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됐던 '치막집' 여자 사장님의 변화, 백종원도 놀랐다

[핫이슈]by 오마이뉴스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군포 역전시장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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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방송된 SBS 114회 '군포 역전시장 편' ⓒ SBS

2020 총선 개표 방송으로 한 주 쉬었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시청자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22일 방송된 114회의 시청률은 7.5%(닐슨코리아 기준)로 직전 회차(6.9%)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솔루션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지만 예고편은 한 차례 폭풍이 몰아닥칠 것을 예고했)고, 식당들도 유의미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방송의 영향으로 손님들이 몰리면서 그동안 겪지 못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치킨바비큐&불막창집(이하 치막집)이었다. 손님을 받으며 반응을 살피기 시작한 떡맥집, 시장족발집과 달리 치막집은 장사를 재개하지 못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동안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식당 가운데 위생 상태가 가장 나빴기 때문이다. 청결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없어 보였는데, 요식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정도였다.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닭꼬치 같은 메뉴도 있잖아요. 원래 그런 게 접근성이 좋은 거 아니에요?"


대청소를 하며 재정비 시간을 가진 치막집은 새로운 메뉴 선정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 백종원은 정인선을 투입해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했다. (사실 백종원은 당시에 닭꼬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편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시작됐고, 여자 사장님(아내)은 조심스럽게 닭꼬치가 어떻겠냐며 의견을 제시했다. 시장의 특성상 접근성이 좋은 메뉴가 유리하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튀기는 닭꼬치, 발생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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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방송된 SBS 114회 '군포 역전시장 편' ⓒ SBS

분명 고려해 볼 만한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남자 사장님(남편)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근데, 닭꼬치는 그릴에서 계속 구어야 하잖아.", '닭꼬치는 굽는 방식이 달라요." 남편은 딱 잘라 닭꼬치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리 방식을 이유로 들었지만, 초를 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아내의 생각은 짧은 식견에서 비롯된 것이라 타박하는 듯했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다른 대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안 되는 걸로 계속 막지 마시고, 그냥 이것도 생각해 볼까 저것도 생각해 볼까... 이런(식으로 의견을 내는) 건 좋은 거 같아요."


보다 못한 정인선은 남편을 제지했다. 지금 치막집에 필요한 건 '변화'였고, 이를 위해서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건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좋은 답안을 찾아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남편(의 대화법)은 불통 그 자체였다. 정인선이 돌아간 뒤 남편은 "지금 문제가 닭꼬치라는 개념이 여기에서 있는 게 아니야. 새로운 메뉴야"라며 어깃장을 놓았다. 결국 백종원이 출동해서야 정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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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방송된 SBS 114회 '군포 역전시장 편' ⓒ SBS

백종원은 주변 환경, 대중성, 편의성, 가격 경쟁력에서 닭꼬치집으로의 업종 변경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현재의 치킨바비큐와 불막창은 손이 많이 가고 조리 시간도 오래 걸렸다. 시장에서 팔기에 적당한 메뉴는 아니었다. 백종원은 현재의 그릴에서 닭꼬치를 굽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 남편에게 "닭꼬치를 왜 굽는다고만 생각해요? 튀기면 되지"라며 '유레카'를 선사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아내분 웃는 모습 처음 봐요. 저는 반가운 것 중 하나가 아내분이 위축된 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본인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것에 굉장히 기쁘신가 봐요."


바뀐 건 메뉴만이 아니었다. 김성주가 예리하게 발견했듯, 그동안 왠지 모르게 위축돼 있었던 아내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표정부터 밝아져 있어 훨씬 더 호감이었고, 이전의 머뭇거리던 말투도 온데 간데 없었다. 말수도 훨씬 많아졌고, 상황에 맞게 농담도 건넸다. 소극적이던 태도도 없어졌다. 오히려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적극성을 드러내 백종원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백종원의 지지... 달라진 치막집 여자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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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방송된 SBS 114회 '군포 역전시장 편' ⓒ SBS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였다. 이유가 무엇일까? 짐작을 해보자면, 아마도 이전에는 한식 자격증을 가진 남편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주방에 섰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의욕이 없었던 게 아닐까. 게다가 원치 않는 메뉴, 조리하기 까다로운 메뉴를 만드느라 어려움도 겪었을 것이다. 아내의 제안에는 (앞선 대화에서처럼) '안돼!'라고 브레이크를 걸었을 게 뻔하다.


"맞아요. 음식은 자기가 자신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백종원의 지지로 자신감을 얻은 여자 사장님은 훨씬 더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남편이면 얼마나 좋겠는가)의 응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남편의 주도로, 그의 지시에만 반응하던 이전과 달리 남편에게 해야 할 일을 알려주며 비로소 가게의 주인으로 거듭났다. 이러한 변화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남편과 아내의 수평적인 관계가 성립되자 훨씬 더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정우진 PD도 OSEN과의 인터뷰에서 치막집의 변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여자 사장님이 처음 만났을 때보다 말도 많이 하고 유머감각도 있는 모습이 나와서 저희도 백종원 대표도 많이 놀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닭꼬치집으로 변신한 치막집이 어떤 식당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다음 주 방송이 기다려진다. 물론 재정립된 부부관계를 보여준 사장님들의 이야기가 조금 더 궁금하긴 하다.


김종성 기자(transcendme@hanmail.net)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2020.04.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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