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눈물 흘린 이 배우... 9년 전의 속상함을 씻다

[컬처]by 오마이뉴스

배우 심은경의 노력, 그리고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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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틸 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작품을 위해 그리고 연기 활동을 하며 남몰래 눈물을 흘리지 않는 배우는 없겠지만, 유독 최근 심은경의 눈물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이제 한국나이로 27세인데 경력만 놓고 보면 17년차 다. 남성 서사 중심이던 2010년 대 초중반부터 심은경은 20대 여성 배우로 한 작품의 시작과 끝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이로 손꼽히곤 했다.


많은 사람들이 심은경을 영화 <써니>(2011)와 <수상한 그녀>(2014)로 기억할 것이다. 좀 더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드라마 <황진이>(2006)와 <태왕사신기>(2007) 그리고 일본 원작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한 <내일도 칸타빌레>(2014) 등을 떠올릴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독립영화 <걷기왕>(2016), 단독 주연의 가능성을 보여준 <널 기다리며>(2016)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대종상영화제와 백상예술대상, 그리고 일본 아카데미

그의 눈물부터 언급한 이유는 그가 근 3년간 일본에서 활동하며 이뤄낸 일련의 성과 때문이다. 2017년 일본 매니지먼트사와 계약 체결 직후 그가 일본 활동을 염두에 두며 일본어를 공부했다는 건 이젠 유명한 일화다.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주연으로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했기에 팬들의 아쉬움은 컸지만 그는 과감하게 일본으로 떠났다.


"전부터 일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과는 다른 일본 영화의 색을 내게 입히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며 일본으로 떠난 이유를 밝혔던 심은경은 "제 연기를 보신 분들이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영화에 많이 나오는 사람으로 기억해달라"는 소감을 덧붙였다.


그리고 촬영하게 된 영화 <신문기자>는 일본에서 지난해 6월 개봉한 이후 3개월 만에 45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로 심은경은 제29회 타마 시네마 포럼 최우수 신인여우상, 제74회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최우수 여우주연상, 그리고 올해 3월에 열린 일본 제 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로선 처음, 일본 아카데미 역사상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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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심은경. ⓒ NEW

당시 수상 소감에서 심은경은 전혀 수상을 생각하지 않아 (소감을) 준비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수상은 긴장 일색이던 한일양국 관계에서 게다가 보수적으로 평가받는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7월 22일 개봉한 또 다른 일본 영화 <블루 아워>로 다카사키 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그의 일본 활동에 특별한 결실을 하나둘 내고 있다.


9년 전으로 돌아가 본다. 영화 <써니> 주연으로 연기적으로도 호평받고 영화 또한 745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한 이후 심은경은 제 48회 대종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가 돌연 이름이 빠지는 일을 겪는다. 학업을 위해 미국 유학 중이던 게 이유였다.


당시 시상식에서 심은경은 또다른 출연작 <로맨틱 헤븐>으로 여우조연상을 받게 됐는데 심은경은 SNS를 통해 "대종상영화제 후보 올려주셨는데 학교 일정 때문에 참석을 못한다고 하니 명단에서 제 이름이 빠졌네요. 씁쓸하네요"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해당글에서 심은경은 "제가 후보에 올려달란 것도 아니었는데 왜 올려놓고 이렇게 상처를 주시는지, 상이 뭔지"라며 "여우주연상 후보는 빼셨으면서 왜 조연상은 안 빼셨는지. 진짜 웬만하면 이런 거 안 쓰려고 했는데 진짜, 할 말이 없고 다시 한 번 이 세계의 쓰라린 경험을 느낀다. 정말 이건 아니야"라고 서운한 마음을 강하게 표현한 바 있다.


당시 대종상영화제는 류승범, 류승룡, 서영희 등도 후보에서 돌연 제외되며 '출석상' 논란의 단초를 스스로 제공하기도 했다.

숨은 노력이 저력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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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왕 ▲ 만복 역을 맡은 심은경 ⓒ CGV아트하우스

10대를 마무리하는 작품에서 상처를 받은 심은경은 성인 후 첫 상업영화인 <수상한 그녀>로 춘사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우주연상과 여자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받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상 자체가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심은경에선 어린 나이에 받았던 상처를 일부 보상받는 순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일상에선 다소 힘이 없어 보인다는 평을 듣기도 했던 심은경은 촬영장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집중력과 열정이 뛰어났다. <수상한 그녀> 촬영 때 그는 영화에 들어갈 노래를 위해 두 달 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 당초 제작진은 여러 상황상 대역 가수를 쓰려고 했지만, 심은경은 자신이 직접 노래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음악감독을 거듭 설득했다. 이 일화는 그의 열정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다.


<써니> 직후 경험한 3년 간의 미국 고등학교 유학, 그리고 졸업 후 다가온 삶과 연기에 대한 혼란은 심은경에겐 힘든 경험이었지만 동시에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심은경은 "20대 초반 번아웃이 있었고,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며 "이전엔 다른 걸 계속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면 이젠 조금 더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최근 인터뷰에서 고백했다.


그의 일본 활동은 곧 자신의 연기 엔진을 점검하고 연기하는 진정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다. 2016년 11월 일본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도했고, 2017년 초 계약 체결 직후 심은경은 도쿄로 건나가 신인의 자세로 다시 언어를 익히고 현지 문화를 익혔다고 한다. 바로 영화를 한 게 아닌 연극과 공연 등 비상업 프로젝트부터 차근차근 밟았다. 그 와중에 맡게 된 <신문기자>의 요시오카 에리카는 가짜에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은경과도 어느 정도 통하는 캐릭터일 것이다.


이전 소속사 때부터 심은경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소속사 앤드마크의 권오연 대표는 "그때 다들 한류를 타고 중국 진출을 노리던 때 우리만 반대로 가나 싶기도 했는데 워낙 심은경 배우 의지가 강했고, 그의 이미지 또한 일본과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며 "막상 해외에 진출하면 수익부터 노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심은경 배우는 기본부터 닦아가자는 생각이었다. 현재 일본 소속사를 잘 만난 것 같다. 실질적 지원은 물론이고 정서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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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틸컷 ⓒ 오드 AUD

그의 또다른 일본영화 출연작 <블루 아워>는 있는 그대로인 날 것의 모습을 투영해 치유를 얻는 일종의 힐링영화로 소개되고 있다. 심은경은 지난 7월 20일 열린 <블루 아워> 언론 시사 직후 "어른이 됐을 때 느끼는 성장통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라 영화를 소개하면서 "사실 저도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넘어가는 시기 성장통을 겪었다. 강박증도 심했다. 그런 마음들이 내 발목을 붙잡았던 것 같다. 지금은 고민을 소화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치열하게 자신을 점검하고 돌아보는 그가 있는 이상 한국영화는 또다른 미래를 꿈 꿀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일본 활동은 잠정적으로 202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껏 마음을 채운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이선필 기자(thebasis3@gmail.com)

2020.07.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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