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장대호, 유동수..그들은 왜?"

[이슈]by 노컷뉴스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어서 오세요.


◆ 손수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탐정 코너에서 들여다볼 사건은 뭔가요?


◆ 손수호> 용인 토막살인 사건입니다.


◇ 김현정> 사건 이름부터 섬뜩하네요.


◆ 손수호> 피의자는 중국 국적의 49세 남성 유동수입니다. 조선족이라고도 부르는 중국동포인데요. 어제 용인 동부 경찰서가 피의자 유 씨를 살인, 사체 손괴, 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그리고 경찰서 앞에서 유 씨가 모습을 드러냈죠.


◇ 김현정> 신상이 공개되면서 어제 하루 종일 뜨거웠던 이름이죠. 유동수. 그런데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다 신상 공개하는 건 아니잖아요.


◆ 손수호> 그렇죠. 특강법에 얼굴 등 신상 공개 요건이 규정되어 있죠.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 범죄일 것. 살인은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죄를 범했다고 볼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또 국민의 알 권리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일 것. 이러한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봐서 신상 공개 결정을 내렸습니다.


◇ 김현정> 자백을 했습니까? 제가 왜 질문하냐면. 화면상으로 볼 때는 반성하는 기미가 안 보이더라고요.


◆ 손수호> 기자가 물었어요. 범행을 부인하는 거냐고. 그러자 “네”라고 짧게 대답했거든요. 또 고개를 숙이거나 얼굴 가리려는 노력도 안 했어요. 기자가 이어서 경찰이 확보한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는 거냐고 물었는데,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나중에 검찰 가서 얘기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없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서 “없다”고 짧게 말하고 경찰서를 떠났습니다.


◇ 김현정> 어제 하루 종일 떠들썩했던 유동수 사건. 사건 개요를 짚어보죠.


◆ 손수호> 지난 7월 26일이었습니다. 중국 국적의 40대 여성 A씨가 갑자기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았고 연락도 안됐어요. 그래서 동료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고요. A씨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유동수를 용의자로 보고 다음 날 27일 긴급체포한 후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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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연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중국 교포 유동수가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거의 곧바로 유 씨가 용의자로 지목된 거죠?


◆ 손수호> 실종된 A씨의 휴대전화를 통해서 유 씨와 A씨가 만난 사실을 확인했어요. 또 결정적으로 유 씨가 살던 원룸 방에서 A씨의 혈흔도 발견됐습니다.


◇ 김현정> 혈흔.


◆ 손수호> 또 CCTV 영상도 확보했는데요. 유 씨가 범행 현장에 있던 이불을 내다버리려고 하는 장면과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 등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유 씨는 이런 증거가 있었는데도 A씨를 죽이지 않았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이후 묵비권 행사했어요. A씨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다 결국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거죠?


◆ 손수호> 네. 경찰이 영상을 토대로 해서 유 씨 집 주변을 수색했어요. 이틀 만인 7월 29일 저녁 유 씨 집 인근 하천변에서 여성으로 추정되는 사체의 일부를 발견했고요. 그 후 이틀에 걸쳐 시신의 나머지 부분도 모두 발견했습니다.


◇ 김현정> 잔혹했어요.


◆ 손수호> 상반신 등은 유 씨 집과 2km 정도 떨어진 하천변에 매장돼 있었고, 나머지 부분은 집에서 3km 정도 떨어진 다리 교각 근처에서 발견했습니다.


◇ 김현정> 살인, 사체 훼손, 유기. 이렇게 끔찍한 범행을 도대체 왜 저지른 거예요?


◆ 손수호> 범행 동기가 중요하죠. 유 씨는 10년쯤 전 재일동포 비자로 입국해서 일용직 일을 하면서 생활하다가 A씨를 알게 됐어요. 얼마 전까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유 씨와 A씨는 모두 중국에 배우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연인 관계였지만 최근 헤어진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아무리 헤어졌어도 살인을 하고 사체 훼손까지 한 건 도대체 왜 그런 건가요?


◆ 손수호> 아직 경찰도 정확한 범죄 동기를 특정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둘의 관계 그리고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등을 볼 때 치정에 의한 범행이 아닐까 추정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사실 이 사건처럼 한때 가까웠던 사이에서 잔혹한 범죄가 벌어진 사례가 그렇게 드물지 않습니다.


◇ 김현정> 가까운 사이인데 어떻게 이렇게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 번뜩 떠오르는 게 고유정 사건입니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혼한 전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죠. 방송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잔혹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어요. 결국 시신을 아예 찾지 못했죠. 그래서 머리카락 몇 올로 장례를 치렀고요. 또 얼마 전에는 지인을 살해하고 사체 훼손해서 바다에 유기한 파주의 한 30대 부부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그 사건에서도 유기한 사체 일부가 끝내 발견되지 않았죠.


◇ 김현정> 그런데 여러분. 사실 살인 사건은 늘 있었죠. 그런데 요즘 들어 유독 더 잔혹하다는 생각 안 드세요? 왜 잔혹하게 사체를 손괴하고 토막을 내고 유기를 하는가. 도대체 왜 이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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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차근차근 짚어보죠. 첫 번째, ‘죄적 인멸과 CCTV’.


◇ 김현정> CCTV가 왜요?


◆ 손수호> 계획 범죄이든 우발적 범행이든, 범죄자 입장에서, 살인 후 범행 사실을 은폐하고 죄적을 인멸해서 처벌을 피하려면 가장 중요한 살인의 증거인 사체를 숨겨야 할 겁니다. 그런데 최근 CCTV가 촘촘히 설치되면서 범인 검거와 증거 확보가 용이해졌습니다. 도시 지역은 더더욱 그렇죠. 그런데 반대로 보면, 범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숨기기 어렵게 된 겁니다. 공범이나 조력자가 없는 단독 범행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람 사체의 크기와 무게 등으로 인해서 촘촘히 설치된 CCTV를 피해서 들키지 않고 사체를 옮겨서 숨기는 게 쉽지 않은 거죠.


