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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놀이공원에 나타난 '로미오와 줄리엣'... 이게 실화라고?

by오마이뉴스

[리뷰] <어트랙션>, 이 영화가 보여주는 마술적 리얼리즘

오마이뉴스

▲ 포스터 ⓒ (주)이수C&E

스웨덴 최고의 놀이공원 그뢰나 룬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어트랙션>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만드는 줄거리에 <위대한 쇼맨>과 같은 화려함을 장착한 영화다.


이런 소개 때문에 마냥 로맨틱하고 화려한 이야기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한 만큼 무게감을 담아낸다. 그래서 영화의 도입부는 상당히 당황스럽다. 두 가문의 '정말' 피 튀기는 대결을 담기 때문이다.


나치가 유럽 전역에 손을 뻗을 당시, 북유럽의 국가 스웨덴 역시 나치의 영향력에 들어간다. 전쟁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이들에게 유일한 위안거리는 바로 놀이공원이다. 놀이공원의 신나는 음악과 춤, 그리고 놀이기구는 보고 즐기는 맛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놀이공원 페어 그라운드. 그곳에서 손을 흔들며 공연을 보던 사람들은 갑자기 땅이 아래로 쑥 꺼지면서 부상을 당한다.


이는 라이벌인 그뢰나 룬드가 벌인 짓이다. 이런 짓을 벌인 것도 모자라 페어 그라운드를 운영하는 린드그렌가의 할아버지를 물이 차오르는 꺼진 땅 아래로 집어던진다. 이들 가문의 악연은 떠돌이 공연단이던 린드그렌가가 정착해 놀이공원 페어 그라운드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그뢰나 룬드를 운영하는 닐손가는 갑작스런 라이벌의 등장에 훼방작전을 펼치고 그 악연이 과격한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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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컷 ⓒ (주)이수C&E

이 두 가문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일이 벌어진다. 원수 가문인 몬테규가의 로미오와 캐풋렛가의 줄리엣이 서로를 보고 첫눈에 반한 거처럼, 페어 그라운드가의 욘과 닐손가의 닌니는 서로에게 빠져든다. 영국 유학 중 돌아온 닌니는 아버지를 도와 놀이공원을 성장시키고자 한다. 욘 역시 형제인 렌나르트와 함께 놀이공원을 키우는 게 소원이다. 아이디어가 좋은 욘은 비장의 무기로 롤러코스터를 구상한다.


닌니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페어 그라운드를 염탐하고자 욘에게 접근한다. 밤중에 놀이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두 사람은 어느새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회전목마에 불꽃놀이에 놀이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순간은 달달한 사랑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첫 번째는 가문이고 두 번째는 경제적 차이다. 오랜 시간 스톡홀름에서 최고의 놀이공원을 운영했던 부유한 닐손가와 달리 린드그렌가가는 떠돌이 생활을 지속했다.


욘은 경제적인 사정을 이유로 롤러코스터를 반대하는 아버지로 인해 좌절을 겪는다. 여기에 지역에서 힘이 없는 그들은 나치의 타겟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이에 욘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닌니의 아버지 구스타프를 찾아간다. 그에게 돈을 빌려 롤러코스터를 만들 계획을 세운다. 욘은 전쟁으로 힘든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놀이공원을 위한 계획인 만큼 구스타프 역시 찬성할 수 있단 생각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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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컷 ⓒ (주)이수C&E

하지만 그들 가문의 악연은 욘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오래됐다. 구스타프는 감정 없는 표정으로 욘에게 말한다. 구스타프가 처음 범퍼카를 선보였을 때, 어린 욘은 그뢰나 룬드에 몰래 들어와 전기장치를 망가뜨리고 도망쳤다. 그때의 사고로 범퍼카에 치인 구스타프는 1년 내내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욘은 자신의 꿈도, 닌니에 대한 사랑도 이루기 힘든 두 가문의 상황에 좌절을 느낀다.


이 작품은 현실적인 스토리에 환상적인 화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닌니가 욘을 붙잡으려는 순간, 두 사람의 영혼이 몸에서 튀어나와 격렬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나, 욘이 날린 종이비행기가 기차에 탄 닌니를 붙잡기 위해 마치 행글라이더처럼 날아가는 장면은 판타지의 묘미를 선보인다. 놀이공원이란 측면에서 <위대한 쇼맨>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지만, 뮤지컬적인 요소보다는 판타지가 주가 된다.


이런 영화의 색깔은 마술적 리얼리즘을 연상시킨다. 마술적 리얼리즘은 환상성과 현실성이 결합된 리얼리즘을 뜻하는 용어로 중남미 지역 문화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생겨난 말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이에 해당하는데, 해리가 호그와트에 가기 위해 9와 4분의 3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 장면에서 역은 현실이지만 벽을 통과해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환상성, 즉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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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컷 ⓒ (주)이수C&E

다소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는 두 가문의 대립과 제2차 세계대전과 나치로 인해 두려운 사회의 분위기는 현실성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닌니와 욘의 사랑과 그 사랑을 표현하는 매혹적인 장면들은 환상성을 지닌다. 드라마에 몰입하다 한 번씩 등장하는 판타지는 극에 활력과 신비로움을 불어넣는다. 이런 마술적 리얼리즘은 이 작품이 지닌 최고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어트랙션>은 실화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판타지를 통해 포인트를 살려낸다. 우울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을 통해 환상을 꿈꾸는 두 남녀의 모습은 어둠을 이겨내는 마법 같은 힘을 보여준다. 최근 코로나19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이 영화가 지닌 마술적 리얼리즘의 힘은 희망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김준모 기자(rlqpsfkx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