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신장 투석... 이런 장면은 불편하네

[라이프]by 오마이뉴스

30년 투석 환자가 느낀 투석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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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한장면 ⓒ KBS2

"엄마 투석이 그렇게 힘들다며? 그냥 이식이 최고래!"_동백이

"저희는 투석 지각은 자살이라고 봐요"_간호사

"몸도 몸이고, 기분도 아주 그지 같애, 이까짓 기계에 구걸해서 연명하는 게 얼마나 무력하고 우울한 건지 니가 알아?"_동백이 엄마 정숙

2019년 최고의 시청률을 찍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재미있게 봤다. 대사 한마디 한 마디에 공감하며 빠져들게 하는 드라마였다. 그런데 동백이 엄마 정숙이 투석하는 장면부터는 전혀 공감되지 않고 뻔한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신장 투석과 이식에 대한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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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한장면 ⓒ KBS2

나는 1990년 14살 때 처음 투석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30년 정도 투석을 하고 있다. 투석을 처음 시작할 때는 힘들기도 했고, 여러 합병증으로 죽을 고비도 넘겨야 했다. 하지만 투석이 죽는 것보다 고통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물론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환자도 있을 수 있다). 관리만 잘 되면 30년이 아니라 40~50년도 건강하게 투석을 할 수 있다.


투석은 신장(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치료 방법으로, 기계에서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한 뒤 소변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주일에 세 번 4시간씩 혈액투석을 위해 병원을 가야 하므로 시간적인 제약이 많긴 하다. 하지만 남는 시간을 잘만 활용하면 경제적인 일이나, 취미 생활, 또는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다. 투석한다고 아무것도 못 하고 집에만 있지는 않는다.


나는 온라인 카페에서 신장병 관련 커뮤니티를 십년 가까이 운영했다. 주로 온라인에서 정보교류를 하고 한 달에 한 번 친목 모임을 가졌다. 투석을 준비하거나 시작해야 하는 사람은 투석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투석하는 법을 공유하고 싶었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모임에 나온 사람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데도 드라마 속 단골 소재로 쓰이는 투석은 죽는 것보다 힘들 게 표현되고 이식을 완치처럼 표현해 극적인 효과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투석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보는 내내 불편했다. 투석과 이식에 대한 편견은 드라마가 만들어 내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신장이식을 거의 완치로 표현한다. 삶의 질이 투석보다 이식이 좋기에 권하는 것이 맞다. 나도 투석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식을 빨리할 수 있으면 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이식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뇌사자 신장을 기다리는데 평균 7년에서 10년이 걸린다.


가족에게 받는 경우도 있지만, 억지로 가족에게 받으라고 권하진 않는다. 가족에게 이식을 받을 경우 심적 부담이 크다. 감기만 걸려도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이식은 완치가 아니다. 개인차가 있어 30년 동안 건강하게 신장을 유지 할 수도 있지만, 거부반응으로 투석을 다시 받을 수도 있다. 드라마처럼 이식만 받으면 해피엔딩이 되는 것은 아니다.

투석 때문에 30년을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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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한장면 ⓒ KBS2

이식을 하지 않는 신장 환자들 가운데 건강한 투석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과 삶의 질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투석은 마라톤과 같아서 평생을 관리 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식이요법과 수분관리가 필요하다. 병원에서는 식이요법을 저염식과 포타슘(과일,야체 등), 수분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먹는 것이 고통스럽고, 삶의 질이 저하된다(그렇다고 의사 말을 듣지 말라는 건 아니다).


삶의 질을 위해서는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 적당히 간을 해서 맛있게 음식을 먹기도 하고, 가끔은 외식을 하기도 한다. 철저한 관리로 삶이 질이 유지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지만, 쉽지만은 않기에 삶의 질을 위해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드라마에서 동백이 엄마가 "몸도 몸이고, 기분도 아주 그지 같애, 이까짓 기계에 구걸해서 연명하는 게 얼마나 무력하고 우울한 건지 니가 알아?"라고 했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가끔은 몸도 마음도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삶의 일부일 뿐이다. 투석은 죽는 것보다 못한 치료가 아니라, 생명을 연장해주는 고마운 치료 방법이다. 나는 투석 때문에 30년을 살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충분히 삶을 만족하며 살 수 있다.


김군욱 기자(kunuk76@gmail.com)

2020.02.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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