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처럼 새하얀 눈꽃이 피어나고

[여행]by 오마이뉴스

전북 진안군 운장산 산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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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한 해를 보내며 괜스레 마음이 헛헛했다. 지나온 시간과 진정 작별하는 의미에서 진안 운장산(1126m)으로 새해맞이 산행을 떠나고 싶었다.


지난 2일, 오전 8시 새송죽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창원 경남은행 본점서 출발해 산행 들머리인 피암목재(전북 완주군 동상면)에 도착한 시간은 11시께. 새해 들어 첫 산행이라는 설렘 안고 활목재(전북 진안군 주천면) 방향으로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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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로 꽁꽁 얼었어도 정겹게 느껴지는 산길이 구불구불 이어졌다. 메마른 속살을 드러낸 나무들 아래 수북이 쌓여 있는 낙엽들을 보니 흘러간 시간의 흔적을 보는 것 같아 왠지 쓸쓸했다. 응달진 곳에는 희끗희끗 잔설이 있고, 유난히도 많은 초록빛 산죽이 황량한 겨울 산행 길에 그래도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하얀 눈길 따라 운장산 세 봉우리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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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시간 20분 정도 걸었을까, 하얗게 상고대가 피어 있는 나뭇가지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바람이 잠시 노닥거리고 지나갔는지 눈가루들이 와락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마치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에 그려진 설경을 보는 듯해서 마냥 행복했다.


오후 12시 40분쯤 칠성대로 불리는 서봉(1120m) 정상에 올랐는데, 정상 아래로 아름다운 눈꽃들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더욱이 하얀 눈을 뒤집어쓴 운장대를 서봉서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이 콩닥거렸다. 운장대의 멋스런 풍경을 마주하며 일행들과 왁자지껄 점심을 했다. 일행들이 건네준 따끈한 레몬차와 어묵국 덕분에 추위도 가셨다.


서봉에서 운장대 정상까지 거리는 0.6km. 한 걸음 한 걸음 걸을수록 하얀 세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1시 30분께 운장대 정상에 이르러 표지석 사진을 찍었다. 동봉이 더 높으나 운장대가 주봉이다. 여기서 0.6km 떨어진 동봉(1133m) 정상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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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장대에서 동봉 정상으로 가는 길에 내 마음에도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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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처사동으로 하산하는 길에서. ⓒ 김연옥

온통 새하얀 세상이다. 소나무에도, 나무 계단에도, 바위에도, 내 마음에도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삼장봉으로 부르기도 하는 동봉 정상에 2시쯤 도착했다. 일행들 사진을 찍고서 구봉산 쪽으로 100m 정도 가다 내처사동(전북 진안군 주천면)으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2.8km를 내려가야 해서 서둘렀다. 그런데 미끄러운 돌멩이에 그만 발을 디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지난해 함양 거망산 산행 때 사고를 당한 후로 부쩍 겁이 많아져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 등산화에 덧신었다. 아이젠 덕에 하산 길이 훨씬 수월했다.


운장산은 산죽이 상당히 있어 인상적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연초에 축복처럼 눈꽃을 선물해 준 이쁜 산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김연옥 기자(redalert062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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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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