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모나리자를 뚱뚱하게 그린 화가... 그의 그림이 말하는 것

by오마이뉴스

[리뷰] 영화 <보테로> 페르난도 보테로의 풍만한 세계를 만나다

오마이뉴스

▲ 포스터 ⓒ 마노엔터테인먼트

전 세계 주요 도시 20여 곳에서 전시회를 펼친 건 물론 살아있는 예술가 최초로 프랑스 정부에서 전시를 위해 공간을 제시한 살아있는 전설인 페르난도 보테로는 '남미의 피카소'로 불릴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예술가다.


현대 미술의 살아있는 거장으로 불리는 그는 전 세계 주요 지역 6곳에 작업실을 두고, 400여 개국에서 100회 이상의 대규모 전시를 진행한 콜롬비아의 국민 영웅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참으로 특이하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림이 뚱뚱하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마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처럼 풍만한 육체를 지니고 있다.


이 스타일은 논란 속에서도 세련되고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다큐멘터리 <보테로>는 그의 작품과 인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담는다. 주 화자는 주인공인 보테로와 그의 자식들, 그의 예술을 사랑하고 싫어하는 이들이다.


콜롬비아의 가난한 시골 소년이었던 보테로는 남미 특유의 다채롭고 입체적인 그림을 통해 주목을 받게 된다. 처음 그림을 팔고 돈을 번 그는 그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바로 유럽을 향한다. 그곳에서 르네상스 미술을 접한 보테로는 화폭에 입체적으로 담아낸 인간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는 인간을 표현하는 방법과 고국의 스타일을 유럽에 보여주면서 자신만의 고유성을 찾는 걸 고민했다.

오마이뉴스

▲ 스틸컷 ⓒ 마노엔터테인먼트

그는 인물을 풍만하게 그리며 인기를 얻었다. 이는 남미 특유의 리얼리즘과 다채로운 색감에 따뜻한 느낌을 부여하며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벨라스케스, 루벤스, 고야, 다빈치 등 미술계 거장들의 명화를 자신의 스타일로 재탄생 시키며 주목받았다.


특히 <모나리자>는 풍만한 모나리자를 등장시키며 세련되면서도 유머러스한 그만의 장점을 보여줬다. 그의 풍만함은 단순 인물의 표현이 아닌 색감과 느낌이 풍성함을 보여준다.


보테로의 등장은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기도 했다. 현대미술은 개성과 인상을 중시했고 보테로의 그림은 이런 흐름을 만들어낸 위력을 지녔다. 그림으로 높은 평가를 받던 보테로는 갑자기 조각에 도전한다. 지금이 아니라면 할 수 없을 것이라 여긴 그는 남미로 돌아가 약 1년을 조각 기술을 배우는 데 몰두한다. 미술을 사랑하는 그는 작업이 지닌 행복 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다져가며 조각가로도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

오마이뉴스

▲ 스틸컷 ⓒ 마노엔터테인먼트

작품은 세 가지 측면에서 보테로의 작품과 인생을 조명한다. 첫 번째는 도전정신이다. 보테로는 처음 그림을 판 돈만 들고 유럽을 향했다. 남미 출신의 새내기 화가는 오직 공부를 위해 과감하게 대륙을 건넜다. 그의 도전정신은 유럽에서 안주하지 않았다. 전 세계의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예술이 모이는 미국을 향했고, 그곳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대미술계에서 입지를 다진 그는 다시 조각에 도전한다.


이런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은 그의 스타일을 단순히 '사물이나 사람을 뚱뚱하게 그린다'가 아닌 색감과 양감을 중시한 따뜻함을 담은 풍만함으로 느끼게끔 만든다. 쉬지 않는 노력이 작품에 깊이를 더한 것이다. 특히 이라크 전쟁 포로에 큰 충격을 받고 그린 연작 그림은 풍만한 그림체에 우울하고 두려운 느낌을 담아내며 사회적인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이는 의미 있는 도전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다. 보테로의 가난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에서 비롯됐다. 한참 사랑을 받고 자랄 나이에 그러지 못한 그는 자식들에게 자신이 못 받은 사랑을 주고자 한다. 실제로 그의 딸과 아들들은 예술계에서 일하며 보테로를 돕고 있다. 그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아들의 죽음이다. 콜롬비아로 돌아와 조각가로 변신을 준비하던 그는 트럭 사고로 눈앞에서 아들을 잃고 만다.


보테로는 이 슬픔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그는 죽은 아들의 그림을 연작으로 그린다. 특유의 스타일로 그린 아들은 아버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따뜻함이 담겨 있다. 특히 아들 옆에 장난감 집을 그리고 그 안에 상복을 입은 자신과 부인을 그려넣은 그림은 아들의 영혼을 기리는 의미를 담아냈다. 이런 가족을 향한 보테로의 사랑은 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느낌의 원천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오마이뉴스

▲ 스틸컷 ⓒ 마노엔터테인먼트

세 번째는 예술이 지닌 평가의 자유다. 작품은 예술가를 종교처럼 신봉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통해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항상 찬반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전제한다. 보테로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예술가지만 그의 풍만한 캐릭터는 마치 애니메이션 같다며 비판을 받을 때가 있다. 위대한 미술이라기엔 너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게 이유다. 작품에는 그의 미술을 비판하는 전문가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비판이 당연하다 말하는 전문가의 목소리도 담긴다.


이 전문가는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칭송하는 예술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주관의 영역인 예술에 반대가 없다면 종교처럼 신성시 된다는 소리기 때문이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해석과 가치를 중시한 현대미술의 사조를 벗어난다. 여느 천재처럼 보테로도 미국에서 열린 첫 전시회 때 스타일을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스타일을 바꾸지 않은 그는 대성공을 거뒀다. 비판은 예술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보테로>는 한 위대한 예술가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통해 가슴 따뜻한 인생사와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을 말한다. 한 개인의 업적보다는 현대미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표현한 이 작품은 보테르가 추구한 길을 그대로 따르는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2009년 첫 전시회를 통해 약 22만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의 작품세계와 인생 이야기는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 힘을 선사한다.


김준모 기자(rlqpsfkx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