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빌보드 휩쓴 가수, 그가 소극장 택한 이유

[컬처]by 오마이뉴스

팝스타 거부한 고티에, 호주에서 윌리 데 바커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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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티에의 정규 앨범 < Making Mirrors >, 이 앨범의 수록곡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2012년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뮤지션들이 빌보드 싱글 차트를 수놓았던 해였다. 한국에서 온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있었고, 칼리 레이 젭슨(Carly Rae Jepsen)의 'Call Me Maybe' 역시 공전의 히트를 거뒀다. 호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 고티에(Gotye, 본명 : 윌리 데 바커)의 이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11년에 발표되었던 고티에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는 2012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8주 연속 1위라는 위업을 거뒀다. 이 곡은 2012년 빌보드 차트 연말 결산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즉, 2012년 한해 미국에서 가장 히트한 곡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는 미국 뿐 아니라 영국, 벨기에, 프랑스, 아일랜드, 네덜란드, 멕시코 등 여러 국가의 차트를 강타했다.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는 언제 꺼내 들어도 매력적이다. 수많은 요소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브라질 기타리스트 루이스 봉파의 'Seville'을 샘플링한 기타 루프는 묘한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고티에의 목소리는 폴리스 시절의 스팅(Sting)을 연상시킬 만큼 매력적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고 빠지는 뉴질랜드 출신의 여성 보컬 킴브라(Kimpa)의 목소리 역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곡을 정상에 올려놓은 데 가사의 몫 역시 크다. 고티에는 관계가 사람에게 남기는 잔상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우리가 연인과 사랑을 나눌 때에는, 그 사람이 곧 자신의 세상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누구보다 편하고 익숙했던 사람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순간, 사랑하던 사람이 '알곤 했던 누군가(somebady that i used to know)가 되는 순간. 고티에는 이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한 것이다.


Now you're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이제 너는 내가 알곤 했던 누군가일 뿐이야."


이 곡은 수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세계적으로 무명이었던 고티에였지만, 그는 프린스로부터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 트로피를 받게 된다. 프린스는 고티에의 그래미 수상 소식을 밝히기 전, '이 노래를 좋아한다'는 최고의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고티에의 앨범 < Making Mirrors >는 그래미 최우수 얼터너티브 앨범상을 수상했다.)

'고티에' 이름으로 앨범 발표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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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티에(가운데)는 호주 밴드 '더 베이직스(The Basics)'의 드러머 겸 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 The Basics 페이스북

그는 월드 투어를 열었고, 2012년 '슈퍼소닉'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 이후 수년 동안 '고티에(Gotye)'의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하지 않았다. 고티에로 불렸던 사나이 '윌리 데 베커'는 앞으로 고티에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낼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2017년에는 자신의 노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뮤직비디오에 삽입되는 온라인 광고를 모두 제거하기도 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찾는 히트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티에는 음악적 불로소득을 일부러 포기한 셈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Creep'의 영광에 얽매이지 않으려 애썼던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가 떠오르기도 한다.


모두가 그의 근황을 궁금해했다. 8년이 지난 지금, 고티에는 '원 히트 원더'의 사례로 종종 손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윌리 데 바커는 결코 음악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나라 호주에서 밴드 더 베이직스(The Basics)의 멤버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 밴드에서 드럼 연주와 보컬을 모두 맡고 있다. 고티에의 음악이 그랬듯, 베이직스의 음악에는 레게와 포크, 록, 소울, 컨트리 등이 자유롭게 뒤섞여 있다. 그 뿐 아니라, 전자 악기를 중심으로 한 '온디오 오케스트라(Ondioline Orchestra)를 설립하는 등, 다각도에서 음악적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나는 유튜브를 통해, 어렵지 않게 베이직스의 공연 영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윌리 데 바커는 베이직스의 멤버로서, 작은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드럼을 치고 노래하는 윌리 데 바커의 표정은 몹시 여유로워 보였다. 그가 고티에의 이름으로 차기작을 발표했다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불멸의 히트곡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를 부를 때마다, 수만 관중의 떼창을 듣게 되는 것은 자명했다. 그러나 그에게 그런 욕심은 없어 보였다. 히트곡의 후광에 압박을 느낄 생각 따위도 없어 보였다. 자신이 걷고 싶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예술가가 있었을 뿐이다.


고티에는 팝스타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스타디움 대신 작은 소극장을 택했다.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섭섭한 일일 수 있다. 전 세계의 음팬들에게 고티에는 노래 제목처럼 '우리가 알곤 했던 누군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러나, 그것이 자유 의지의 발로라면, 그 나름대로 멋지지 않은가. 'Somebody That I Used To Know'가 세계 무대를 강타했던 것도 10년이 다 되어가는 옛일이지만, 윌리 데 바커의 음악 여정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현파 기자(2hyunpa@naver.com)

2020.07.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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