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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무지개를 담아,
동성애 미술(Homosexuality Art)

by노트폴리오 매거진

무지개를 담아, 동성애 미술(Homo

영화 '아가씨'中 한 장면, 출처: 조선닷컴

“나의 구원자, 숙희.”

가슴을 찌릿하게 만드는 이 명 대사는 <아가씨>에 등장한다. 영화<아가씨>는 국내 상업영화에서 흔치않은 소재인 ‘동성애 코드’를 기반으로, 칸 영화제 초청 및 미술 감독상을 수상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어쩌면 한국관객에는 다소 낯선 소재인 ‘퀴어 장르’가 관객들의 기대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아가씨와 숙희의 이질적인 사랑을 미학으로 승화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객들이 ‘동성애’보다는 영화<아가씨>의 스토리 자체를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동성애를 미학적으로 표출한 예술, 즉 동성애미술(Homosexuality Art)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무지개를 담아, 동성애 미술(Homo

천지창조 미켈란젤로, 벽화, 바티칸 미술관, 1511~1512,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동성 간의 관계(relationship)를 다룬 작품의 시초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먼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두 남자’부터 이야기해보자. 바로 르네상스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와 ‘미켈란젤로(Michelangelo)’다. 그들은 르네상스시대의 라이벌이자 미술사의 거장이라 칭할 수 있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동성애자로 추정된다는 사실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남성모델과의 염문으로 의심받아 두 달간 감옥에 수배되었고, 미켈란젤로 또한 ‘남색가’로 여러 남성 모델과 관계를 가져왔으며 심지어 그의 애인은 30살 아래의 남성모델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직접적으로 동성애 작품을 작업했다고는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르네상스시대에는 동성애를 소재로 한 미술은 금기되어있었기 때문에 남성간의 로맨스, 즉 ‘르네상스 퀴어’는 당연 감상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들의 그림에는 남성 인체에 대한 아름다움과 그들의 동성애적 성향이 간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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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화, 루브루 박물관, 77x53cm, 15c,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특히,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에는 분홍색의상을 입은 남성이 장미의 로맨스를 상징한다는 의심을 받기도 하며, <다비드>를 비롯한 여러 조각품에서 ‘미소년탐닉’이 드러난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다빈치의 경우,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모나리자>에 대한 가설로 ‘자화상이냐, 어머니의 미소를 담은 것이냐’는 담론도 있지만, 실은 그의 오랜 연인이자 제자였던 ‘살라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르네상스시대에는 직접적인 동성애를 표현할 수 없었지만, 동성애자 화가들의 성향이 예술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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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leepers(잠자는 여인들) Gustave Cubet, 1866, 출처: https://hollycookartist.wordpress.com

직접적인 동성애는 19세기에 와서야 쿠르베(Gustave Courbet)의 작품을 통해 등장한다. 당시 여성들끼리의 동성애는 어느 정도 용납되었던 시대였으나 이러한 성향을 담은 작품은 아주 드물었고, 사람들의 삿대질 또한 감수해야했다. 쿠르베는 <잠자는 여인들>이라는 작품을 통해 두 여성의 관계를 표현했다. 작품은 화려한 장식품을 배경으로 분홍 빛 침대 위에 누운 순백의 여성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으로,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사실, 작품에 등장하는 실제 두 모델은 동성애자도 아니며 작품을 그린 쿠르베 본인 역시 동성애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쿠르베와 작품의 모델로 등장했던 조안나는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다만, 모델인 조안나는 순수성을 강조했던 사회적 통념과 남편에게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고, 쿠르베는 당시 막 등장하기 시작한 여성들의 동성애에 관심을 가지면서 작품이 탄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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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앙리 드 툴루즈 토트렉, 유화, 54x70.5cm, 1866,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와 같은 맥락으로 ‘여성들의 잠자리’를 표현한 대표적인 프랑스작가는 ‘툴루즈 로트렉(Toulouse Lautrec)’이다. 몽마르뜨 화가로도 잘 알려진 그는 <침대>를 비롯한 11점의 그림으로 여성들의 동성애를 표현했다. <침대>에는 짧은 머리를 한 여인들이 침대에 누워 함께 잠을 자는 모습, 혹은 키스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가 이 그림을 그렸던 시대는 쿠르베의 시대와는 다르게 사창가 여인들의 동성애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때문에 이 그림 역시 사창가 여인 두 명의 잠자리를 표현했다. 그러나 수수한 색채와 편안함은 그녀들이 사창가의 여인들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물론, 물랑주르에서 활동한 그에게 사창가 여인들의 모습을 ‘일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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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의 세 사람 유화 198x147cm,1964, 출처: https://www.centrepompidou.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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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다이어의 두상 습작 1966, 출처: https://medium.com

