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 백의종군 출정 길을 걷다

[여행]by 오마이뉴스

길 위에서 만나는 1597년의 이순신, 두 번째 이야기


지난번 백의종군 입성 길을 걸은 데 이어 오늘은 백의종군 출정 길을 걸었습니다. 며칠간 이어진 장맛비로 옛 구례현청터인 구례읍사무소와 명협정을 차량으로 둘러본 후 토지면 파도리 갈림길부터 석주관까지 약 4.7km를 걸으며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느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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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이순신길. 백의종군로 이정표 ⓒ 임세웅

1597년 4월 26일 손인필 등 구례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구례에 입성한 이순신 장군은 금부도사와 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백의종군 관련 군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순천에 머물면서 정사준 등 여러 군관을 만나 전라도 연해안의 정보를 수집하고 향후 전략을 구상했습니다.


"상중에 몸이 피곤할 것이니, 몸이 회복되는 대로 나오라"라는 권율 장군의 명을 받은 이순신 장군은 정사준을 비롯한 유능한 군관을 대동하고 순천을 떠나 구례로 돌아와 다시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등 백의종군 군무를 수행하며 원수부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였습니다.


14일 동안 구례에 머물며 군자감 첨정 손인필, 체찰사 이원익 등과 승리 전략을 모색했습니다. 손인필은 군자감에 소속되어 군수품의 저장과 출납을 맡았던 인물로 장군에게 병참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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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협정. 명협은 중국 요임금 때 있었다는 상서로운 풀이름으로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매일 한 잎씩 자랐다가 16일부터 말일까지 한 잎씩 진다고합니다.명협정은 2014년 구례 현청터인 구례읍사무소에 복원되었습니다. ⓒ 임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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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버들나무. 구례읍사무소의 보호수로 600년이 넘은 나무입니다. ⓒ 임세웅

5월 19일 체찰사(이원익)가 구례현에 들러온다고 하는데 성안에 머물고 있기가 미안해서 동문 밖 장세호의 집으로 옮겨 갔다. 명협정에 앉았는데, 구례 현감(이원춘)와서 만났다. 저녁에 체찰사가 현으로 들어왔다. - 노승석 지음 <난중일기>

권율 장군의 원수부로 가기 위해 5월 26일 구례를 떠나 석주관을 지나 악양, 하동, 옥종 등을 거쳐 원수부로 들어갔으며 이곳에서도 정보 수집 등의 군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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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로 석주관 가는 길 ⓒ 임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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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로 석주관 가는 길 ⓒ 임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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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관입구 ⓒ 임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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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관. 호남 최고의 요새인 석주관은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 경계 인근에 지리산을 끼고 세워진 고려시대의 성곽으로 영남에서 호남으로 통하는 관문으로 군사전략상 매우 중시되었으며 고려 때부터 진을 설치하여 왜구의 침략을 방어하던 요새입니다. ⓒ 임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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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관 성각.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 때 전라도 방어사 곽영이 11월에 성을 쌓았고 구례 현감 이원춘으로 하여금 지키게 하였습니다. ⓒ 임세웅

5월 26일 종일 큰비가 내렸다. 비를 맞으면서 길에 올라 막 떠나려는데, 사량만호 변익성이 조사받을 일로 이종호에게 붙잡혀서 체찰사 앞에 왔다. 잠깐 서로 대면하고는 석주관의 관문에 가니, 비가 퍼붓듯이 내렸다. 말을 쉬게 하고 간신히 엎어지고 자빠지면서 악양의 이정란의 집에 당도했는데, 문을 닫고 거절하였다. - 노승석 지음 <난중일기>

이때 손인필의 장남 손응남은 장군의 명을 받아 연해안의 정보를 수집하는 등 이순신 곁을 지켰으며 칠천량 해전의 패배 소식을 접하고 장군의 명을 받고 구례로 돌아왔습니다.


칠천량 해전의 패배로 조선 수군은 궤멸되었고 조선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게 되었지만 이순신 장군은 직접 주변의 전황을 파악하기 위해 8월 3일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용될 때까지 동분서주했습니다.


백의종군 중이던 이순신에게 손인필, 이원춘, 정사준 등의 배려는 재기의 희망이 되었고 백의종군로는 전쟁 극복을 위한 확실한 신념을 다지게 하는 길이었습니다. 칠천량 해전의 패배 이후 그에게는 조선의 수군도, 판옥선도, 각종 총포도 없었지만 그를 따르는 군관들과 이름없는 백성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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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웅 기자(sswlim@naver.com)

2019.09.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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