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배우' 견자단, 팬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같은 영화

[컬처]by 오마이뉴스

11년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은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


오리지널 엽문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견자단 주연의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감독 엽위신)이 마침내 베일을 벗고 국내 관객들을 찾아왔다.


중국 현지 개봉이 작년 12월이었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다. 그럼에도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엽문 4>는 시리즈 최초의 예매율 1위에 이어 시리즈 최초 박스오피스 1위, 시리즈 최초 좌석 판매율 1위, 시리즈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고 한다.


늦은 개봉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들을 제치고 신기록을 경신한 것은, 그만큼 오리지널 <엽문> 시리즈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컸음을 증명한다.

견자단조차 반대했던 속편… 4편까지 올 줄이야

오마이뉴스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 공식 포스터 ⓒ (주)키다리이엔티

사실 <엽문> 시리즈가 4편까지 이어질 거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장 타이틀롤인 엽문 역을 맡은 견자단조차도, 2010년 <엽문 2>의 국내 개봉 당시 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엽문 3>를 찍는다는 것은 나와 관객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닐 것 같다"며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속편이 전편을 뛰어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엽문> 시리즈의 속편 제작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던 게 사실이다. 박수칠 때 떠나란 말이 괜히 있겠는가. 지금의 스포트라이트에 젖어 시리즈를 너무 억지로 끌고 가려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이연걸에서 조문탁으로 타이틀롤을 바꿔가면서까지 질질 끌다가 끝내 용두사미로 끝을 맺은 서극 감독의 <황비홍> 시리즈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기대를 버리지 못했던 것은 견자단의 엽문을 '한 번만 더...'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다는 사심 때문이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는 4편에 이르는 동안 한 번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견자단의 영춘권 액션은 더욱 섬세해졌으며,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견자단의 감정 연기는 '엽문이 곧 견자단이요, 견자단이 곧 엽문이다'라는 말을 실감나게 했다.

전편 플롯 답습한 스토리는 아쉬워

오마이뉴스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 캐릭터 포스터 ⓒ (주)키다리이엔티

물론 스토리에 있어서만큼은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엽문이 미국에 건너간 역사가 없다는 사실은 영화적 재미를 위한 허구로 차치하고서라도, 영화를 끌고 가는 '동양인 vs. 서양인' 구도는 2편의 플롯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오마이뉴스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 스틸컷 ⓒ (주)키다리이엔티

특히나 과도할 정도로 중국무술을 혐오하는 미 해병대 간부가, 휘하의 가라테 사범이 대련에서 패배했다는 이유만으로 단신으로 차이나타운에 쳐들어가 중국무술 사범들을 폭행하고, 미국 이민국에 쳐들어가 화교 지도자를 끌고 나와 분풀이 대상으로 삼는다는 스토리 전개는 개연성이 너무 떨어졌다.


이쯤 되면 다음 전개가 예상되지 않는가. 주인공 엽문이 '구세주'처럼 등장해, 중국인을 비하하는 서양인을 중국무술로 쓰러뜨림으로써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뻔한 전개다.


2편과 배우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같은 영화라고 봐도 될 정도로 반복되는 플롯과 그를 관통하는 민족주의 코드는 '그래도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작품인데, 더 잘 만들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게 한다.

다양한 무술들이 등장하지만, '찬밥 신세'

오마이뉴스

<엽문 4>를 흐르는 '동양인 VS 서양인' 구도는 이미 <엽문 2: 종사전기>에서도 선보인 플롯이었다. ⓒ (주) 케이알씨지

그동안의 시리즈가 그랬듯 <엽문 4>에도 다양한 무술이 등장한다. 영춘권을 구사하는 주인공 엽문(견자단 분)과 태극권을 구사하는 화교총회장 만종화(오월 분)를 주축으로 형의권, 팔괘장, 칠성당랑권, 응조권, 채리불권, 가라데 등 다양한 무술이 등장한다.


그러나 다양한 무술의 향연을 기대한 관객들이 있다면 다소 아쉬울 것 같다. 전편들이 그러했듯이, 주인공 엽문의 우월한 영춘권 실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무술가들은 상대적으로 병풍에 가까운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태극권의 고수로 등장하는 만종화는 바턴 게디즈(스콧 앳킨스 분)를 상대로 선전하면서 화려한 태극권 액션을 선보이지만, 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다양한 중국무술의 특색 있는 액션을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영춘권, 태극권 외에 다른 무술들이 고작 '주먹 몇 방'에 나가떨어지는 연출이 무척 아쉽기만 했다.

'액션배우' 은퇴하는 견자단이 보내는 마지막 편지

오마이뉴스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 스틸컷 ⓒ (주)키다리이엔티

<엽문> 1편이 개봉한 2009년으로부터 꼭 11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영화 속 견자단의 얼굴에서도 늘어난 잔주름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물론 70대의 엽문을 연기하기 위해 분장을 늙어 보이게 한 탓도 있겠지만, 견자단 역시 세월의 흐름을 피해가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1편을 찍을 때만 해도 40대 중반이었는데 이제는 50대 중반 아니던가.


한 인터뷰에 따르면 견자단은 <엽문 4>를 끝으로 정통액션영화 은퇴를 선언했다고 한다. 그의 오랜 팬 입장에서는 무척 아쉽지만,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결정이다.


그러나 평생을 무술배우로 살았던 견자단 역시 은퇴를 선언하기까지 심적 갈등이 얼마나 컸겠는가. 세월의 흐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견자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엽문 4>는 이제 액션배우로서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는 견자단이 팬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같은 영화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결투씬에서 견자단이 선보인 액션은 그동안 그가 축적해온 모든 무공을 쏟아내려는 혼신의 몸부림으로까지 느껴졌다. 액션의 정수를 모두 선보임으로써 견자단은 그만의 방식으로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퇴장했다.

오마이뉴스

전설의 시작 <엽문> (2008)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말미, 시리즈를 회상하는 에필로그가 나올 때 '이제 정말 다 끝났구나' 하는 생각에, 더는 스크린에서 견자단의 엽문을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이 서글퍼서,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객석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김경준 기자(heigun@naver.com)

2020.04.08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