그리고 1900년대에 들어와 우리는 남성들의 로맨스를 담은 그림을 접할 수 있게 된다. 베이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02년에 태어난 베이컨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닫고 17살 때 더블린을 떠나 런던으로 이주하여 유럽 방방곡곡을 누비며 작품 활동을 했다. 그리고 작품 <방 안의 세 사람>를 통해 남성의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애인인 ‘다이어’를 그린 초상화와 여러 그림을 통해 어두운 색감과 분위기, 고통과 괴기함을 표출했다. 이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어릴 적 아버지에게 많은 학대를 받았던 그의 어두운 유년시절과 폭력적인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동성연애에서는 사디스트적 성향을, 작품에서는 마조히스트적 성향을 보였는데 무엇이 그의 진짜 모습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통해 그를 그토록 고통으로 몰아 부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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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relle Andy Warhol, 1982 출처: http://www.looklater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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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Portrait in Drag Andy Warhol, 출처: https://pinter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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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lvet Underground Andy Warhol, 출처: https://pinterest.com

팝아트 시대에 들어서면서 몇몇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당당히 드러냈다. 그들은 성소수자차별반대, 인종차별반대, 혹은 고급미술에 대한 반항으로 이러한 메시지를 당당히 드러냈다. 여기에는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앤디워홀(Andy Warhol),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 키스 해링(Keith Haring)이 대표적으로 속한다. 앤디워홀은 작가 트루먼 카포티(Truman Capote)를 선망했고, 자신이 성적취향 및 욕망을 작품을 통해 거리낌 없이 표출했다. 또한 그의 제자였던 바스키아 역시 양성애자로서 한때는 앤디워홀과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실례로, 앤디워홀 사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스키아 또한 세상을 등지게 됐는데 연인에 대한 슬픔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설까지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스키아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성적욕망을 표현하거나 동성애에 대한 그림을 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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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 keith-haring, 1897, 출처: http://taz.ondaradioattiv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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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Haring and boyfriend Juan Dubose Andy Warhol, 1983, 출처: http://theredlist.com

이들과 동시대에 살며 바스키아와 친분이 있던 키스해링 역시 동성애자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는데, 그는 그래피티를 통해 개인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미술가의 역할을 고심하며 그가 지닌 책임감으로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했다. 그는 그림을 통해 ‘평등한 사람들의 사회’와 ‘평등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나는 20세기의 이미지를 만드는 미술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내 위치가 지니는 함의와 책임을 이해하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수입 대부분을 자선활동에 기부할 만큼 책임감 있는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앤디워홀이 자신의 성적취향을 개인적인 성적욕망과 취향을 예술로 담아냈다면, 키스 해링은 자신과 같은 성소수자 및 차별받는 이들을 위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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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e Dull Village 데이비드 호크니, 1966, 출처: http://kingsswag.tumblr.com

현대에 들어서는 조금 더 일상적이고 다양한 미술작품으로 동성애를 접할 수 있다. 데이빗 호크니(DAVID HOCKNEY)를 비롯한 여러 동성애자 화가들이 그들의 내면과 일상, 가치관을 담은 그림들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굳이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차별적인 사회에 맞서고자 하는 예술가들은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담아 사랑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무지개를 담아, 동성애 미술(Homo

Peter Getting Out of Nick's Pool 데이비드 호크니, 1966, 출처: http://theredlist.com

이렇듯, 동성애를 다룬 미술작품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르네상스시대부터 현대까지 짧게나마 훑어 본 예술 안의 동성애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시대상에 따라 작품 안에 담은 메시지와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도 달라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일상에 만연한 동성애 차별과 이로써 비롯되는 동성결혼합법논쟁, 총기난사사건 등, 다양한 차별적 논쟁에 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예술 안의 동성애는 ‘차별’이라는 담론을 떠나 그 자체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무지개를 담아, 동성애 미술(Homo

Love Between Black And White Men Raphael Perez, 출처: https://kr.pinterest.com

미술작품 안에서, 그리고 화가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동성애’는 다툼과 논쟁이 아니라 예술로써의 아름다움이다. 또한, 이들의 작품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다른 작가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둘러싼 시대적 배경과 개인의 가치관,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자전적 이야기’일 뿐이다. 비록 예나 지금이나 동성애가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사랑은 아니지만, 이제껏 그러했듯 동성애 미술(Homosexuality Art)의 형태로 인간의 본질과 사랑의 다양성에 대해 반추할 수 있다는 게 의미가 깊다. 동성애 또한 마치 그림을 바라보듯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들은 지금도 무지개를 그리고 있다.

 

글. 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