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국 여행, 뉴욕 말고 텍사스에 갑니다

[여행]by 오마이뉴스

택사스 여행 : 오염되지 않은 초원의 도시 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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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주택. 뭉게 뭉게 흰구름이 깔린 하늘아래 주택이 평화스럽게 느껴진다. ⓒ 문운주

비행기 안에서 13시간 동안 앉아만 있어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텍사스 여행 계획을 세운 두 달 전부터 기대가 아닌 두려움이 앞섰다. 몇 년 전 국외여행 때 비좁은 좌석에서 진땀 흘렸던 기억이 악몽처럼 다가왔다. 무더운 날씨에 대한 걱정과 평생 처음인 낯선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교차됐다.


지난 27일 오전 9시 비행기에서 내렸다. 댈러스 포트워스 공항은 생기가 넘쳤다.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학업, 취업, 여행 등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그들 속으로 발을 들여놓으며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텍사스는 알래스카 다음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넓은 주다. 목장과 카우보이, 최 첨단 정보 통신과 IT 산업, 제2실리콘 밸리 등... 미국의 떠오르는 지역이다. 면적이 남한의 7배, 한반도의 3배 정도나 된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텍사스중질유'가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첨단 검색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공항이지만 입국 수속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직원이 안내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다. 여권과 지문을 셀프 등록하고 개별 심사대를 거치는 데만 1시간이 걸렸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거라고 생각했다.


댈러스에서 오스틴까지는 자동차로 3시간 반, 광주에서 서울까지 거리다. 광주에서 인천, 인천에서 댈러스, 댈러스에서 오스틴까지 자동차를 타면서도 지루하지 않는 것은 하늘과 구름, 초원 때문이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푸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어릴 때의 가을 하늘을 보는 듯해서일까.


한눈에 들어오는 지평선, 하늘과 맞닿아 있다. 산이 없는 초원이 이어지는 탓에 사방이 하늘이다. 텍사스의 볼거리는 단연 하늘과 구름이다. 장시간 비행의 피곤함도 잊은 체 그 청순함에 넋을 잃었다. 너무 광활해선가. 간헐적으로 보이는 가로수나 신호등이 신기하다. 넓은 땅에 굳이 오밀조밀 가꿀 필요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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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주택. 하늘이 맑고 아름답다. 내내 하늘만 보고 다녔다. 폰 카메라로 하늘만 배경으로 셔터를 누르면 한 폭의 수채화다. ⓒ 문운주

실은 이곳에 온 목적은 여행이 아니라 방문이다. 작은 아들이 직장 때문에 오스틴에 자리잡은 지 1년이 지났다. 허리케인이나 산불 뉴스가 있을 때마다 걱정이 되곤 했다. 말은 통하는지, 먹거리는 어떤지 아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여름 피서 겸 가족 상봉 길에 나서게 된 이유다.


오스틴은 텍사스의 주도(수도)이고 서울보다 면적이 조금 크다. 인구는 백만이 조금 넘는다. 중심 지역인 다운타운이 있고 외곽에 주택가가 형성돼가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 애플, GM 등 IT 산업의 신흥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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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주택. 너무 조용하다. 고요하기만 한 석양의 주택가를 산책했다. 울타리가 없다. 소통을 위한 것은 아닌듯 하다. 경계를 철저히 지킨다. 잔디밭에 들여가려 했더니 아들이 깜짝 놀란다. ⓒ 문운주

오스틴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한국 시각으로는 새벽 4시 경이다. 오크나무와 파란 잔디... 전원주택이다.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긴다. 전화를 할 때마다 시골이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인도에서 왔다는 이웃집 부부가 인사를 건넨다. 울타리가 없는 탓에 사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남편은 IT 업종에 종사하고 아내는 공항에 근무한다고 한다. 자기 아버지도 인도에서 27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아들네 집을 방문하곤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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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야외 수영장이다. 한 낮이라 그런지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이들과 함게 신나게 물속에서 놀았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시차가 바뀐 탓에 몸이 무거웠는데 한 껏 피로가 풀렸다. ⓒ 문운주

시차 적응을 위해 가까운 곳에 있는 수영장에서 몸을 풀기로 했다. 한낮이고 워낙 무더운 날씨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한 가족이 수영을 하다가 우리를 보더니 자리를 내준다. 지구 반대편인 오스틴에서 수영을 하다니 꿈만 같다. 첨벙첨벙 물속에서 뛰노는 아이들... 피로가 확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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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강. 멀리 오스틴 다운타운이 보이고 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콜로라도 강 주변에는 보트 선착장을 갖춘 저택들이 즐비하다. ⓒ 문운주

둘째 날 다운타운과 콜로라도 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본넬 산에 올랐다. 오스틴에 산이 있다는 것은 여름에 눈이 내리는 것 이상으로 신기하게 느껴졌다. 단 1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산이지만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멀리 다운타운이 한 눈에 들어온다. 콜로라도 강을 끼고 개인 보트 선착장을 갖춘 집들이 숲속에 늘어서 있다.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5위 안에 든다는 오스틴... 강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문운주 기자 kjhdmoon@naver.com

2019.08.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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