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막 내린 '한밤'... 연예정보 프로의 종말 알리다

[컬처]by 오마이뉴스

모바일 시대 접어들며 상황 돌변... <본격연예 한밤>, 3년 9개월 만에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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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 SBS '본격연예 한밤' ⓒ SBS

SBS의 주간 연예 정보 프로그램 <본격연예 한밤>이 지난 26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16년 12월 <한밤의 TV 연예>(2004.10~2016.03)의 뒤를 이어 새롭게 부활했던 <본격연예 한밤>은 김구라, 박선영, 장예원 등의 차분한 진행과 다양한 밀착 취재로 기존 연예정보프로와의 차별화를 도모하며 꾸준히 평일 밤 시간대를 책임져왔다.


하지만 지난달 말 SBS 측은 "제작환경 변화와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공연 등 취재가 어려워지면서 종영을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본격연예 한밤>은 시대 및 외부 환경의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3년 9개월 만에 작별을 고하게 되었다.

주간 정보 프로그램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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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 SBS '본격연예 한밤' ⓒ SBS

이날 <본격연예 한밤> 마지막회는 SBS <정글의 법칙>, 드라마 <앨리스> 촬영 현장 공개, 배우 윤아 인터뷰 등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중심으로 차분히 진행되었다. 여기에 미공개 영상을 통해 지난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덧붙였다. 첫회부터 진행을 담당했던 MC 김구라와 박선영 후임으로 참여한 장예원 아나운서, 그리고 각 코너를 책임져준 큐레이터(리포터) 등은 그간의 소감을 덤덤하게 말하면서 시청자와 제작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1990~2000년대만 하더라도 주간 연예 정보프로그램은 스포츠신문과 더불어 각종 연예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였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 현장 공개를 비롯해 신작 홍보 등을 위해 나선 스타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발했다. 연예계 스타를 꿈꾸던 이들에게도 이런 프로그램 출연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특히 KBS <연예가중계>나 MBC <섹션TV 연예통신>에 단독 인터뷰 등으로 소개된다는 건 해당 인물의 스타성을 보여주는 '인증'처럼 간주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넘어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일간지조차 순식간에 유통기한이 끝난 정보로 간주되는 요즘, 일주일에 한 번 시청자를 찾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은 '뒷북 소식'을 전달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길어야 하루 이틀 사이 모든 일이 정리되고 종결되는 각종 연예계 사건 사고들을 뒤늦게 알려주는 건 시청자 입장에선 마치 결말을 다 알고 영화를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정 사안에 대한 심층 취재라는 나름의 장점은 존재했지만 이것만으론 흥미를 키우는 데 분명 한계가 존재했다.

연예 정보 프로 이대로 멸종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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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 SBS '본격연예 한밤' ⓒ SBS

이들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위기는 지난 2016년 3월 SBS <한밤의 TV연예> 폐지를 계기로 가시화 되었다. 물론 9개월 만에 <본격연예 한밤>를 선보이며 변화를 도모했지만 외부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연예가 중계>, 올해 <섹션TV 연예통신>과 <본격연예 한밤>이 차례로 문을 닫으면서 주간 정보 프로 시대 역시 막을 내리고 말았다. KBS가 지난 7월 <연중 라이브>를 신설하긴 했지만 아직 확고한 틀을 잡지 못한 채 고전 중이다.


연예 정보 프로의 쇠락은 제작을 담당한 지상파 방송사 스스로 자초한 면도 없지 않았다. 방대한 영상 콘텐츠와 인프라를 보유하고도 대부분 단순 홍보 또는 시시콜콜한 가십성 소재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튜브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예 관련 영상물이 쏟아지는 요즘 들어선 각종 매체 및 인터넷 크리에이터(유튜버)들에 밀려 이렇다할 대응을 펼치지도 못했다.


여기에 '저널리즘'과 '재미'라는 두 가지 방향을 놓고 정확한 경로조차 잡지 못하다보니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을 직면하고 말았다. 그나마 <본격연예 한밤>은 음원사재기 의혹처럼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연예계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이끌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진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여파로 대폭 축소된 각종 제작 발표회 및 공연 중단 등은 소재 마련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결과적으로 <본격연예 한밤>의 종영은 지상파 연예 정보 프로의 유통 기한이 끝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되었다.


김상화 기자(jazzkid@naver.com)

2020.08.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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