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담당 기자가 본 '강철비2', "잠수함액션 중 사실과 다른 건"

[컬처]by 오마이뉴스

[함께 보는 영화] 김도균 <오마이뉴스> 통일·안보 담당 기자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아래 <강철비2>)가 개봉 3주차를 지나고 있다. 손익분기점까진 아직 갈 길이 남았지만, 적어도 남북 평화와 국제 정세를 심도 있고 설득력 있게 그렸다는 평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흐름이다.


영화는 북미 평화 협정 체결을 눈앞에 두고 북한 내부 쿠데타로 북한 핵잠수함에 갇혀버린 한, 북, 미 세 나라 정상과 이들을 둘러싼 각국의 수 싸움을 소재로 한다. 배경 자체가 동해 바다 독도 인근 해역을 잠항하는 잠수함 내부인 만큼 각종 군사 용어는 물론이고, 각국 정상의 치열한 두뇌 싸움도 벌어진다. 실제로 환태평양 합동훈련을 참관하며 잠수함을 타는 등 2009년부터 남북문제를 다뤄온 국방부 출입 기자는 <강철비2>를 어떻게 봤을까.


<오마이뉴스>에서 통일·안보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김도균 기자는 <강철비2>를 "밀리터리 마니아가 봐도 재밌는 영화, 고증만 심각하게 따지지 않는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로 평했다. 그와 함께 영화 속 주요 설정의 설득력과 개연성을 짚어봤다.

북한 핵잠수함 활약, 현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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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필(아래 필) "영화의 큰 골격을 보면 한국, 북한, 미국 정상이 핵잠수함에 갇힌 채 주변국들이 각각 정치적 계산을 합니다. 이런 역학관계가 설득력이 있을까요?"


김도균(아래 균) "(북한이) 핵을 쏜다는 건 좀 과한 느낌이지만, 영화적 설정이다 보니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릴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은 제각각 속셈이 따로 있습니다. 영화에서 언급하는 '카게무사'라는 게 그림자 무사거든요. 일본에서 주군을 대신해 암살도 당하고 그런 존재입니다. 통일문제를 바라봄에 있어서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1편에선 그런 고민까진 없었는데 (이번엔)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영화로 성공적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이건 순전히 개인 생각인데 영화 제목이 스틸레인이고, 영화에 등장하는 태풍 이름도 스틸레인이잖아요? 현존하는 재래식 무기 중 가장 비인도적이라고 지탄받는 확산탄을 뜻해요. 2편에선 핵탄두가 주로 나옴에도 여전히 스틸레인이라는 단어를 쓴 걸 보면 단순히 1편의 속편이라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인간안보'(Human Security) 개념을 얘기했어요.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게 핵무기 뿐은 아니기에 자연재해 등을 고려한 포괄적 안보개념을 정립해야 한다는 건데, 핵무기가 가장 무섭고 두려운 무기지만 꼭 핵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을 위협하는 게 있다는 거죠. 핵무기의 두려움만 감독이 생각했다면 제목을 <강철비2>라고 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영화적 묘사대로 북한이 핵잠수함 보유했을 거라고 보시나요?"


"가능성은 있어요. 우리나 미국 정보당국이나 (북한이 핵잠수함을) 건조 중이라고 보고 있기도 해요. 원자로를 소형화해서 잠수함에 얹어야 하는데 그런 기술력에 진입했는가 물으면 가능성은 있겠지요. 보수언론에선 러시아 것을 수입해서 만들고 있다는데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이런 잠수함이 무서운 건 언제 어디에서 쏠지 모른다는 것 때문이죠. 군사전문가들이 '게임체인저'라는 단어를 쓰는데 북한 핵잠수함을 두고 그런 표현을 써요. 현재의 대치 구도를 완벽하게 무력화 할 수 있는 무기인 건 맞습니다.


동해를 '잠수함의 천국'이라고도 해요. 바다가 깊잖아요. 잠수함의 가장 큰 장점이 은밀성이거든요. 동해 바다엔 우리 주변 강대국들 잠수함들이 모두 있다고 보면 돼요. 영화에선 어뢰를 쏴서 물속에서 폭발시키잖아요. 그 부분은 좀 사실과는 다릅니다. 잠수함이 어뢰를 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기만 어뢰를 쏴서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건데 영화적 설정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북한 승조원 계급이나 곽도원 배우 계급도 처음 보는 거라."


"현재 기술로는 어뢰를 수중 폭발시켜 다른 어뢰를 막는 게 어렵다는 건가요?"


