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펑펑 쏟은 무명가수... '히든싱어' 존재 이유 보여줬다

[컬처]by 오마이뉴스

[TV 리뷰] JTBC 예능 프로그램 <히든싱어6> 감동의 무대 연출한 '진성' 편

오마이뉴스

▲ 지난 21일 방영된 JTBC 진성 편의 한 장면. ⓒ JTBC

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히든싱어>가 2년 가까운 공백기를 끝내고 시즌 6로 돌아왔다. 지난 7월 31일 '프롤로그' 편을 시작으로 시청자들을 다시 찾은 <히든싱어>는 원조가수 vs. 모창 능력자들의 커튼 뒤 대결을 통해 누가 진짜 가수인지를 맞추는 포맷으로 벌써 9년째 방영 중이다.


JTBC 예능의 틀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2012년 시즌1부터 큰 인기를 모으며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모창 능력자 및 원조 가수 섭외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각 시즌 사이 공백기가 몇 달을 넘어 2년 이상 이어지기도 할 만큼 애청자 입장에선 기다림의 시간 역시 그만큼 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김연자, 김원준, 그리고 지난 21일 진성에 이르는 <히든싱어6>의 첫 3회에선 앞선 시즌들이 보여줬던 놀라움과 감동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트로트 열풍... <히든싱어>도 예외는 아니다.

오마이뉴스

▲ 지난 21일 방영된 JTBC 진성 편의 한 장면. ⓒ JTBC

매 시즌 10여 명 이상의 원조 가수들이 등장한 <히든싱어>지만 의외로 트로트 가수들의 등장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장윤정, 주현미, 태진아, 박현빈, 홍진영 등 소수의 인물만 출연했을 정도로 이 프로그램에서 큰 비중을 담당하진 않았다. 유독 모창 가수들이 각종 무대에서 활동하는 빈도수가 높은 트로트였지만 상대적으로 저조한 인기로 인해 발라드, R&B, 록 등 다른 장르의 벽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TV조선 <미스터트롯>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인기 열풍에 <히든싱어> 역시 동참하고 나섰다. 벌써 2명의 원조 가수가 트로트 분야로 채워졌을 뿐만 아니라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을 방청객으로 대거 초대하면서 시청률 상승을 노리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3회 진성 편 역시 정동원, 김수찬 등이 등장해 해당 가수 팬들의 채널 고정을 유도하고 나섰다. 향후 방영될 내용에서도 원조 가수로 트로트 인기스타들의 출연이 예견되고 있다.

여전히 쉽지 않은 원조 가수 맞추기

오마이뉴스

▲ 지난 21일 방영된 JTBC 진성 편의 한 장면. ⓒ JTBC

<히든싱어>의 특징 중 하나는 현장 패널 및 시청자들의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1번 방이 원조가수다"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다른 곳에서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만드는 등 이변이 속출한다. 진성 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총 6명이 경합을 펼치는 1라운드에선 4등, 2라운드 역시 3등을 차지하며 다수의 판단이 연달아 빗나가는 등 흥미진진한 상황이 계속 연출되었다.


발표된지 수년 이상 지난 음반 속 목소리와 세월이 흐른 요즘의 목소리 차이는 원조 가수 vs. 모창 능력자의 구분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번번히 예상과 다른 결과가 등장하지만 덕분에 <히든싱어>의 재미는 배가 된다. 간혹 원조 가수의 조기 탈락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치열한 경합과 추리가 맞물리면서 <히든싱어>는 확실한 특징을 마련했고 장기 시즌제 예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보릿고개', '태클을 걸지마' 등이 소개된 시즌 6 진성편 역시 우승자는 원조가수가 아닌 도전자의 몫이었다. 13년 차 무명가수 김완준은 매 라운드 좋은 성적으로 다른 출연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았고 '안동역에서'를 부르며 진행된 최종 라운드에선 불과 3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우승을 차지해 2000만원 우승상금 및 왕중왕전 진출 자격 획득에 성공했다.

감동의 무대... 경쟁은 그저 곁가지일 뿐

오마이뉴스

▲ 지난 21일 방영된 JTBC 진성 편의 한 장면. ⓒ JTBC

사실 <히든싱어> 시즌 6 진성의 출연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가 여기 나올 만한 인물인가" 등 원조 가수 자격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누구를 섭외해라', '누구는 안 된다' 등 팬들의 성화가 매년 나온다는 건 그만큼 <히든싱어>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자신만의 기준으로 출연가수의 '등급'을 나누는 자칫 위험한 편견이 될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가치는 히트곡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모창 도전자들과 원조 가수를 구별하는 재미의 발견 아니겠는가.


더 나아가 <히든싱어>는 가수 포함 출연자들의 다양한 삶 속에 담겨 있는 사연을 안방까지 전달하는 가장 인간적인 경연 무대이기도 하다. 최종 우승을 차지한 김완준은 "무명생활 13년 하고 있는데, 늘 이런 꿈을 꿨었다. 형님, 꿈을 이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눈물 섞인 말로 자신의 롤모델인 진성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시한다.


"이런 인재가 탄생했다는 건 나로서도 큰 행운이다. 무명의 서러움이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알고 있다. 그래서 완준씨의 감동과 희열이 얼마나 더 벅찬지 알고 있다. 우리 완준씨를 좀 더 기억하고 관심 부탁드린다."


지난 40년 가까이 무명 생활과 혈액암 투병에도 굴하지 않고 지금의 자리에 올라선 진성의 마지막 격려의 말은 방청객과 시청자들에게 뭉클함을 안겨준다. 2회 연속 원조 가수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음에도 보는 내내 흐믓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던 건 숨은 실력자들의 대거 등장뿐만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지탱해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동으로 가득찼던 무대 속에 경쟁은 그저 곁가지에 불과했다.


김상화 기자(jazzkid@naver.com)

2020.08.24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