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유튜버, 재주는 아이가 부리고 돈은...

[트렌드]by 오마이뉴스

가족 기업형 키즈 유튜버... 아이 스스로 자신을 빚어나갈 기회 빼앗겨


이 글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촬영해 동영상 공유 서비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돈을 버는 가족기업형 키즈 유튜버에 관한 글이다.

애가 재밌게 노는데 뭐가 문제?

가족 기업형 키즈 유튜버의 콘텐츠는 대부분 아이가 노는 영상이다. 그러나 영상을 살펴보면 '놀이의 탈을 쓴 노동'임을 알 수 있다. 유엔 아동 권리위원회는 놀이를 '아동 스스로 시작하고 조절하고 구조화하는 모든 활동과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자발성, 주도성이 드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상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특정 상황에서 특정 방향으로 아이들을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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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에서 3억7천 뷰를 기록한 '아빠 몰래 뽀로로 떡볶이 먹기 놀이'를 보면 5살 아이의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나와 진행하는 놀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유튜브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3억7천 뷰를 기록한 '아빠 몰래 뽀로로 떡볶이 먹기 놀이'를 보면 5살 아이의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나와 진행하는 놀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른이 만든 스토리가 있고 카메라 구도까지 이미 잡혀 있다. 얼마 전 문제가 된 '15kg의 대왕문어 먹방'도 놀이라고 할 수 없다. 촬영 과정을 보면 아이가 주도적으로 놀이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계속 끊어 찍기 때문이다. 아무런 통제가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불가능하다.


아이가 웃으며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고 해서 전부 놀이가 아니다. 아역 배우도 화면 속에서는 웃고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연소 근로자'이다. 어른들은 관찰 예능이라도 출연료를 주지 않는가. 가족 기업형 키즈 유튜버의 놀이를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게 모든 논의의 시작이다.

부모인데 어련히 알아서 할까?

유튜브는 자극적인 시도를 유도하는 성질이 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중간에 걸러내는 시스템도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아빠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거나 실제 도로에서 차를 운전하게 하는 등 위험하고 자극적인 설정이 종종 만들어진다. 당시 서울가정법원은 아동학대 혐의로 해당 키즈 유튜버의 부모에게 보호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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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부모가 6살 쌍둥이 자매에게 10kg 대왕문어를 통째로 먹이는 영상을 게재했다. 논란이 커지자 부모는 사과 후 영상을 삭제했다. ⓒ 유튜브

부모가 자녀를 촬영한다고 해서 모든 콘텐츠가 다 아이에게 유익한 것은 아니다. 유명한 키즈 유튜버들은 거의 매일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쉬는 날도 없다. 모델이나 방송계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영상이 10분이라고 해서 촬영을 10분 하는 게 아니다. 최근 미국은 기존 아동 노동법이 키즈 유튜버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며 법안 개정에 나섰다.

부모는 아이의 인생을 얼마나 결정할 권리가 있는가?

2016년 뉴욕타임스가 249개 가정을 조사한 결과, 자녀들은 어린 시절 사진을 부모가 허락 없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사생활 침해로 인식했다. 캐나다에서는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을 함부로 올린 부모를 자녀가 고소한 일도 있었다.


현재 가족 기업형 키즈 유튜버의 경우를 보면 아동에게 어떠한 동의 과정도 거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영상이 어디에 올라가 공유되고 정확히 누가 보는지 모른다. 맘에 들지 않는 장면을 삭제하고 편집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수많은 트루먼 쇼가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자신을 빚어나갈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어린 나이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명해져버린 키즈 유튜버들이 나이가 들어 부모가 올린 사진과 영상, 그리고 자신에 대해 사람들이 남긴 수만 건의 댓글과 마주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이는 자기가 미처 무엇을 그려보기도 전에 종이 한가득 누군가 그려놓은 그림을 받는 느낌일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자녀의 빛나는 유년 시절에 대한 권리는 부모가 아니라 자녀에게 있다. 부모가 맘껏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부모는 아이 스스로 세상을 구축할 수 있을 때까지 소중하게 지켜줘야 한다.


현재 키즈 유튜버의 수익은 부모가 가져간다. 미국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키드>에 출연한 재키 쿠건이 '자신이 번 400만 달러(약 47억 1880만 원)를 부모가 탕진했다'며 제기한 소송에 기인해 '쿠건법'을 만들었다. 이 법으로 번 돈의 15%를 쿠건 계좌에 강제로 보관하게 했다.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주인공 맥컬리 컬킨이 부모가 재산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재산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이 법 때문이었다고 한다.


2001년 서울 방배경찰서는 자녀를 7년간 곡예단원으로 혹사시킨 혐의(아동학대)로 최아무개(58, 곡예사)씨를 수배했다. 최씨는 자녀를 텀블링, 접시 돌리기 등 곡예기술을 강제로 훈련시킨 뒤 1994년부터 전국의 건강식품 판매장 등에서 공연을 하게 하고 수익금 6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영상에 출연하는 아동이 하는 것이 노동이라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미국은 나머지 85%도 부모 돈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돌보기 위해 써야 하는 자녀의 재산으로 명확히 했다. 우리도 쿠건법이 필요하다.

내 자식 내가 알아서 한다는데 뭐가 그렇게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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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가정법원은 아이가 아빠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거나 실제 도로에서 차를 운전하는 등 위험하고 자극적인 설정으로 영상을 촬영한 해당 키즈 유튜버의 부모에게 보호처분을 내렸다. ⓒ 유튜브

현재 가족 기업형 키즈 유튜버에 대한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 '내 자녀인데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만들어진 영상을 다른 아이가 보고, 그 아이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 추억 만들기 홈비디오를 찍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내 아이를 스타 만들고, 번 돈으로 건물을 물려주는 것은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 발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의무와 권리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아이들의 소중한 유년기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제충만 기자(edit@ohmynews.com)

2019.07.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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