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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무기수였던 남자, '세계 최초' 형사가 되다

by오마이뉴스

[리뷰] 영화 <비독: 파리의 황제>

오마이뉴스

▲ 포스터 ⓒ (주)영화특별시SMC

빵을 훔친 죄로 19년을 복역한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뛰어난 지식을 바탕으로 화려한 추리를 펼치는 명탐정 <셜록 홈즈>, 신출귀몰한 도둑 <괴도 루팡>.


이 연관성 없어 보이는 세 캐릭터가 한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면 믿어지겠는가? 그 인물은 1775년 태어나 프랑스 범죄 수사과 초대 과장직을 맡은 비독이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담은 <비독: 파리의 황제>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 실화를 보여준다. 비독은 실제 장발장처럼 빵을 훔친 절도죄로 붙잡힌다. 감방에서 몇 번의 탈옥과 범죄를 시도하던 그는 프랑스 범죄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존재가 된다. 무기수가 된 그는 감방에서 탈출하기 위해 죽음을 조작한다.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아갈 줄 알았던 그는 감방 동료들로 인해 정체가 들통나고 만다. 간수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죄수들을 싸움 붙여 죽였던 메이야는 출소 후 파리 범죄계를 주름잡는다. 그는 비독을 없애기 위해 살인누명을 씌운다. 경찰서장 앙리 앞에 잡혀 온 비독은 독특한 제안을 한다. 그의 서랍장 가득 쌓인 범죄자의 사건 파일을 가리키며 이들을 자신이 잡아주겠다는 것이다. 범죄자는 범죄자가 가장 잘 안다는 이유로 앙리를 설득한 비독은 반대로 메이야의 수족들을 하나씩 붙잡는다. 위기감을 느낀 메이야는 비독의 애인인 아넷을 노리지만 실패한다. 비독의 감방 탈출을 도운 벵거가 그의 도우미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목적이 달랐던 벵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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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하지만 벵거의 목적은 다른 데에 있다. 비독이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것과 달리, 벵거는 메이야처럼 파리 전역에서 명성을 높이는 범죄자가 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독이 자신과 그 일당은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새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 비독은 그 제안을 거절한다. 이에 벵거는 비독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그의 팀에게 공격을 가한다.


작품은 어쩌다 파리 최고의 범죄자가 경찰의 한 축에 올라설 수 있었는지를 시대적 배경에서 찾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800년대 초는 나폴레옹이 황제로 즉위하고 유럽 전역과 전쟁을 벌일 때다. 프랑스 혁명의 성공 이후 자유·평등·박애의 정신이 퍼지는 걸 두려워했던 유럽의 왕정 국가들은 프랑스와 전쟁을 벌였다. 나폴레옹의 시선이 외부를 향하면서 내부는 혼란을 겪었다. 거리에는 범죄자와 부랑자가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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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왕정이 무너지면서 사회적인 혼란기가 찾아왔고, 왕정파와 공화정파가 나뉘었다. 교도소와 길거리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살인은 치안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시대상을 보여준다. 귀족이 몰락하고 정부는 신분에 상관없이 국가를 이끌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을 찾으면서 비독에게도 기회가 오게 된다. 군인 출신의 나폴레옹이 권력을 쟁취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라선 거처럼, 비독 역시 범죄자들을 일망타진 하며 세계 최초의 형사가 된다.


작품은 비독의 거친 삶을 하드보일드의 스타일로 담아낸다. 감방과 길거리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살인, 말과 법보다 주먹이 우선시 되는 풍경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파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매 순간 목숨을 위협받는 비독의 모습은 시도 때도 없이 긴장감을 유발하며 고풍스런 배경에 그렇지 못한 거친 리듬감으로 반전매력을 선보인다. 신사들의 품에서 튀어나오는 총과 칼은 혼란의 시대를 표현한다.


여기에 비독에게서 어떻게 장발장, 셜록 홈즈, 괴도 루팡이 나왔는지를 알 수 있을 만큼 캐릭터 표현에 신경을 쓴다. 비독은 앙리와 만나는 장면에서 빵을 훔쳤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감옥에 있었다는 점을 언급한다. 그는 자신보다 악랄한 범죄자들은 사회로 풀려나 활개 치는 반면, 본인은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울분을 토한다. 장발장 역시 빵을 훔치다 감옥에 갇혔고, 비독처럼 탈옥을 시도하다 감옥에서 19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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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비독은 죽음을 가장하고 정체를 속였을 만큼 신출귀몰한 존재이기도 했다. 이는 변신과 절도의 귀재 괴도 루팡을 연상시킨다. 루팡 시리즈 중에서도 탈옥을 시도하는 작품이 있을 만큼 비독의 기막힌 시도는 괴도 루팡의 작가 모리스 르블랑에게 영감을 줬다. 아넷과 비독의 첫 만남도 길거리에서 도둑질을 하는 아넷이 훔친 시계를 숨겼다가 이를 비독이 다시 훔치면서 연결된다. 이런 비독의 추리력은 셜록 홈즈를 연상시키며 상반된 매력을 보여준다.


작품에서는 범죄자의 심리를 이용해 범인을 잡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제 비독은 폭 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적인 수사법을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형사다. 그가 국장으로 임명된 형사국은 뛰어난 성과를 선보이며 범죄율을 낮추기도 했다. 복싱을 배워 싸움에도 능한 셜록 홈즈의 캐릭터는 적을 상대로 거친 액션을 보여주는 비독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비독의 모습을 모두 담아내기에 이 작품의 런닝타임이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다채로운 인물이다.


<비독: 파리의 제왕>은 스펙타클한 삶을 살아온 인물의 모습을 통해 시대의 불안과 혼란을 말한다. 왕정의 폭압과 구제도로 대표되는 프랑스의 신분제도에 염증을 느낀 당시 프랑스 국민들은 자신들을 이끌어 줄 새로운 인물을 원했다. 특히 생명과 재산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들을 지켜 줄 존재가 필요했다. 그 민중을 수호할 지팡이로 등장한 인물이 범죄의 제왕 비독이란 점은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김준모 기자(rlqpsfkx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