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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양팔과 양다리 절단하고 펜싱선수로 우뚝 선 영웅

by오마이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불사조, 비상하다>

오마이뉴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포스터. ⓒ ?넷플릭스

패럴림픽, 익숙한 듯 한없이 낯선 단어다. 장애인올림픽경기대회의 정식 명칭이다. 어원을 들여다보면 본래 척추 상해자들끼리의 경기에서 비롯되었기에 '하반신 마비의(paraplegic)'와 '올림픽(olympic)'의 합성어 'paralympic'이었다가 올림픽과 나란히 개최되고 또 동급의 위상을 지닌다는 의미로 '나란히(para)'와 '올림픽(olympic)'의 합성어로서의 'paralympic'으로 나아가 정착되었다고 한다.


올림픽이 하계는 1896년에, 동계는 1924년에 시작되었던 것과 비교해 패럴림픽은 1960년에 하계가 1976년 동계가 시작되었다. 1996년 올림픽(하계)에서 참가선수 10000명을 넘어섰고 2004년에는 참가국 200개국이 넘어섰다. 반면, 패럴림픽(하계)은 2012년 패럴림픽에서 참가선수 4000명을 넘어섰고 1996년에 참가국 100개국을 넘어섰다. 수적으로 상대가 안 되지만, 패럴림픽 단독으론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규모 면에서, 전 세계 세 번째 스포츠 대회로 손꼽힌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미 일본 도쿄에서 제32회 올림픽이 폐막되었을 테고 제16회 패럴림픽이 한창 열리고 있었을 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불사조, 비상하다>는 다름 아닌 제16회 도쿄 패럴림픽 기간에 맞춰 기획되고 공개된 콘텐츠다.


다큐는 몇몇 주인공들 사연과 경기, 그리고 국제패럴림픽위원회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패럴림픽의 역사를 되짚고 의의를 짚어 본다. 패럴림픽 경기가 한창일 때 공개되었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겠지만, 작품이 전하는 감동은 변하지 않을듯 싶다.

패럴림픽 출전 선수들의 사연

작품이 전하는 감동의 주체는 물론 출전 선수들이다. 그들이 장애를 이겨내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열정으로 경기를 치르는 걸 보면, 일찍이 느껴 보지 못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그 전에, 실제 경기에선 알 수 없는 각각의 사연들에 시선이 집중된다. 글로는 절대 그들의 사연을 오롯이 전하지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전해 보고자 한다.


수영 선수 엘리 콜은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3살 때 오른쪽 무릎 뒤의 혹(신경육종이라는 희귀 종양)으로 항암 치료를 하다가 결국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멀리뛰기 선수 장바티스트 알레즈는 1993년 부룬디 내전의 생존자로, 3살 때 눈앞에서 엄마를 잃고 본인은 온몸을 칼로 4번 찔린 채 오른 다리를 잃었다고 한다.


양궁 선수 맷 스터츠먼은 태어났을 때부터 양팔이 없었다고 한다. 미식축구 선수 라일리 뱃은 태어났을 때부터 양다리와 손가락 일부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펜싱 선수 비오는 11살 때 발병 2시간 내 치사율 97%에 달하는 수막염에 걸려 팔을 절단했다가 병이 재발해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오직 살아야 한다는 일념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패럴림픽의 역사와 의의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 패럴림픽과 장애인 선수들을 향한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고 고백한다.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을 할 때면 온 나라와 온 세계가 들썩인다. 평생을 준비하고 4년을 피땀 흘린 선수들을 향한 대대적인 관심이 줄을 이은다. 금메달을 딴 이들은 스타급 대우를 받는다. 그때마다 언론을 통해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나라를 위해 열심히 한 선수들을 향한 온정의 메시지가 이어진다.


그런데, 올림픽 폐막 후 머지 않아 이어지는 패럴림픽에 관한 이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솔직히 경기가 언제 하는지 잘 모르기에, 경기 중계 자체에 관심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올림픽 못지 않게 패럴림픽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1972년 대회에서 처음으로 10위권에 들었고, 1988년엔 10위권 안에 들었으며, 이후 꾸준히 10위권에서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을 접하고 난 후, 관심을 갖고 찾아본 대한민국의 패럴림픽 결과물이다.


작품에는 패럴림픽의 창시자 '루트비히 구트만' 박사의 딸이 나와 패럴림픽의 역사와 의의를 간략히 훑어 준다. 그는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 신경외과 의사로, 히틀러가 집권하자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군인이 다치자, 스토크 멘데빌 병원에 국립척수손상센터를 세우고 재활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스포츠를 생각한다. 나아가 선수단을 만들고는, 1948년 장애인 선수들이 펼치는 최초의 스포츠 대회인 스토크 멘데빌 경기 대회를 개최한다.


장애인을 치료의 대상이자 객체로 보지 않고, 장애 이후를 또 다른 인생의 일환이자 주체가 되는 삶으로 본 구트만 박사의 노력이 패럴림픽 개최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이후, 척수 장애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의 장애까지 포괄하는 연맹을 만들고 또 그에 맞는 패럴림픽 개회에 앞장섰다. 한 사람의 위대하고도 추진력 있는 생각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영웅들

다시, 선수들 이야기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에는 감정이 섞이지 않기 마련인데, 이 길지 않은 작품을 보면서는 몇 번이나 울컥했다. 오른 다리가 없는 엘리 콜은 다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영 선수로, 역시 오른 다리가 없는 장바티스트 알레즈 또한 다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멀리뛰기 선수로 활약한다. 보고도 믿기 힘든 건 이들 뿐만이 아니다.


선천적으로 양팔이 없이 태어난 맷 스터츠먼은 양궁을 하고 역시 선천적으로 양다리와 손가락 일부가 없이 태어난 라일리 뱃은 휠체어 미식축구로 이름을 떨친다. 그런가 하면, 어렸을 때부터 펜싱 선수로 촉망받던 비오는 10대 때 양팔과 양다리를 절단하고서 다시 펜싱 선수로 돌아와 패럴림픽 정상에 선다.


이들 모두는 온전히 자신만의 힘과 열정으로 불가능을 가능케 한 '영웅'들이다. 이들은 패럴림픽이 흥미진진하고 파워풀하고 전율을 일으키는 대회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으로 비로소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권한다.


김형욱 기자(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