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보다 일자리 보전이 더 중요한 보라카이

[여행]by 오마이뉴스

[보라카이 자유여행기] 2가지 궁금증에 대한 의문이 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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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카이 화이트비치 해변에서 휴양을 즐기는 관광객들 모습 ⓒ 한정환

보라카이는 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조금은 불편하다. 보라카이를 한 번이라도 다녀간 사람들이라면 공통으로 느끼는 사항이다. 먼저 칼리보 국제공항에서 까띠끌란 항구까지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평균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까띠끌란 항구에 도착하면 숙박 바우처를 제출하고 확인을 받아야 한다. 검사가 끝나면 배를 타고 10여 분 이동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리조트까지 트라이시클을 타고 또 이동해야 한다. 조금 복잡하고 불편한 게 사실이다.

코앞에 까띠끌란 공항

칼리보 공항에서 까띠끌란 항구로 이동하다 보면 또 하나의 공항이 보인다. 항구 부근에 다다르면 차창으로 활주로와 여객기가 보인다. 궁금증이 생긴다. 여기 코앞에 있는 공항을 이용하면 쉽게 보라카이 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말이다.


여행 기간 우리나라 교포 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30여 년 전에 필리핀으로 이민 와서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다. 이분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몇 가지 궁금증이 쉽게 풀렸다.


먼저 보라카이 섬 인근에 있는 까띠끌란 공항에 대해 물어보았다. 까띠끌란 공항은 국내선만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국제선은 착륙이 금지된다. 활주로가 짧은 이유도 있겠지만 비단 그것만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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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칼리보 국제공항 주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트라이시클 모습 ⓒ 한정환

현재까지는 보라카이 섬을 가기 위해 국제선은 반드시 칼리보 국제공항을 거쳐야 한다. 관광객이 많이 오다 보니 쉽게 옮길 수가 없다. 섬과 가까운 까띠끌란 공항으로 옮길려면 먼저 칼리보 국제공항 인근 주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쉽게 동의를 해줄지는 의문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까띠끌란 공항을 확장하여 국제공항으로 변모시키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그리고 칼리보 국제공항 주변에는 공항 하나만 보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칼리보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관광객 대부분이 보라카이 섬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까띠끌란에 국제공항을 만들면 이들은 곧바로 일자리를 잃는다. 대충만 계산해도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산업화 현대화로 인한 일자리 창출보다 지금은 당장 일자리 보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항 주변에 건물을 임대하는 사람들, 트라이시클 한 대로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 영업용 택시, 버스 등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운수업자들, 공항 주변에서 영업하는 마사지 업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보라카이 섬까지 다리 건설은 언제?

까띠끌란 항구에서 보면 바로 앞에 보라카이 섬이 보인다. 먼 거리도 아니다. 까띠끌란 항구에 도착해서 숙박 바우처를 확인하는 동안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여기에 다리 하나면 충분한데 왜 만들지 않았을까? 크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건설공사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리 필리핀 재정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해도 그렇다. 의문이 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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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띠끌란 항구에서 관광객들의 캐리어를 배에 실어주는 사람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한정환

다리를 건설하자는 이야기는 몇 해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까띠끌란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다리 건설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바람이 세게 불거나 태풍이 오면 배 운항이 전면 중단되기 때문이다. 태풍 예보가 발효되면 보라카이 섬으로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다. 관광객들도 섬에 갇혀 움직일 수가 없다.


설령 배가 운항을 한다 하더라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섬으로 생활필수품 공급도 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로 불편한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다리 공사는 시행이 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칼리보 공항 주변 여건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까띠끌란 항구 주변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일자리 보전이다. 다리를 놓게 된다면 제일 먼저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방카 운영자들이 큰 타격을 입는다. 방카는 필리핀 전통 배이다. 지금도 방카는 하루 평균 1만 3천여 명이 넘는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운송수단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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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띠끌란 항구에서 운항하고 있는 필리핀 전통 배, 방카의 모습 ⓒ 한정환

보라카이 섬이 완벽하게 정비만 되면 하루 수만 명이 넘는 인원이 방카를 이용한다. 이들을 상대로 벌어들이는 수입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항구 주변에서 부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관광객들의 캐리어를 배에 실어주고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 항구 주변에서 영업하는 트라이시클, 샌딩 업체에 고용되어 일하는 사람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산업화, 현대화도 물론 좋다. 그러나 대책 없는 산업화와 현대화는 보라카이에서는 아직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나중에 주민 소득이 향상되고 복지가 충분하다면 모를까 말이다.


보라카이 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조금은 복잡하고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관광객인 우리들이 조금은 감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보라카이로 들어가는 불편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족 생계를 위해 공항과 항구 주변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현지 주민들이다. 이들은 아직은 일자리 보전을 위해, 이런 일자리라도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정환 기자 jhhan52@naver.com

2020.01.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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