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한 포부' 밝힌 현주엽, 서장훈-허재처럼 될 수 있을까

[연예]by 오마이뉴스

<사장님 귀>·<위대한 배태랑>에 잇따라 출연하고 있는 신 예능 강자

창원 LG세이커스는 김시래와 강병현, 조성민, 김종규(원주DB푸로미)가 활약한 2018-2019 시즌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며 4시즌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에 복귀했다. 외국인 선수 제임스 메이슨이 득점(26.81점)과 리바운드(14.72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고 현주엽 감독의 총애를 받는 '토종 에이스' 김종규도 11.76득점7.39리바운드로 고군분투했다. LG의 좋은 성적 덕분에 2018-2019 시즌 홈 경기장의 누적 관중은 1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팀의 기둥 김종규는 2018-2019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고 LG가 제시한 12억 원이라는 거액을 거절하고 원주DB와 12억7900만 원에 계약했다. LG는 정희재와 김동량, 박병우 등을 영입하면서 팀 색깔의 변화를 꾀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LG는 외국인 선수 캐디 카렌이 득점 1위(21.40점)에 올랐음에도 김종규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16승26패로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렀다(코로나19 사태로 시즌 조기 종료).


결국 현주엽 감독은 LG 감독을 맡은 세 시즌 동안 63승87패(승률 .420)의 성적을 기록한 후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기까지는 지도자로 실패한 스타 출신 감독의 초라한 현실을 보여주는 스토리인 듯하다. 하지만 현주엽은 지금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설위원 시절부터 '서장훈의 대항마'로 꼽힐 정도로 남다른 예능감을 뽐내곤 했던 현주엽은 감독 사퇴 후 벌써 여러 예능에 출연하며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일찍 은퇴한 '매직히포', 먹방 예능에서 초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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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주엽은 2015년 에 출연하면서 예능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 MBC 화면 캡처

고려대학교 시절부터 '국보센터 서장훈을 1:1로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빅맨'으로 꼽히던 현주엽은 프로 진출 후 잦은 부상으로 자신의 기량을 완벽히 뽐내지 못했다. 물론 현주엽은 빅맨 포지션임에도 통산 5.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포인트 포워드'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현주엽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농구팬들은 잦은 부상으로 현주엽이 재능을 완전히 펼치지 못한 것을 대단히 안타깝게 여긴다.


2008-2009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현주엽은 은퇴 후 5년이 지난 2014년 MBC 스포츠플러스의 농구 해설위원으로 농구팬들 앞으로 돌아왔다. 대부분의 해설위원들이 그렇듯 현주엽도 초기에는 다소 어설픈 해설로 농구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점차 마이크에 익숙해지면서 말문이 트였다. 특히 정용검 캐스터와의 콤비는 인터넷에 '짤방'이 돌 정도로 농구팬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2015년 2월 <무한도전-설특집 무도큰잔치> 편에서 휘문고 선배 서장훈과 함께 출연한 현주엽은 베개 싸움에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며 김영철로부터 '슈퍼파워'라는 별명을 얻었다(하지만 이 별명으로 예능인으로서의 인지도가 부쩍 올라간 쪽은 현주엽이 아닌 김영철이었다). 예능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서장훈과 달리 현주엽은 <무한도전> 특유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소 낯설어 했지만 예능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이후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며 시청자들에게 점점 친숙해 지던 현주엽은 2016년 6월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남다른 먹방을 선보였다. 그리고 현주엽의 먹성은 이듬해 먹방 여행프로그램 <원나잇 푸드트립> 출연으로 이어졌다. <원나잇 푸드트립> 시즌2의 캄보디아 씨엠립편에 출연한 현주엽은 국수9 그릇과 고기요리 30인분, 음료 38잔을 먹어 치우면서 차원이 다른 먹방 실력을 선보였다.


현주엽은 2017년 4월 LG 세이커스의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해설과 예능에서 멀어지는 듯했지만 KBS의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진은 '예능인 현주엽'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사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보스들의 자발적 성찰 프로그램'을 모토로 하고 있지만 현주엽이 출연하는 분량에서는 현주엽을 비롯한 '걸리버 3인방'(전력분석관 박도경, 통역 채성우)의 먹방이 핵심 내용이 됐다.

LG 감독 물러난 후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다른 존재감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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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주엽은 다이어트에 성공해 운동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뛰고 싶다는 소박하면서도 짠한 소망을 밝혔다. ⓒ jtbc 화면 캡처

현주엽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통해 농구팬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프로 농구 구단의 비 시즌 일정을 유쾌하게 보여줬지만 프로그램 출연을 시즌 개막 후까지 이어갈 수는 없었다. 결국 현주엽은 시즌 개막과 함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현주엽이 본업으로 돌아가면서 '먹방요정'이자 예능인 현주엽을 보고 싶어하던 시청자들은 큰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주엽은 2019-2020 시즌 종료 후 LG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고 각 방송국에서는 '예능블루칩' 현주엽을 모셔가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현주엽은 지난 5월 10일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했는데 1주년을 기념한 단발성 출연이었다는 예상을 깨고 현재 4주 연속 출연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방송분에서는 MC 전현무와 김숙이 "다른 프로그램 나가도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배신하면 안돼요"라며 현주엽의 고정출연을 한 번 더 강조했다.


이제 더 이상 현역 감독이 아닌 현주엽은 '일자리를 잃은 보스'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잡아 프로그램에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 17일 방송에서는 현주엽의 지도를 받고 성적이 크게 향상된 옛 제자 정희재, 김동량과의 영상통화로 자상하고 인간적인 면을 보여줬다. 5월 24일과 31일 방송에서는 한식 요리연구가 심영순에게 갈비탕 끓이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현주엽은 점점 먹방을 넘어 예능인으로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현주엽은 1일 첫 방송된 JTBC의 새 예능프로그램 <위대한 배태랑>에도 합류했다. 본격 다이어트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위대한 배태랑>에서 현주엽은 등장부터 출연진 중에서 배 둘레가 가장 큰 '진'으로 선정되는 위엄(?)을 과시했다. 고질적으로 무릎이 좋지 않아 운동회에서 아이들과 한 번도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현주엽은 다이어트를 통해 아이들과 달리기를 하고 싶다는 짠한 포부를 밝혔다.


아직 현주엽은 강호동처럼 농구 관련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전업 방송인의 길을 걷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적은 없다. 당장 다음 시즌 프로농구 개막이 결정되면 스포츠 채널에서 '해설위원 현주엽'에게 많은 러브콜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현주엽은 예능인으로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최근 예능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비추고 있는 현주엽은 서장훈이나 허재처럼 성공한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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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주엽은 KBS에서는 먹고 jtbc에서는 다이어트를 하는 힘든 예능인의 길을 걷고 있다. ⓒ KBS 화면 캡처

양형석 기자(utopia697@naver.com)

2020.06.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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