 손수호> 신체적 중독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빠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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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마약류냐 아니냐 구분하는 건 그 중독성 여부가 제일 중요한 거군요?


◆ 손수호>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에토미를 마약류로 보지 않고 전문의약품으로만 보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런데 지금 휘성 씨가 사서 주사기 꽂은 다음 화장실에 쓰러지고 경찰서에 가고. 이런 일이 보도됐는데도 이틀 후에 다시 한 걸 보면 ‘중독성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들 많이 하는데요.


◆ 손수호> 의학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고요, 신체적 중독성과 심리적 의존성을 구분해야 할 필요도 있죠.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어요. ‘프로포폴하고 거의 차이 없다면 에토미도 프로포폴처럼 마약류로 지정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당연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식약처가 전문가 회의를 열어서 마약류로 지정할 것인지 검토했어요. 하지만 중독성, 의존성이 없으므로 마약류로 지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여러 번 이런 문제 제기가 있었고 전문가들이 몇 번이나 검토했지만 ‘아무리 봐도 중독성은 없다. 중독성이 없는데 있다고는 할 수 없지는 않느냐. 그래서 마약은 아니다’ 이런 결정이 났다?


◆ 손수호> 하지만 실제로 에토미가 이처럼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남용 사례가 굉장히 늘고 있죠.


◇ 김현정> 그게 문제예요.


◆ 손수호> 2011년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되면서 에토미데이트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2013년에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 병원장이 적발됐는데, 그 사람이 에토미데이트까지 불법으로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죠. 또 2015년에는 에토미데이트를 빼돌려서 비싼 값에 팔아넘긴 조직폭력배들이 검거됐습니다. 무려 앰플 5,000개를 빼돌려서 유흥업소 종사자 등에 팔아서 4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는데요. 마약류가 아니기 때문에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어요. 그런데 최근 가장 큰 문제는 에토미를 SNS 등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인데요.


◇ 김현정> 여러분, 그러니까 헷갈리면 안 되는 게, 마약류로 정해져 있지 않을 뿐이지 전문의약품인 거예요. 그래서 의사 처방 없이는 맞을 수가 없는 건데, 지금 이렇게 SNS를 통해서 온라인상에서 막 돌아다니고 있다는 거잖아요. 불법적인 판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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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에토미데이트

◆ 손수호> 그렇습니다. SNS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어요. 그리고 거래 가격을 보면 10ml 앰플 10개들이 한 박스가 120만 원에서 140만 원 정도인데, 수입 판매사의 가격을 보면 앰플 하나에 4,300원쯤이거든요? 그러면 단순히 계산할 때 한 30배 정도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거죠. 심지어 어떤 연예인도 우리 고객이라고 홍보하고 또 필요하면 내가 직접 주사를 놔주겠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한편 놀랍게도 프로포폴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에토미데이트는 더 그렇겠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마약류로 지정한 것 중 하나가 대마인데요. 이 대마도 다른 나라에서는 마약류로 보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우리나라는 왜 이걸 마약류로 분류하고 단속하는가. 중독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 또 중독성이 낮더라도 여기에서 시작해서 다른 강도 높은 마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죠. 어찌 보면 프로포폴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규제하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어떤 나라는 대마초를 마약으로 보는데 어떤 나라는 안 보고, 우리는 프로포폴도 마약류로 보고 관리를 하기 시작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또 아니고. 이게 나라마다 전문가들의 판단이 다 다른 거로 봐서는 이 에토미라는 것도 사회적인 폐해가 커지면 언젠가는 마약류로 넣을 수도 있겠네요. 가능성도 있겠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어 보여요. 오남용된다고 해서 전부 다 마약류로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관리 체계는 다시 손봐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마약류로 분류되기 전에 관리는 어떻게 식으로 강화돼야 된다고 보십니까?


◆ 손수호> 지금 이렇게 불법 투약이 늘고 있는 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어디선가 빠져나가기 때문인데요. 제조사에서 나갈 수도 있고, 수입 판매사에서 나갈 수도 있고, 아니면 병원으로 갔다가 거기서 빠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프로포폴과 비교해 볼 수밖에 없는데요, 프로포폴은 정확하게 관리대장을 기재하고 엄격한 관리를 합니다. 그래도 문제가 생기는 상황인데, 에토미는 아예 그렇지 않은 거거든요. 지금 현재 관계 당국이 유통과정을 정기 정검하긴 해요. 하지만 3년에 한 번입니다. 이렇게 느슨하기 때문에 어디선가 빠져나갈 수 있는 거겠죠.


◇ 김현정> 느슨하네요.


◆ 손수호> 관리가 더 촘촘해져야 합니다.


◇ 김현정> 여러분, 요즘 휘성 씨 사건 보도되면서 우리 입에 오르내렸던 이름, 에토미데이트. 오늘 정말 손 탐정이 정말 깊이 있게 얘기를 해 주셨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견들 받으면서 손 탐정님, 오늘 우리 유튜브 댓꿀쇼에서 이 얘기 좀 더 해 보죠.


◆ 손수호> 알겠습니다.


◇ 김현정> 고생하셨습니다. 탐정 손수호였습니다.

2020.04.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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