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연기' 배우들이 가득한 이 영화... 그럴수록 더 웃겼다

[컬처]by 오마이뉴스

[리뷰]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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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는 배우 에이전시 스페셜액터스에서 일하게 되는 오노 카즈토(오사와 카즈토)와 동료들의 이야기다. ⓒ 찬란

불안한 남자의 얼굴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영화. 남자는 오노 카즈토(오사와 카즈토). "그 여자를 풀어줘." "총을 버려라. 이 여자의 피를 보고 싶지 않으면." 카즈토가 총을 버리고 곧 인질극을 벌인 범인의 칼에 찔린다. 카즈토는 "으아악" 고통스러워하면서 쓰러진다. 이어 들리는 목소리. "네, 거기까지."


그렇다. 이곳은 드라마 오디션 현장. 긴장감 넘쳐야 하는 장면에서 긴장만 해버린 카즈토를 본 오디션 관계자가 그를 붙잡고 다그친다. "지금 장난해?" "네?" "그따위로 할 거면 오지 마. 그 가짜 연기는 뭐야? 맞아, 연기는 가짜야 거짓말이지. 하지만 가짜를 진짜처럼 해야 해 알았어?" 과도하게 긴장한 그는 그 자리에서 기절한다.


배우 지망생인 카즈토는 번번이 오디션에서 떨어진다. 집에선 비디오로 초능력을 발휘하는 히어로가 악당을 물리치고 여자를 구하는 B급 영화 <레스큐맨>을 보면서 꿈을 잃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히 5년 만에 만난 남동생 오노 히로키(코우노 히로키)의 제안으로 배우 에이전시 스페셜액터스에 가게 된다. 사장이 말한다. "일상 속에서의 연기. 뭐든지 연기로 하는 만능 해결사지." 당장 낼 월세가 궁했던 카즈토는 그곳에서 일하기로 한다. 호스트에 빠진 딸을 구해달라거나 직원에게 불시에 클레임을 걸어달라는 의뢰 등을 받고 손님으로 위장해 연기를 펼친다.


그러던 어느 날 종교 단체 '무스비루'에 빠진 언니 츠가와 리나(츠가미 리나)를 구해달라는 의뢰가 회사에 온다. 카즈토를 비롯한 스페셜액터스의 배우들은 새 신도로 위장해 잠입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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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한 장면. ⓒ 김진수

감독과 무명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낸 따뜻한 코미디

여기까지가 6일 개봉한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감독 우에다 신이치로)의 초반부다. 시작부터 'B급 코미디'의 향기가 짙게 느껴지는데 뒤로 갈수록 곳곳에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두었다. 사이비 종교 단체를 알아보고 언니를 빼내기 위해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영화. 그러니까 영화 속 배우들이 하는 연기는 가짜인 셈이다.


'연기는 원래 가짜다. 진짜처럼 보여야 한다'는데 연기자들이 영화 속에서 진짜인 척 '연기'를 해버리니 가짜와 진짜의 경계선이 무너진다. 그래서 이 영화에선 배우들이 어색할수록 더 재미있다. 어차피 연기자들도 대놓고 '연기'를 하는 거니까!


실제 배우들은 연기 경력이 거의 없다. 주인공 카즈토는 10년 동안 연기 경험이 3번밖에 되지 않았다. '무스비루'의 계략에 빠져 여관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츠가미 리나는 우에다 감독의 전작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7) 열성팬인 회사원이다. 결혼상담소 직원이었던 배우도 있다. 이렇게 15명의 배우가 모였다. '조금 서툴지라도 인간적 개성과 매력을 지닌 사람'이 감독의 배우 캐스팅의 기준.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모이자 퇴물이 된 5명의 초능력자가 테러레스트를 쓰러뜨리는 SF액션 영화가 지금의 코미디로 바뀌었다.


무명 배우들이 영화에서 배우 에이전시 소속으로 등장하는 건 우연히 아닐 것이다. 그렇게 한명 한명,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탄생한 소중한 영화. 경력과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특별한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따뜻하고 그러면서도 웃을 수 있는 이 풍성한 마음을 나는 이 영화에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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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한 장면. ⓒ 찬란

김진수 기자(kjlf2001@hanmail.net)

2020.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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