그래서 CCTV 등 감시망을 피해 사체를 용이하게 나누어 옮기고 숨기기 위해 끔찍한 사체 손괴를 선택할 가능성이 생기는 거죠. 그리고 더 끔찍한 일인데요. 지문 확인을 막기 위해서 손가락을 모두 절단하거나 치과 치료 상태를 통한 신원 파악을 막기 위해 치아를 훼손하는 경우도 있어요. 범죄자 입장에서는 기능적인 관점에서 행하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두 번째는요?


◆ 손수호> ‘응징’과 ‘경고’. 엄청난 갈등으로 인해서 누군가를 살해하고 살해 이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추가 응징 차원에서 사체를 훼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민족 갈등, 부족 갈등, 종교 갈등, 전쟁, 내전 등등의 경우인데요. 오래 지속된 가정폭력이나 성 학대가 원인이 되기도 하죠. 또는 피해자와 관계가 있는 누군가에게 경고 메시지를 주기 위해 사체 훼손하기도 하죠.


◇ 김현정> 이 사람을 보고 너 느끼는 거 없어 이런 경고의 메시지로 끔찍하게 살해한다?


◆ 손수호> 네. 또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구체적인 진술을 할 경우 다음 피해자는 당신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일 수도 있고요.


◇ 김현정> 협박일 수도 있겠군요. 세 번째 이유는 뭡니까?


◆ 손수호> 세 번째, ‘분노 사회’. 살인과 사체 훼손의 원인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사소한 일들이 이러한 끔찍한 사건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얼마 전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한강 시신훼손 사건의 범인 장대호. 모텔 투숙객과 시비가 있었죠.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고 무시한다는 이유였습니다.


◇ 김현정> 기가 막히죠.


◆ 손수호> 또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김성수, 서울대공원 시신훼손 사건 변경섭. 역시 단순 말다툼에서 시작된 사건이었습니다.


◇ 김현정> 이게 분노 사회와 연관 있다고 보시는 거예요?


◆ 손수호> 평범한 정상인이면 설령 분노를 느끼더라도 사회적으로 판단해서 그 분노 감정을 억제하게 됩니다.


◇ 김현정> 소소한 걸로 싸움이 시작돼서 말다툼하거나 더 격해져서 주먹다짐을 할 수는 있어도 그게 살해로 연결된다는 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일이죠.


◆ 손수호> 그래서 그런 분노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심리적 장치가 망가진 거 아니냐는 분석이 있어요. 그런데 분노가 살인 등 강력범죄로 연결되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해요. 불안정한 심리 상태가 폭발해서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 위한 계기가 있다는 거죠. 이와 관련해서 형사정책연구원이 살인범 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요. 살인 가해자는 일반인에 비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피상적이고 반사회적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에요. 적극적으로 계획해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대한 잘못된 대응으로 이러한 잔혹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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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오히려 방어적이어서 잔혹한 거다?


◆ 손수호> 그래서 이러한 계기 또는 트리거가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좌절이나 울분이 쌓이면서 우리 사회의 긴장 정도가 높아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분노 사회가 되면서 잔혹 범죄도 더 많아지는 거다, 이렇게 해석이 되는 거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보급과 보도량 증가도 함께 살펴봐야 하는데요.


◇ 김현정> 그건 어떤 의미입니까?


◆ 손수호> 우선 첫 번째 측면으로, 이런 끔찍한 사건에 대한 보도나 관련 동영상이 늘어나면서 유사 범죄의 원인이 되고 있지 않냐는 지적입니다. 모방범죄 가능성도 있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 실제 현실보다 이런 사건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2017년 대검 범죄 통계를 보면 10년 동안 살인 범죄가 20% 정도 감소했어요.


◇ 김현정> 그래요?


◆ 손수호> 강도는 약 75%나 감소했습니다.


◇ 김현정> 감소했어요?


◆ 손수호> 성범죄를 제외하면 나머지 점점 줄어드는 추세거든요. 이렇게 실제로는 줄어들고 있지만 마치 훨씬 더 늘어난 것처럼 느끼는 건 보도에 의한 착각일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선정적인 기사가 아주 쉽게 널리 전파될 수 있죠. 그런데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저희가 오늘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옹호해 주려는 게 절대 아닙니다.


◇ 김현정> 절대 아니죠.


◆ 손수호>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특히 사체 손괴, 유기, 은닉죄는 형법 제12장에 규정되어 있는데요, 이게 ‘신앙에 관한 죄’거든요. 사망자에 대한 사회적 풍속으로서의 종교적 감정을 보호하는 규정이에요. 장례식방해죄, 제사방해죄와 같은 장에 속해 있습니다. 사체 관련 범행은 유족은 물론이고 다른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미치는 충격이 대단히 큽니다. 엄하게 처벌을 해야 하죠.


◇ 김현정> 그럼요.


◆ 손수호> 그런데 2018년 경찰청 통계를 보면, 살인 동기를 분류할 때, 우발적 살인이 3분의 1에 달하는 반면 보복 살인은 1% 미만입니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형량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 계획 범죄가 아닌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따라서 혹시 실제로는 계획 범죄이고 보복 살인인데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살인 동기를 정확히 밝혀내야 합니다. 피고인 개인에 대한 양형에 영향을 주는 건 물론이고, 정확한 자료가 축적돼야 범죄 예방을 위한 연구에 도움 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유동수 사건으로 들여다본 우리 사회의 잔혹 사건들. 여기까지 살펴보죠. 탐정 손수호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네.

2020.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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