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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불륜한 남편 제거하려는 아내... 호쾌한 B급 웃음 폭탄

by오마이뉴스

[리뷰]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저 세상 텐션 코미디

오마이뉴스

▲ 영화 포스터 ⓒ (주)더콘텐츠온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신정원 장르'라고 불리는 영화가 있다. < 시실리 2km >, <차우>, <점쟁이들>로 일찌감치 독특한 장르성을 인정 받은 신정원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이야기다. 제목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누구도 죽음의 위험에 처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 특유의 B급 코믹 정서와 스릴러가 가미된 이번 작품은 신정원 월드를 넓혀 우주로 향했다.

신혼의 단꿈도 잠시, 남편이 외계인?!

최근 남편 만길(김성오)의 행적이 수상한 소희(이정현)은 고민 끝에 흥신소를 찾는다. 불륜을 의심하는 소희를 위해 흥신소의 닥터 장(양동근)은 만길의 행적을 쫓고 하루 21시간을 쉬지 않고 활동하는 남편의 정체를 밝히기에 이른다. 그 기괴한 일은 마장동 주유소 앞에서였다. 주의에 아무도 없음을 살피고 기름을 마시는 만길은 사실 언브레이커블. 소희는 닥터 장이 운영하는 미스터리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남편 제거에 동의한다.


드디어 결전의 그날. 소희와 고교 동창생인 세라(서영희)와 닥터 장의 시뮬레이션이 한창일 즈음. 뜻밖에 양선(이미도)까지 합류하게 되며 소동이 벌어지고, 만길을 죽이려던 일이 꼬여버려 정부 요원까지 합세하는 일생일대 전대미문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유난히 짧은 서울의 밤, 소희, 세라, 양선은 엉망진창인 하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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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틸컷 ⓒ (주)더콘텐츠온

이 영화는 신정원 감독의 영화를 한 편 이상 본 관객들을 대상으로 해도 될 만큼 마이너한 감성을 갖는다. 흔히 '쌈마이'라고 말할만한 어설프고 황당한 설정이 주를 이룬다. 신정원 감독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여성 서사를 가미해 시대감을 더했다. 장항준 감독의 10년 전 원작 시나리오를 신정원 감독이 덧칠했다. 두 사람이 만났으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감각이 영화의 큰 인장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이정현, 서영희, 이미도가 이끄는 고교 동창생은 여성 셋이 이끌어 가는 서사 구조로 주체적인 젠더 이슈를 전한다. 여성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던 가부장적 틀을 비틀어, 죽지 않는 언브레이커블과 대결에 맞붙인다. 멋진 남성(?)의 모습을 한 언브레이커블과 맞서 여고 동창생 3인방은 어딘지 삐걱거리지만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영화의 가장 큰 설정은 바로 죽지 않는 인간, 언브레이커블이다. 이들은 식량이 고갈된 외계의 행성에서 유입돼 인간의 모습을 하고 태연하게 인간인 척 살아가는 변종 DNA를 갖고 있다. 기름을 주된 식량으로 하고 은박지를 간식으로 먹는다. 우성 인자만을 골라 진화하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 완벽한 외모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종족을 퍼트리기 위해 여성을 유혹해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고 지구 멸망을 꾀하려는 존재들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언브레이커블의 리더'를 맡은 김성오의 태연한 연기가 수준급이다. 주연 배우의 서브 역할을 자주 맡아 웃음 코드에 익숙한 관객에게 이번 영화에서만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존재가 되어 진지한 능청스러움을 뽐낸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하드캐리는 따로 있다. 바로 외계인을 연구 해온 미스터리 연구소의 '닥터 장' 양동근이다. 겉으로는 흥신소를 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언브레이커블을 쫓은 숨은 고수를 맡아 열연했다.

저세상 텐션, 극복할 수 있는자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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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틸컷 ⓒ (주)더콘텐츠온

그의 사무실에는 무슨 연관성인지 모를 줄넘기 자격증과 스포츠 마사지 자격증기 걸려 있고, 블란서에서 공부하고 온 유학파임을 강조하기에 여념 없다. 예술적 감각을 지닌 잘나가는 포토그래퍼로 불륜 현장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찍어내는 프로정신을 탑재했다. 그는 영화에서 웃음의 대부분을 맡고 있다.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초등학교 어디 나왔어요" 외치는 타이밍은 그의 얼굴만 봐도 터지는 무장해제다.


특유의 B급 웃음 폭탄이 호불호가 갈릴만한 취향성이 크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한국 영화계는 다양한 취향과 스타일이 존중되어야 한다. 최근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으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커졌다. 이미 신정원 감독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확실한 장르성을 무기로 자신만의 길을 가던 사람이다. 이상하기 때문에 새롭고 낯설지만 싫지 않은 이야기다. 재조명되고 있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나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도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졌다.


신정원 감독은 우직한 뚝심으로 코미디, 스릴러, SF, 미스터리의 혼합 장르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성의 자유를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몇 안 되는 감독이다. 점점 산으로 가는 이야기와 급하게 마무리 되는 결말에 놀라지 마시라. 이게 바로 '신정원 월드'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저히 말도 안 되는 상황도 눈감아 줄 수 있는 팬심 가득, 저세상 텐션의 B급 감성 장착한 관객에게 철저히 사랑받을 영화다.


장혜령 기자(doona9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