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 잃어가는 '미우새'... 늘어만 가는 의문부호

[컬처]by 오마이뉴스

[주장] <미우새>, 관찰 예능으로서의 진정성-차별화 실종... 실망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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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미운 우리 새끼> 포스터 ⓒ SBS

<미운 우리새끼>는 SBS를 대표하는 장수 효자 예능이다. 2016년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4년 넘게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며 '관찰예능'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우새>가 다른 관찰예능과 차별화될 수 있었던 건 '비연예인인 어머니의 관점에서 연예인 자녀들의 일상을 바라본다'는 색다른 접근 방식 덕분이었다. 평범한 관찰자와는 달리 부모 자식 간이라는 특별한 관계에서 연예인 자녀들의 일상에 누구보다 몰입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들의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반응', 자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동엽-서장훈같은 MC들과 전문방송인이 아니라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머니들간 솔직하고 구수한 '만담 퍼레이드', 나이는 들었지만 부모의 시선에서는 여전히 철부지같은 '미운 우리 새끼'일 수밖에 없는 연예인 출연자들의 엉뚱한 일상 에피소드 등은 세대를 초월하여 잔잔한 웃음과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최근의 <미우새>는 점점 초기의 기획의도나 방향성에서 벗어나 그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인기도나 화제성에서 점점 완만한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내용 면에서도 <미우새> 이후 우후죽순 나온 여타 관찰예능과 비교했을 때 확실한 차별점이 없다.


<미우새>의 인기 하락 요인은 역시 방송 초기의 진정성과 공감대가 퇴색되었다는 점을 꼽을수 있다. 초기에는 어머니들이 연예인 자녀들의 엉뚱한 행동이나 미처 몰랐던 의외의 모습들에 당황하고 표정관리가 안되는 솔직한 반응들, 세대 차이에서 오는 문화적 충격 등이 방송의 웃음포인트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제 어머니들도 사실상 기존 관찰예능의 연예인 패널들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화면에 보여지는 연예인 자녀들의 돌발행동에도 이미 적응이 될만큼 됐고 MC들과 주고받는 토크의 내용도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연예인 어머니가 스튜디오 패널로 출연하여 자식의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기본 포맷도 최근에는 변질된 지 오래다. 몇 차례 부분적인 출연자 교체를 거치면서 언제부터인가 어머니는 출연하지 않는 데도 연예인 자녀만 출연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연예인은 거의 출연하지도 않는데 어머니들만 몇 년째 꿋꿋이 고정출연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연예인 어머니'라는 특권으로 방송에 나와, '남의 새끼들'의 재롱잔치를 지켜보며 웃는 것이 사실상 전부가 된 것이다. 그저 방청객과도 전혀 다를 게 없어진 최근 <미우새> 어머니들의 방송 내 역할에 대하여 의문부호가 늘어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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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미운 우리 새끼> 에 출연하고 있는 김건모씨 ⓒ SBS 영상 캡처

'연예인 가족 예능'에 대한 피로감이 2~3년 전보다 급격히 높아진 것도 방송 초반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지점이다. <미우새> 방송 초기에는 '연예인도 일상에서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공감대를 보여주는 게 매력이었다면, 이제는 '왜 우리가 연예인도 모자라, 연예인 가족까지 TV에 나와서 웃고 떠드는걸 굳이 지켜봐야하느냐'는 게 요즘 대다수 시청자들의 인식이다.


최근 관찰예능의 병폐라고 할 수 있는 보여주기식 에피소드나 홍보성 연출이 점점 늘어난 것도 '매너리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연예인들의 일상이나 사생활 공개라고 해봐야 보여줄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다보니, 방송 횟수가 늘어날 수록 연출이 포함된 '이벤트'가 분량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뜬금없이 해외여행이나 맛집기행을 간다거나, < TV는 사랑을 싣고 >처럼 고마웠던 옛 지인을 찾기도 하고, 육아를 하기도 하고, 음원을 출시하고 공연을 기획하는가 하면, 출연자들간 러브라인을 만들기도 한다. 공중파 방송을 사실상 연예인 개인을 위한 홍보무대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정출연자들과 인연이 깊은 연예인들의 '끼워넣기식' 동반출연도 잦아졌다. 평범한 일상의 자연스러운 공감대는 줄어든 대신 누가봐도 '일상적이지 않은' 혹은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한 에피소드'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최근 김건모 등 고정 출연자들이 사적으로 구설수에 휘말리며 프로그램 이미지에도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다.


현재 <미우새>는 고정된 포맷의 성공 방식에 안주하는 장수 예능들이 흔히 겪는 문제에 빠져 있다. 기존 포맷의 수명이 이미 다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초심을 돌아거가나, 아예 프로그램 전체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과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

2020.01.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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