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차박은 망했습니다" 캠린이가 알아야 할 에티켓

[여행]by 오마이뉴스

[요즘 뜨는 여행, 차박] 취사, 공회전, 모닥불... 제대로 알고 즐깁시다


요즘 캠핑장 예약을 하려면 몇 주 전부터 온라인 예약 사이트를 들락거려야 한다. 지방의 경우 그나마 금요일 밤에는 자리가 있지만 수도권 등 인구가 많은 곳은 주말 내내 자리 찾기가 힘들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나 실내 관광지 방문을 못 하게 되면서 비교적 생활속 거리두기가 가능한 야영장이 붐비게 됐다. SNS 등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전파돼, 그야말로 우리나라 캠핑 인구가 정점을 찍고 있는 듯하다.


캠핑 중에서도 요즘은 차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야영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좀 더 한적한 곳으로 가고자 하는 열망이 커졌고, 야영장이 아닌 곳에서 별도의 장비 없이 개인 차량에서 잠을 청하는 게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캠핑카 개조에 관한 법이 대폭 완화된 것도 한몫했다.


이렇게 새로운 유행이 생겨나면 반드시 새로운 문제가 따라오는 법. 이번 기사에서는 야영 중, 특히 차박 캠핑 시 지켜야 할 매너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보려고 한다.

[하나] '장소'와 '취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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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맞는 아침. (필름/Ektar100)서해 한적한 해변에서의 차박. 4월이어서 공기가 싸늘했지만 그래서 더 상쾌했다. ⓒ 안사을

차박이 가능한 장소를 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참 애매하다. 야영 및 취사에 대해 상당히 엄격하게 다루고 있는 '공원지역'에 관한 법을 보더라도 '별도의 구조물(텐트의 폴대 등)을 세울 수 없다'는 내용이 있긴 하지만 밤새 주차하는 것에 관한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공 주차장임에도 공기가 좋고 경치가 괜찮다면 차박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심지어는 트레일러 형식의 카라반을 정박하여 야영을 즐기기도 한다. 여름철이면 대관령 주차장을 꽉 메운 카라반 야영객에 대해 다룬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타인에게 전혀 피해가 가지 않는 한적한 곳이라면 불법이 아닌 선에서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는 조건이라면 법적으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서로를 위해 아래의 내용을 함께 지켰으면 좋겠다.

  1. 차량과 연결된, 혹은 별도의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는다. (트레일러 포함)
  2. 취사를 하지 않는다.
  3. 화장실 세면대에서는 간단히 세수 등만 해결한다.
  4. 사람이 많아 실제 주차만 하는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끼칠 것 같으면 스스로 장소를 옮긴다.

꼭 주차장이 아니더라도 야영 전용이 아닌 공간에서는 위의 네 가지 에티켓을 꼭 유념했으면 좋겠다. 가령, 바다에서 낚시를 하면서 매운탕을 끓여 먹는 거야 어느 정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낚시꾼 외에도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라면 당연히 삼가야 할 것이다.


법적으로 하천구역, 산 및 산림인접지역, 공원이 아닌 곳에서는 취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역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법보다 매너가 더 엄격하게 지켜지는 캠핑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원한다.


아래 사진은 진안군에 위치한 금강 유역에서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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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죽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 (디지털)절벽과 차량 사이에는 금강의 지류인 '구량천'이 흐르고 절벽 뒤에는 곧바로 금강의 본류가 흐른다. 이곳은 용담 소호의 경계로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야영 및 취사가 금지되어있다.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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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섬바위. (디지털)토요일 오후 많은 차량이 하천 유역에 들어와 여유를 즐기는 모습. 사진의 틀에 들어오지 못한 차량도 많다. ⓒ 안사을

죽도는 일부분이 수몰되기 전부터 '유원지'라고 표현될 만큼 행락객들로 붐비는 곳이었다. 요즘에도 SUV차량이 드나들 수 있어서 숨은 명소로 여겨지곤 한다. 2년 전 큰 비가 내리기 전에는 '가막리'까지 물을 건너 트래킹이 가능할 정도로 수심이 낮았고 오프로드 차량이 꽤나 들락거렸다.


