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에도 거침없는 행보, 뮤직비디오에 담긴 씁쓸함

[컬처]by 오마이뉴스

여자친구·레드벨벳·선미·화사, 변화 혹은 기존 노선 강화로 인기몰이


여름의 길목에 들어선 7월, 무게감 있는 가수들의 신작이 대거 쏟아지며 2020년 하반기 가요계의 대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독보적인 개성과 존재감으로 많은 사람을 매료시켰던 걸그룹 혹은 여성 솔로 가수들이 최근 2주 사이 연이어 신곡을 들고나와 눈길을 모은다.


완전체 활동을 잠시 뒤로하고 2인조 유닛으로 돌아온 레드벨벳-아이린&슬기, 극적인 변화를 담은 여자친구, 언제나 멋짐을 뽐내 온 선미, 그리고 화사는 당당함을 공통분모 삼아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순서는 최근 발매일 기준).

마녀 된 여자친구? 'Apple'의 치명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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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친구 'Apple' 뮤직비디오 ⓒ 쏘스뮤직

6개월 만에 발표된 여자친구의 신작 < 回:Song of the Sirens >는 지금까지 나왔던 음반 중 가장 극적인 변화를 담고 있다. '파워 청순'으로 대표되던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스러운 기존 노선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최신 해외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파격적인 변화를 곡 전반에 걸쳐 녹여낸다.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을 이끈 방시혁, 피독 외에 황현, Frants(선미 담당), 기타 외국 음악인 등 작사 및 작곡에 각각 14명씩 이름을 올릴 만큼 대규모 인력이 투입된 이번 앨범을 통해 이전 이기용배(이기, 서용배)로 대표되던 여자친구의 음악과 작별을 고했다.


뱃사람을 유혹해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그리스 신화 이야기 세이렌의 노래를 음반 제목으로 사용한 것처럼 여자친구는 독사과를 접하면서 어두운 기운의 마녀로 탈바꿈한다. 서로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는 장면은 이전과의 단절을 상징한다. 비록 사과라는 외부적 요인의 유혹 때문이었지만 흑화된 여자친구들은 더 이상 욕망을 감추지 않고 과감하게 밖으로 드러낸다.


어느덧 데뷔 6년 차가 된 그룹 답게 기존 콘셉트와 상반되는 이질적 변화도 찰떡처럼 소화한다. 빅히트 레이블로 흡수되면서 발표한 첫 작품 < 回:Labyrinth >에서 강화된 서사적 구조를 담기 시작한 여자친구는 적극적으로 작사와 작곡에도 참여, 음악적 전환기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레드벨벳-아이린&슬기 'Monster'... 유닛 활동의 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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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벨벳 아이린&슬기 'Monster' 뮤직비디오 ⓒ SM엔터테인먼트

SM은 소속사 그룹 멤버들의 다양한 유닛 활동으로 기존 팀의 확장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레드벨벳의 주축 멤버 아이린과 슬기를 앞세운 레드벨벳-아이린&슬기 역시 선배들의 전례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이번 동명 음반 타이틀곡 'Monster'의 강렬함은 기대 이상이다.


일명 '전기톱(SAW)'으로 불리는 기괴한 신스와 코러스를 곳곳에 배치하는가 하면 갑작스레 괴물로 변하는 아이린, 권총을 들고 누군가를 저격하려는 슬기에게선 더이상 달콤한 '아이스크림'(2015년), 청량감 넘치는 '빨간맛'을 찾아 헤매던 소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단 2명의 목소리와 퍼포먼스만으로 꾸며진 곡이지만 빈자리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자신들의 끼를 200% 뽐낸다.


그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아이린의 보컬실력은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미 메인보컬급 능력치를 인정받아왔던 슬기 역시 실력파 멤버다운 면모를 여과없이 드러낸다. 완전체 활동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유닛의 미덕임을 감안하면, 레드벨벳-아이린&슬기의 등장엔 합격점을 부여할 만하다.

선미 '보라빛 밤'... 복고풍 시티팝에 담은 판타지 러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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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미 '보라빛밤' 뮤직비디오 ⓒ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지난 2017~18년 '가시나', '주인공', '사이렌'으로 이어지는 '선미표 3부작'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선미의 이번 음악적 선택도 복고(레트로)다. 그런데 약간의 변화도 감지된다. '사이렌'이 뉴웨이브 댄스 팝의 형식을 취했다면 '보라빛 밤'에선 뒤늦게 주목받는 시티팝 장르를 전면에 내세운다.


인트로와 간주에 삽입된 비장미 넘치는 스트링 계열 신시사이저와 곡 전체의 중심을 잡고 있는 펑키 리듬의 기타와 베이스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매력을 뽐낸다. 제목처럼 보라색을 덧씌운 필름 질감의 영상 속에서 선미는 언제나 그렇듯이 화려한 율동으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영상과 음악을 얼핏 감상하자면 마리아 다케우치 혹은 김완선이 왕성하게 활동했던 1980년대 후반 시티팝의 재림처럼 비치겠지만 선미의 목소리와 퍼포먼스를 만나면서 '선미'라는 장르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준다. 비록 뮤직비디오 속 그녀의 사랑이야기는 한순간의 꿈으로 흘러가 버렸지만 음악팬들에겐 지워지지 않는 보라빛 흔적을 제대로 남겨줬다. 이런 게 바로 선미 음악의 매력이다.

당당해서 더욱 멋진 화사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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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사 'Maria' 뮤직비디오 ⓒ (주)RBW

마마무 활동을 시작으로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중인 화사는 요즘 시대 여성팬들에겐 '워너비' 스타 중 한 명이다. 빼어난 노래 솜씨와 예능 속 털털한 매력이 결합되면서 케이팝 여가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착실히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발표했던 싱글 '멍청이'는 트렌디한 사운드를 선호하는 팬들의 지지 속에 큰 인기를 받았다.


그런데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은 정작 당사자에겐 제법 무거운 짐이었던 모양이다. 솔로음반 < Maria >의 동명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서 화사는 온갖 고통에 시달리는 인물로 등장한다. 살인사건 현장으로 시작된 영상은 마치 정신병동에 갇힌 환자 마냥 탈출구 없이 혼돈에 빠진 화사의 모습을 주요하게 다룬다.


"욕을 하도 먹어 체했어 하도 서러워도 어쩌겠어 I do"라는 가사는 악플과 이유 없는 비난에 시달리는 스타 연예인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담아 안쓰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오 마리아 널 위한 말이야 뭐 하러 아등바등해 이미 아름다운데"라는 후렴구 마냥 화사는 모든 것을 이겨내는 존재로 다시 일어선다. 뮤직비디오 마지막에 웃으며 반갑게 등장하는 3인의 마마무 멤버들은 그녀를 응원해주는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하다. 당당함으로 똘똘 뭉친 화사다운 작품이다.


김상화 기자(jazzkid@naver.com)

2020.07.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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