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시간대로 이동, '뭉쳐야 찬다' 장수비결

[컬처]by 오마이뉴스

[리뷰]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이하 뭉찬>가 어느덧 방영 1주년을 넘기면서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종목별로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이 생소한 축구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뭉찬>은 종편 프로그램임에도 평균 5~6%이 넘는 시청률을 유지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뭉찬>은 앞으로 8월 16일부터 기존 일요일 밤 9시에서 저녁 7시 40분으로 편성을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초기에는 목요일 밤 11시대에 방영되었고, 현재는 일요일 9시대에 방영되고 있다. 이른바 점점 황금시간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


경쟁이 치열하고 각 방송사의 주력 예능프로그램들이 맞붙는 주말 저녁 시간대에 스포츠 예능물이 편성된 것은 KBS <천하무적 야구단> 이후로 처음이다. 그만큼 <뭉찬>이 축구와 예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두루 대중성을 인정받는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사실 <뭉찬>이 처음 방영될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오래 장수하리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스포츠 예능 자체가 방송으로 제작하기가 까다로운 장르인 데다 각 종목의 스타들이 모여서 축구에 도전한다는 컨셉은 이미 <우리동네 예체능>이나 <불멸의 국가대표>같은 프로그램들이 먼저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뭉찬>은 예상을 깨고 지금까지도 굳건히 살아남았다. 방송의 트렌드가 급격하게 바뀌는 요즘 시대에 1년 이상을 이어가고 있는 프로를 장수 프로그램으로 명명해도 무리가 없을 듯싶다. 단순히 살아남은 것을 넘어서 기대 이상의 인기를 이어가며 스포츠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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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예능 프로그램 한장면. ⓒ JTBC

뛰어난 섭외력

<뭉찬>의 장수 비결은 우선 뛰어난 섭외력에 있다. 이만기, 양준혁, 김동현, 이봉주 등 이미 예능에 익숙한 스포츠 스타들도 있었지만, 허재, 여홍철, 이형택, 박태환, 모태범, 이대훈 등 그동안 방송에서는 쉽게 모습을 보기 힘든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뭉찬>이 유일하다. 축구라는 팀스포츠를 매개로 대한민국 각 종목 스포츠 영웅들의 알려지지 않은 인간적이고 유쾌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허재는 <뭉찬>에서 보여준 허당 매력을 계기로 사실상 예능인으로 거듭나며 이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으며, 박태환-이대훈 등도 훈훈한 외모와 준수한 축구실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형택에게는 깐죽거리는 밉상 아재, 여홍철에게는 엄살이 심한 할리우드 액션남, 결혼을 앞둔 양준혁에게는 프러포즈에 목마른 순정남 같은 예능적 이미지를 입혀 웃음을 안기는 등, 전문 방송인이 아닌 스포츠인들에게 친근한 캐릭터를 만들어 입히는데도 탁월하다.


'용병 제도'를 도입하며 프로그램의 문을 유연하게 개방해 놓은 것도 호평을 받고 있다. 용병은 일반 예능프로그램의 게스트에 해당하지만, 실력이 좋으면 정식멤버로 영입하기도 한다. 김병현-이대훈-김재엽-모태범 등이 용병제도를 거쳐 정식 멤버로까지 입단한 케이스다.


설사 입단하지는 않더라도 신진식-정찬성-윤성빈-조준호-허훈-이충희 등은 실력으로나 혹은 웃음으로 자기 몫을 다한 용병들로 평가받는다. 또한 일일 코치 역할의 멘토 역할로 황선홍, 설기현, 김병지, 유상철 등 2002 한일월드컵 출신의 스타들이 번갈아가며 출연했던 에피소드들도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평소 보기힘든 대한민국 각 분야의 스포츠스타들이 한 자리에 출연하여 축구로 하나가 되는 모습이나, 권위를 내려놓고 유쾌하게 망가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오직 <뭉찬>이기에 가능한 희소성이다.

축구라는 성장드라마적 요소

한편으로 축구라는 스포츠 종목 자체의 매력에 충실한 성장드라마적 요소도 빼놓을수 없다. 나름 각 분야를 풍미했던 스포츠인들이 심지어 본인들 주 종목도 아닌 축구에 도전하기 위하여 모든 걸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일이다. 초기에는 10골차 이상의 대패를 밥먹듯이 거듭하며, 실력도 없이 자존심만 내세우거나 남탓하기 바쁜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에 실망한 시청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와 훈련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현실을 인정하고 좌충우돌하면서도 축구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 아재들의 인간적인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무엇보다 안정환이라는 인물을 감독으로 선임한 것은 '신의 한수'로 평가 받는다. 2002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이자 현재는 방송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정환은, 본인이 운동선수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공감하고 있으면서 방송의 특성에 대한 이해도도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안정환은 자기보다 체육계 선배들이 많은 <뭉찬>에서도 진지할 때는 진지하고, 망가질 때는 함께 망가지는 유연한 모습을 보이며 축구와 예능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줬다.


방송 초반에는 말 안듣는 스포츠 전설들 때문에 고통받는 안정환의 모습이 웃음포인트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개성 강한 멤버들을 다독이며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인간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어쩌다 FC는 방송 초기에 비해 제법 수준을 갖춘 팀으로 진화했다. 스포츠 레전드 출신들의 축구팀이라는 정체성에 따라 초창기 멤버들의 연령대가 지나치게 높다는 약점은, 박태환, 모태범,이대훈 등 은퇴하지 얼마되지 않았거나 아직 현역인 젊은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보완됐다. 여기에 허재-양준혁-김동현 등 기존 멤버들의 노력과 성장세까지 더해지면서 이제 최근의 어쩌다 FC는 지는 경기보다 이기는 경기가 더 많을 정도로 부쩍 환골탈태했다. 최근에는 이형택을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하는 등 재정비에 나선 <뭉찬>은, 조기축구팀과의 친선전이라는 구성에서 벗어나 공식 구대회에 출전하여 4강을 목표로 한다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뭉찬>은 예능이라는 장르가 스포츠를 담아내는 방법, 웃음과 감동, 리얼리티와 예능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할지에 대한 모범사례와 같다. <뭉찬>의 유쾌한 성장드라마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

2020.07.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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