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아파트 입주한 가족, 이들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컬처]by 오마이뉴스

[넘버링 무비 178]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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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01.

초호화 아파트인 궁전 아파트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타이중의 핵심지이자 대만의 자부심이며, 최초로 공원예정지에 위치해 공원을 내 정원처럼 즐길 수 있고 미술관을 개인 화랑처럼 즐기며, 하버드 출신의 건축가가 설계한 호화 주택. 나사 공법이 이용된 웅장한 구조와 상시 받을 수 있는 호텔식 서비스로 매일을 휴양지처럼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다. 그리 길지 않은 설명이지만 함께 소개되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입주하고 싶어하는 이 곳의 입주자들이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갖고 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금전적인 문제에서는 벗어나 풍족하고 윤택한 삶을 누리기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이들만의 공간이다.


'호화 주택을 사는 것과 안을 채우는 것은 다르다.'


정더리의 가족 역시 궁전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일반 입주민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목욕을 집이 아닌 공용 샤워실에서 하고 발코니에는 누렇고 까만 속옷을 널어 두고 쓰레기장을 뒤져 생필품을 마련한다는 것. 시쳇말로 영혼까지 끌어 모아 겨우 집을 마련했지만 남들처럼 이 집을 채우고 꾸밀 여력은 남아있지 않은 까닭이다. 화려한 집과 어울리지 않는 텐트를 거실에 치고는 내일 당장이라도 집을 비울 준비라도 하듯 웅크려 산다. 실제로 정더리의 꿈은 하루 빨리 이 집을 팔고 시세 차익을 얻어 아들의 장래를 위한 미국행을 이뤄내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이다.


02.

대만의 젊은 세대를 형성하고 있는 감독들 가운데 가장 재능 있는 감독 중 한 명으로 알려진 리청 감독의 영화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은 금전적 이익만을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풍자한 작품이다. 어렵게 마련한 아파트의 시세 차익 획득을 바라는 정더리 가족의 모습에는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목 아래 한 방을 터뜨리기만을 바라는 젊은 세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관계의 단절과 인간성의 상실, 채워지지 않는 욕망 등의 물질만능주의가 가져올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극단적인 상황의 제시를 통해 우스꽝스럽게 그려나간다.


영화는 아무나 쉽게 살 수 없는 공간인 호화 아파트를 배경으로 이 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계급 차이를 십분 활용하며 갈등을 이끌어 낸다. 이와 같은 설정은 무리하게 입주한 정더리와 그의 가족이 집 안에서는 아등바등할 지언정 바깥에서는 다른 입주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하는 이유가 되며 극을 진행시키는 동인이 된다.


하지만 진짜가 되어 보지 못한 이들의 진짜를 위한 노력은 언제나 티가 나는 법. 궁전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진짜 부자들의 행동과 비교하면 어딘가 과하고 부자연스럽다. 거기에다, 모든 생활을 공용 공간에서 해결하려는 가족의 모습은 다른 입주민들의 의심을 사기에 부족하지 않다. 입주자 대표회 회장은 자신들이 '올해의 아파트 평가'에서 금상이 아닌 은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정더리 가족에게 있다고 말하며 은근한 견제를 해 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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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03.

어떤 일이라도 자신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입주자 대표회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비싼 값에 아파트를 팔아야 하는 정더리의 입장이 서로 배반되면서도 일치하는 상황에서 사망 사건이 벌어진다. 같은 동 고층에서 살고 있던 랴오 어르신이 정더리의 집 발코니로 떨어져 사망하고 만 것이다. 그 누구보다 많은 부를 모아두었던 그의 죽음으로 아파트는 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영화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지점이다. 정더리 가족의 품격이 이 호화 아파트의 품격과 일치하는 지의 문제에서 갈등이 발생하던 지점이 랴오 어르신이라는 새로운 인물의 죽음과 그 죽음을 중심으로 한 대립으로 옮겨가게 된다. 아파트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최대한 조용하고 빠르게 시신을 수습하고자 하는 입주자 대표회와 수습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처분부터 먼저 하고 시신을 수습하고자 하는 정더리의 입장이 다시 한 번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떠난 이의 시신을 놓고 벌이는 집값의 문제. 정더리는 발코니는 실평수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유까지 들어가며 시체의 수습을 막을 정도였으니 이 문제만 하더라도 인간성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에 더해 아버지의 부고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쌍둥이 아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가 남기고 간 재물을 탐하는 이웃들의 이야기, 살인 사건을 숨기면서까지 매물을 팔아치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비단 아파트의 시세 차익을 좇는 일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04.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을 두고 정더리와 그의 아내가 부딪히는 장면도 현실성을 더한다. 온전한 경제적 독립이 아니고서는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남이 휘두르는 대로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남편의 뜻에 어느 정도 동의하면서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쓰레기장이나 뒤지는 생활을 10년 가까이 이어온 아내는 이제는 그만 두고 싶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다. 시세 차익을 통해 미래에 부자가 되는 것도 좋지만,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이 생활을 마냥 계속할 수는 없다는 것. 미래를 위해 현실을 담보로 할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현재를 즐기는 일에 최선을 다할지 고민하는 젊은 세대들의 갈등이 담겨있는 부분이라고 할 것이다.


이 모든 문제에서 오롯이 벗어나 경계 지점에 서 있는 인물은 정더리의 아들인 청청이다. 어른들의 문제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 굳이 꾸미지 않아도 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선택에 따라 물리적으로는 거짓된 삶을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체면을 차리지는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고자 하는 현재의 모습을 부모와는 달리 아무런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말할 줄 안다. 작은 행복에 만족할 줄 아는 모습 역시 그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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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05.

영화의 중간에 등장하는 여행 가방을 이용한 레이싱 장면. 이 장면만으로 영화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은 모두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의 문제를 극 속으로 이끌고 들어와 적극적으로 풍자하면서도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다소 올드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현재 대만 영화 산업의 흐름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다. 오히려, 최근의 대만 영화를 대표하고 있는 멜로 로맨스 작품들을 대신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의 원제는 '희종천강(喜從天降)'으로 기쁨이 하늘에서부터 내려온다는 의미라고 한다. 고대로부터 중국인들이 대박을 기원하는 문구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하나뿐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유일한 선물이 어떻게 기쁨이 될 수 있을지는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조영준 기자(joyjun7@hanmail.net)

2020.07.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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