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맛' 성희롱 '논란', "정동원 사전동의 여부가 더 중요"

[컬처]by 오마이뉴스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에 대한 비난 여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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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의 한 장면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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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의 한 장면 ⓒ TV조선

"이걸 방송으로 내보낸 자체가 성희롱이에요. 이게 무슨 경우인가요. 제 귀를 의심했네요."

"미성년자 데리고 뭐하나요. TV조선은 청소년 인권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25일 방송된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방송에서 가수 정동원과 임도형은 변성기 검사를 받으러 병원으로 향했다. 이 장면을 두고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


앞서 정동원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도 변성기에 대한 고민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14세인 정동원은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았고, 변성기를 거치면서 목소리나 발성법이 바뀔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이에 변성기 검사와 대처법 등을 알아보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고 성대 내시경, 음성 검사 등을 진행했다.


문제의 장면은 진료 과정에서 등장했다. 의사는 정동원과 임도형에게 변성기를 판단하기 위해 "당황하지 마라"며 2차 성징 여부를 물었다. 질문은 매우 직접적이고 적나라했다. 스튜디오에서 VCR을 보고 있던 패널들도 모두 당황할 정도였다. 의사는 쑥스러워 하는 두 사람에게 "중요한 질문이라서 물어본 것이다.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말라"고 타일렀고, 정동원과 임도형의 적나라한 답변 역시 그대로 전파를 탔다.


변성기는 2차 성징의 결과물이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의사가 질문하는 것에는 당연히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아내의 맛>이 이 장면을 편집 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분명히 문제적이다. 정동원은 의사와 대화하면서도 끊임 없이 카메라와 스태프 쪽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방송 화면의 좌측 상단에는 "으른미(어른미) 장착"이라는 소제목이 붙었고, 자막으로는 "2차 성징"이라고 표현했지만 고추 그림을 활용하기도 했다.


방송 직후부터 현재까지 포털 사이트 내 프로그램 '톡' 게시판, 해당 장면을 편집한 클립 영상 댓글 등에서 비난 여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 TV조선과 <아내의 맛> 제작진을 향한 것이었다. 특히 14세, 12세로 어린 두 사람을 방송이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내용이 많았다.


한 시청자는 "남자도 수치심 있다. 제발 청소년을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고, 또 다른 시청자는 "굳이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더라도 프로그램 흐름상 지장 없었을 내용이었다. 굉장히 민감하고 개인적인 내용을 여과없이 방송하고 웃음의 소재로 삼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질타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클립 영상은 26일 오전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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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의 한 장면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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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의 한 장면 ⓒ TV조선

그러나 성교육 전문가 심에스더씨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아내의 맛> 방송 화면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기 몸, 특히 2차 성징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 장면을 보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섹스, 어른들이 이성을 바라볼 때 연상되는 이미지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게 오히려 더 문제"라고 짚었다.


한편 그러면서도 심에스더씨는 또다른 문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정동원이 이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방송에 동의했냐는 것. 심에스더는 "어린 정동원에게 미리 사전에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 해도 되는지, 너의 기분은 어떤지' 대화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어쨌든 자신의 2차 성징이 예능으로 소비되는 문제 자체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에스더씨는 이번 사안이 결국 우리 사회가 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섞여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성을 음지에서만 다루고, 포르노그라피적 섹스로만 연상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수면 위에서 다뤄야 할 부분까지 쉬쉬하고, 있는 그대로의 몸을 바라보고 이야기 해야 할 부분까지 문제시 여긴다.


그런 한편 여자 아이에게 (똑같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또 아니지 않나. 여자 아이에게 물어보면 성희롱이라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것이다.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뉘앙스, 어떤 식으로 접근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성, 남성의 성이 아니라 인간의 몸을 인간의 몸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 나아가 여성의 몸에 대해서도 대상화하지 않고 사람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뉘앙스가 가능해지는 사회, 성적 대상화된 시선이 사라지는 사회가 오면 좋겠다."


오수미 기자(foul.homerun@gmail.com)

2020.08.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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