"잠수함이 소재인 많은 영화들이 그런 과장을 하죠. 어쩔 수 없는 게, 실전 잠수함 전술을 그대로 적용하면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도 재미없을 겁니다. 잠수함이 원래 물속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무기체계라 100% 현실성을 반영한다면 영화 자체가 재미없을 겁니다. 하와이에서 환태평양 해군훈련을 했는데 우리 해군 잠수함을 타볼 기회가 있었어요. 폐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정말 힘들겠더라고요. 침대도 승조원들 인원대로 있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식이에요. 배를 타면 3직제라고 4시간마다 근무가 돌아오거든요."


"핵잠수함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핵탄두 자체는 이미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렇죠. 최근에 일본 NHK에서 안보리 북한 전문가 패널이 북한 핵탄두 수송했다고 말했는데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깁니다. 이미 2년 전에 북한은 핵 강성대국을 선언했고, 한국이나 미국도 사실상 3, 4년 전에 파악한 내용인데 전혀 새로운 뉴스인 양 나왔어요. 그건 속셈이 있는 거죠. 전문가 패널이라는 게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한국, 일본이 추천한 인원이거든요. 연례 보고서는 모든 패널이 동의해야 안보리에 보고되는데 일본 언론을 통해 북한 핵무기 개발 성공을 외치면서 정치적으로 재탕, 삼탕하는 거죠."


"영화에서 북한 잠수함이 어뢰 미사일을 싣고 다니는데 SLBM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의 현실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라고 하죠. 북한이 상당한 수준에 근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전 배치 전 단계까지 갔다고 하죠. 이게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핵잠수함이어야 합니다. 재래식 잠수함의 가장 큰 단점이 물밑에 계속 있을 수 없다는 점이거든요. 디젤 엔진을 가동해 전지를 충전해야 하는데 디젤 엔진이니 산소가 필요하죠. 물 위로 떠올라 돌리는 식인데 그 사이에 적에게 포착되기 쉽습니다."

무기력한 한국 대통령, 우리나라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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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컷. 제작사:롯데 엔터에인먼트 ⓒ 이준한

"영화에 등장하는 스무트 대통령의 풀네임이 윌리스 채프먼 스무트인데 이 이름이 미국 보호주의 입법을 진행한 스무트 상원의원의 성과 홀리 하원의원의 이름을 따온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비하인드도 흥미로운 지점같아요."


"그 부분은 몰랐습니다. 스무트는 트럼프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더라고요. 그리고 재밌는 건 영화 속 통역관의 모습이 실제로 미국 국무부 통역 국장과 아주 흡사하게 묘사됐어요. 1500명 직원의 수장인데 그분의 말투, 행동과 참 비슷했습니다. 미국 사람들도 <강철비2>를 본다면 트럼프 골수 지지자들 빼곤 꽤 통쾌해할 것 같아요."


"그 통역관은 1편에서 북한방송 아나운서 역을 맡은 코미디언 전영미씨더라고요. 그런 대화 장면을 비롯해서 영화 속 한경재 대통령 모습이 여러모로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셨는지요."


"영화를 보면서 안타까웠던 건 한국이 북미 사이에서 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없다는 거였어요. 영화에서도 한국 대통령은 사실 선의만을 가지고 양쪽을 중재하고 있는데 그게 냉정한 현실이죠. 북한이 지금 우리와 관계를 끊고 있는 게 미국과 관계 개선에 한국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이 많이 얘기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북한을 오래 연구한 분들은 공통적으로 남북관계를 냉소적으로 봐요. 우리가 평양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곧 좋아질 거라 봤지만 하루아침에 냉각됐잖아요. 그래서 일희일비하지 말라고들 하죠. 영화의 부제가 '정상회담'인데 참 잘 지은 것 같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남북관계를 묘사했다면 매우 복잡했을 텐데 효과적으로 접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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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연출자인 양우석 감독님은 일단 북한을 외국으로 인정하고, 그 다음 평화와 통일을 얘기하자는 주의였어요. 영화에도 그런 주제의식이 드러나죠. 현실에 맞는 접근일까요?"


"희한한 게 역대 정부에서 보수 정부일수록 통일을 떠들어댔고, 진보 정부는 통일에 대해 진중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어느 날 하루아침에 남북이 하나의 나라가 되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실상의 통일' 개념을 말했어요. 60년 넘게 이질적 체제로 살았기에 단번에 통일은 안 되겠지만 소식을 자유롭게, 왕래도 자유롭게 국민들끼리 한다면 그게 바로 통일의 전 단계라고 봤던 것 같습니다.


보수주의자들이 김정은 정권이 망해야 한다는데 이 영화를 보면 거대한 착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무너진 뒤 다음 정권이 한국에 우호적일 거라 어떻게 장담하나요. 핵을 가진 무정부 상태는 지금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정치나 경제 분야는 불확실성을 최대한 제거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북한 정권이 무너져버리면 한국에게도 공포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이 핵을 가진 상황이라면요."


이선필 기자(thebasis3@gmail.com)

2020.08.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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