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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커플천국 솔로지옥? 어딘가 아쉬운 '한다다' 엔딩

by오마이뉴스

[TV 리뷰] '전통적 가족주의'에 머무른 <한 번 다녀왔습니다>

오마이뉴스

▲ 13일 종영한 KBS2 주말 드라마 의 한 장면 ⓒ KBS2

KBS 2TV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극본 양희승·연출 이재상)가 주인공 커플들의 행복한 3년 후 후일담을 보여주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13일 저녁 방송된 최종회에서 윤규진(이상엽)-송나희(이민정) 커플은 고대하던 쌍둥이를 출산하고 육아 문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유쾌한 일상을 이어간다.


동생인 윤재석(이상이)과 송다희(이초희) 커플은 결혼식을 올리고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다. 알코올성 치매를 극복한 최윤정(김보연)은 사돈이자 앙숙이던 장옥분(차화연)과 우정을 회복한다. 이밖에도 송준선(오대환)은 전부인 성현경(임정은)과 재결합하고, 송가희(오윤아)-박효신(기도훈), 장옥자(백지원)-양치수(안길강), 송영숙(강초연/이정은)-이현(이필모) 등도 각자의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엔 송영달(천호진)과 장옥분 부부가 아마추어 댄스스포츠 대회에 출연하여 멋진 왈츠를 선보이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 3월 첫 방영을 시작한 <한다다>는 최고 시청률 37%(96회, 닐슨코리아 기준)에 육박하는 높은 인기를 기록하며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특히 모처럼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발암 캐릭터, 고구마 전개 등 자극적인 '막장' 요소를 탈피하며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유쾌하고 따뜻한 가족드라마,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하고 개성있는 커플들의 이색적인 케미 면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주말극임에도 배우들이 넘치거나 모자르지 않게 각자의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성공적인 '맞춤형 캐스팅'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천호진, 차화연, 김보연, 이정은 등 베테랑 배우들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연기력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줬다.

전통적인 가족주의에 대한 향수

이상엽은 어딘가 헐렁하고 우유부단해 보이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절절한 윤규진 캐릭터를 잘 해석해내며 멜로와 코미디가 모두 가능한 배우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동안 연기력으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민정도 까칠함 속에 여린 매력을 갖춘 송나희 역할로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편안해 보이는 연기를 선보였다. 전작에서 주로 조연이나 악역을 맡았던 이상이와 이초희의 재발견은 이 드라마의 수확이라고 할 만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사랑스러운 '막내 커플'은 주말극이었던 <한다다>를 사실상 '로코 감수성'으로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한다다>를 관통하는 감수성은 이른바 '전통적인 가족주의에 대한 향수'로 정의할 수 있다. 성인이 다 된 자식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한 집에 모여살게 된다는 송가네 패밀리의 대가족 구도부터가 다분히 복고적인 설정이었다. 또한 이혼하고 나서도 서로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인연을 이어가다가 결국 재결합에 이르는 송준선과 송나희 커플들,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음에도 서로를 그리워한 송영달-송영숙의 남매 에피소드 등은, 결국 혈연이나 결혼 등으로 형성된 가족관계라는 것이 절대 함부로 끊어낼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다다>에는 이혼이나 싱글라이프를 바라보는 현 세대의 달라진 가치관과 인식 변화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애초에 이 드라마의 제목부터가 돌싱(돌아온 싱글), 즉 '결혼생활을 한번 해보고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중에서 송나희의 대사에도 나타났듯이 오늘날의 이혼은 그저 하나의 선택일 뿐 사회적 흠결이 아니다. 돌싱들이 이혼 이후 겪게되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민도 결국 나만의 행복과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한다다>가 묘사한 이혼에선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부정적이고 일방적인 선입견이 그대로 묻어난다. 극중에서 유일하게 이혼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된 메인 커플 송나희와 윤규진이 대표적이다. 극초반부 이들은 아이 유산 문제와 고부갈등, 성격차이 등으로 오랫동안 갈등이 누적된 끝에 이혼에 이른다는 설정인데, 정작 이 과정이 그리 진지하거나 설득력 있게 묘사되지 못하다보니 등장인물들의 언행에 공감대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심지어 이들은 이혼 후에도 한동안 친정과 시댁에 사실을 숨기고 같은 집에서 동거생활을 하거나, 같은 직장에서 계속 근무를 이어가는 등 미묘한 관계를 유지한다. 애초에 이혼 과정에 대한 묘사가 부실하다보니 재결합 과정도 뜬금없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각기 다른 파트너와의 연애를 통하여 오히려 서로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음을 확인한 송나희와 윤규진은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둘이 왜 이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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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종영한 KBS2 주말 드라마 의 한 장면 ⓒ KBS2

하지만 애초에 두 사람이 이혼에 이르기까지 누적되었을 애증의 골이나 현실적인 문제 등은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는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이혼까지 했다가 다시 결합한 커플이 마치 처음 시작하는 이들처럼 구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 두 사람의 완벽한 재결합을 반대하는 장애물은 시어머니 최윤정 정도가 유일하다. 하지만 최윤정이 악역으로 보이기보다는, '이럴거면 처음부터 둘이 왜 이혼했나' 싶을만큼 송나희와 윤규진의 경솔해보이는 행태가 극의 개연성을 더 떨어뜨린다.


또한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의 공통 단점은 '독립된 나'로서의 자존감이나 정체성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은 자기의 삶과 행복에 대한 확고한 방향성이나 고민 없이, 항상 누군가를 의식하며 그때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으로 일관한다. 송가네 삼자매와 최윤정, 장옥분 등 이런 경향은 여성 캐릭터들일수록 더 두드러진다. 특히 <한다다>에서 묘사하는 이혼과 그 이후의 삶이란,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그저 '또 다른 연애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일시적인 공백기나 불안정한 과도기'처럼 여겨질 정도다.


심지어 중반부 이후의 드라마는 아예 등장인물 모두가 커플이 되는 것만이 '진정한 행복의 완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짝짓기'에 과도하게 집착했다. 이야기 내내 별다른 러브라인 없이도 꿋꿋하게 주도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캐릭터였던 송영숙마저도 막판에 '갑툭튀'한 이현과 썸을 타게되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뜬금없었다.


이밖에도 <한다다>는 지난 4월 방영분에서는 김밥집 여성 직원들의 의상과 남성 손님 응대 모습 등이 '성 상품화 논란'에 휩쓸리기도 했다. 물론 코믹한 의도로 연출된 장면이기는 했지만, 작가와 제작진의 시대 감수성이 전반적으로 올드하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최근 들어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함께 하는 연애, 결혼과 출산같은 전통적인 가족관계의 범주 안에서 나오는 행복도 물론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행복 기준과 방식의 정답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만들어가기보다는, '짝짓기'에 의존한 획일화된 모범답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다다>는 80-90년대식 가족드라마의 해피엔딩 공식을 답습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