또한 용담댐 바로 밑에 위치한 '섬바위'는 수변구역으로 관리되고있다. 하지만 역시 도 내 많은 이들이 들러서 야영 및 취사를 즐기던 곳이고, 작년 여름 핑클의 '캠핑클럽' 1화에 등장하여 전국적으로 알려진 이후로 사람이 더욱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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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구역 취사현장. (디지털)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숯불이나 장작으로 고기를 굽고 있었기 때문이다. ⓒ 안사을

필자는 진안군청 환경과 수질보전팀 직원에게 금강수계법과 수변구역 및 상수원보호구역 유지, 관리에 관해 전화로 질의했다. 진안군 또한 금강 유역에서의 불법행위 및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듯했다. 조만간 차단기 설치 등 보다 강력한 수준의 제재 수단을 발휘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천법에 따르면, 수면 바깥이고 지자체가 진입을 금지한 구역이 아닌 경우 하천구역 차량 진입 자체만 가지고 '금지 행위'라고 말하지 않는다. 상수원보호구역이 아닌 수변구역의 경우 시, 군별로 취사행위를 금지하는 정도가 다르기도 하다.


하지만 천막을 치고 고기를 굽는 등의 행위를 무분별하게 지속한다면, 합법적인 다른 행위마저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되면 해당 구역을 원천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이 흐르는 곳에서 차박을 하고 싶다면 별도의 구조물 없이, 취사를 하지 않고 조용히 차량 안에서 쉬었다가 흔적 없이 떠나야 한다. 주차장에서의 차박 에티켓과 동일하게 생각하면 되겠다.

[둘] 공회전과 모닥불에 관하여

화롯대 없이 지피는 모닥불은 노지에서의 차박이나 야영에서 가장 삼가야 할 행위이다. 흔적이 남는 데다 땅이 직접 오염되고 화재의 위험까지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사진은 상수원보호구역인 죽도에서 발견된 모닥불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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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디지털)이렇게 차량을 옆에 두고 땅에 모닥불을 피웠을 것이다.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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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2. (디지털)누군가 물티슈를 통채로 불에 태웠다. ⓒ 안사을

산림이나 산림인접지역에서는 화재의 위험 때문에 더 문제다. 산림법에서는 인화물질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절대 불을 피우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추운 겨울, 꼭 따뜻한 음식이 필요하다면 차량 내에서 전기를 이용해 물을 끓이거나 발열팩 식품으로 간편식을 데워먹으면 된다.


공회전 또한 차박 캠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 중 하나이다. 별도로 배터리를 보강하지 않은 차량은 시동을 끈 상태에서 전기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주 시동을 켜서 공회전을 하게 된다. 특히 여름철에 에어컨을 틀기 위해서, 혹은 겨울철에 전기장판을 켜기 위해서 시동을 계속 켜 놓거나, 몇 시간이고 시동을 껐다 켰다 하는 민폐를 끼치는 것이다.


위와 같은 행위는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바로 옆에서 야영을 즐기고 있는 다른 이에게도 소음과 냄새로 피해를 주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용량이 큰 배터리를 추가하는 등 사전에 미리 조치를 취해놓아야 한다.


필자는 수납 등의 이유 때문에 보조배터리를 넣지 않고 시동배터리 자체를 인산철 배터리로 바꾸었다. 일반 배터리와 달리 용량이 조금만 남아있어도 시동이 걸리기 때문에 하룻밤 전기장판을 돌리는 정도는 너끈히 가능하다.


대신 가격이 사악하다. 제품 가격만 99만 원이었다. 물건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차박을 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투자를 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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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차박. (필름/C200)아무도 없는 곳이었지만 공회전도, 취사도 하지 않고 오롯이 싸늘한 밤공기를 즐기다 왔다. 밤새 하늘이 개었고 선명한 오리온자리를 만날 수 있었던 곳. ⓒ 안사을

텐트 등을 치지 않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차박 캠핑. 분명 매력이 넘치는 여가 선용 활동이다. 두 가지만 유념한다면 말이다. 첫째는 관련 법을 잘 확인하여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고, 둘째는 법의 테두리 안에 있더라도 자연과 이웃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선을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의 판도가 현저히 바뀐 지금, 지속적으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안사을 기자(tkdmf41@naver.com)

2020.07.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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