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도 지켜준 효자... 조선의 임금이 솟을대문을 내리다

[여행]by 오마이뉴스

연안 김씨 직강공파 종택 '영광 매간당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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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을대문이 압권인 영광 매간당 코택의 삼효문. 매간당 고택은 조선 후기에 지어진 연안 김씨 집성촌의 종가이다. ⓒ 이돈삼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저만치 서 있는 솟을대문이 눈에 들어온다. 2층의 누각이다. 언뜻 화순 쌍봉사의 대웅전 같다. 집을 높지 않은 뒷산이 둘러싸고 있다. 집터도 매화가 떨어진 자리이고, 학의 형상으로 길지란다. 사랑채와 안채가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일반적인 건물 배치와 다르다.


바로 연안김씨 직강공파의 종택이다. 전라남도 영광군 군남면 동간리에 김영이 집터를 잡고 1868년에 지었다. '영광 매간당 고택'으로 이름 붙여져 있으며 중요민속문화재 제234호로 지정됐다. 전남종가를 대표하는 집 가운데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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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을대문의 기둥. 아름드리 소나무를 따로 다듬지 않고 그대로 썼다. 자연미가 묻어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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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과 어우러진 매간당 고택의 삼효문.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하려고 2층을 유리로 둘러쌌다. 안에는 이재면이 쓴 현판이 걸려 있다. ⓒ 이돈삼

집 앞에서 본 솟을대문이 위풍당당하다. 겹처마에 팔작지붕을 하고 있는 바깥대문이다. 양쪽으로 여의주를 입에 문 용머리 장식을 하고 있다, 대문이 두 칸이다. 한쪽의 좁은 문은 일상의 출입문이다. 폭이 넓은 문은 가마에 앉은 채로 드나드는 곳이다. 집안에 큰 행사가 있을 때도 연다.


대문의 기둥으로 아름드리 소나무 기둥을 그대로 썼다. 따로 다듬지 않고 생긴 그대로다. 자연미가 물씬 묻어난다. 2층은 유리로 둘러쌌다. 비바람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려는 처사다.


정려각이다. 대문과 정려를 함께 둔 것도 색다르다. 보기 드문 유산이다. 안에는 이재면이 쓴 현판이 걸려 있다. 이재면은 고종의 형이자 흥선대원군의 큰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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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와 어우러지는 솟을대문 삼효문. 조선 후기에 지어진 연안 김씨 종가로 전남종가를 대표하는 집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삼효문(三孝門)'이다. 3대에 걸친 극진한 효성을 나라에서 인정해 내렸다. 효자 3명은 현 종손의 14대 할아버지 김진(1599~1680), 9대 할아버지 김재명(1738~1778), 8대 할아버지 김함(1760~1832)을 가리킨다.


김진은 70살에도 색동옷을 입고 부모를 즐겁게 했다. 부모상을 당하자 3년간 죽으로 연명했다. 김재명도 부모상을 당해 시묘살이를 했다. 그의 효성에 감복한 호랑이가 나타나 다른 짐승들로부터 지켜줬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김함은 한겨울에 두꺼비를 구해 부모의 병을 구했다.


삼효문에서 집앞의 넓은 들이 내려다 보인다. 뒤로는 집안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흡사 군대의 지휘본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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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매간당 고택의 사랑마당. 사랑채와 서당, 마부집, 연못이 한데 모여 있다. 매간당 고택은 연안 김씨 종가의 옛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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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매간당 고택의 사랑채. 7칸 규모로 1898년에 지어졌다. 매간당, 익수재, 구간재 등 3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 이돈삼

집은 사랑채와 안채를 비롯 별당, 사당, 곳간채, 중문, 마굿간, 헛간으로 이뤄져 있다. 정원과 연못도 뒀다. 사랑채는 7칸 규모다. 1898년에 지어졌다. 매간당(梅澗堂), 익수재(益壽齋), 구간재(龜澗齋) 3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매간당은 김인택의 10대손 김사형(1830~1909)의 호이다. 익수재는 11대손 김혁기(1851~1897), 구간재는 12대손 김종관(1870~1943)의 호이다. 주인과 집을 동일시했다.


매간당(梅磵堂)은 산속 물가에 핀 매화를 가리킨다. 사람들이 알아주건 말건 소박하게 지조를 지키며 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익수재(益壽齋)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오래 산다는 뜻이다. 구간재(龜澗齋)는 산골짝에 흐르는 작은 도랑물도 조심하는 거북이처럼 매사 작은 일에도 조심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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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매간당 고택의 안채. 삼효문으로 들어가 사랑마당을 거쳐 중문채를 들어가서 만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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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간당 고택의 담장. 연안김씨 직강공파의 종택인 영광 매간당은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전라남도 영광군 군남면 동간리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사랑채 정원을 지나 중문을 들어가면 ㄷ자의 안채와 一자의 아래채, 곳간채를 만난다. 마당을 두고 있다. 안채는 1868년, 아래채는 1942년에 지어졌다. 사랑채와 안채를 문으로 구분한 것도 색다르다. 사당, 서당, 연못, 마굿간도 따로 두고 있다.


조선 후기 남도에 살았던 상류 양반집의 규모와 배치를 하고 있다. 당시의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보존 상태도 좋다. 뒤뜰로 나가면 초가집이 2동 있다. 머슴들이 살던 집이다. 대가의 넉넉한 살림을 짐작할 수 있는 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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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매간당 고택에 딸린 초가. 뒤뜰로 나가면 2동의 초가집이 있다. 옛날 머슴들이 살던 집이다. ⓒ 이돈삼

이돈삼 기자(ds2032@korea.kr)

2020.02.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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