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여행 ]

파리에선 불가능한 당일치기 등산, 그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by오마이뉴스

[사진작가 호맹의 한국 풍경 촬영기] 관악산 문원폭포


파리 근교 출신이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 프랑스인 사진작가 호맹(Romain)이 한국 풍경 촬영기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풍경 사진은 물론, 이에 담긴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파리 근교 일드프랑스에서 나고 자랐지만 전체 일생의 3분의 1 이상을 서울에서 보내고 있는 나는 멋진 자연 풍경을 렌즈에 담아내는 것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사진작가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인테리어나 제품 사진을 찍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동시에 높은 산이나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일출과 일몰이 자연이나 도시와 함께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포착하기도 한다. 나는 이 일을 10년 넘게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해 오고 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이 나라와 도시 자체도 낯설었지만, 개인적으론 사진작가로서의 활동을 이제 막 시작하던 중이었다. 모든 풍경이 새로웠으며 빨리 이 멋진 자연 풍광, 그리고 일출과 일몰을 아름답게 찍어야겠다는 욕심이 넘쳤다. 풍경 촬영 전에는 높은 건물의 옥상이나 산, 대교 등에 올라가 보는 답사가 꼭 필요하다.


열정이 넘치던 나는 어떻게든 빨리 어떤 사진사도 가보지 못했을 법한 뷰 포인트를 찾고, 비슷한 풍경을 찍더라도 누구보다도 새로운 시각으로 이를 보여주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정말 여기저기 올라다녔다. 특히 서울 시내 및 근교에 위치한 산은 물론 봉까지 전망이 좋아 보이는 곳은 꼭 올라야만 했다.


한국은 도시 근처에 작은 산이 많아 매력적이다. 가끔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알프스 산맥의 스키 슬로프, 2주간의 피레네 산맥 하이킹과 호텔에서의 꿀맛 같았던 식사를 생각하면 유럽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특히 서울의 비교적 낮은 산은 큰 부담없이 오를 수 있어 좋은 데다,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고, 산 입구까지도 지하철만으로 아주 편하게 닿을 수 있으니 등산을 좋아하는 사진작가로서는 정말 행운이다.


파리를 기준으로 당일치기 몇 시간 만에 등산을 다녀온다는 건 거의 불가능이다. 물론 차로 네 시간 정도 이동하면 천 미터도 채 안 되는 산에 닿을 수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등산을 즐기려면 이미 몇 달 전부터 기차표는 물론 차 렌트, 숙소 등등 모두를 큰돈 들여 예약해놔야 한다!

오마이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이렇게 한국의 풍경을 찍다 보니 해볼 만큼 해봐서일까, 아니면 반복되는 작업에 좀 지쳐서일까? 불현듯 이제 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올해 들어 풍경사진을 찍는 관점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진은 풍경만을 보여주는 과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찾는 작업임을 오랜 기간에 걸쳐 깨닫기도 한 터다. 남들보다 좋은, 남들과 다른 풍경을 담아내겠다는 욕심에서 급하게 뛰어다닌 모든 발걸음에는 나의 불안함이 스며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이 엄청 신나긴 했지만!


올해부터 나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 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촬영의 모든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또 배우고자 하고 있다. 정상에서 최종적으로 찍게 될 사진의 프레임에만 나를 가두지 않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에 가능성을 열어두며 좀 더 천천히, 더 풍부하게 즐겨보고자 하는 것이다.


현명하며, 인내심 있고, 결과만큼 작업 과정에도 충실한 사진작가가 되기! 이를 목표로 나의 촬영 여정을 당신과 함께 나누며 나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이고자 한다. 처음 소개하고자 하는 풍경은 지난 8월, 정말이지 싱그러웠던 여름날 찾았던 관악산 문원폭포다.


거칠지만 우아한, 문원폭포의 다채로운 얼굴


나는 매년 여름 산을 이곳저곳 찾아 폭포 촬영을 한다. 생각보다 폭포 물이 말라 있어 좋은 촬영이 되지 못했던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올여름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왔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가까이서 접한 홍수는 2011년 우면산 산사태뿐이었는데, 올해에도 크고 작은 비 피해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비가 살짝 잦아들었을 때 문원폭포를 찾았다. 자연이란 '연악한 괴물'이 태연히 거센 물줄기를 콸콸 내뿜는 동안, 계곡은 물길 따라 찰랑찰랑 흐르고 있었다.


관악산에 위치한 문원폭포는 지하철 과천정부청사역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시작되는 등산 코스를 따라 20분 정도만 더 가면 만날 수 있다. 사실 등산로는 두 개가 있는데 그중 더 낮은 1등산로를 선택한다면 편안한 하이킹을 즐길 수 있긴 하나 사진 찍는 사람 입장에서 특별히 매력적이진 않다. 대신 좀 더 높은 2등산로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준다, 그야말로 장엄하다!

오마이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전에도 이 폭포에 와 본 적이 꽤 있다. 나름 자주 왔던 이유는, 폭포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주변 환경이 아주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폭포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꼭대기의 모습은 전형적인 중간 사이즈의 폭포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아래로 눈을 살짝 돌려보자. 폭포가 바위의 등을 타고 지그재그 춤추며 일련의 곡선을 만들어가는 이 모습은 특히 우아하다.


폭포 자체가 온전히 포효하는 에너지와 이런 우아함을 동시에 목격하다 보면 그야말로 자연의 기적적인 '수완' 같다. 물줄기가 수많은 표면에 부딪치며 어마어마하게 큰 소리를 내뿜는 순간, 이 곡선은 올여름 그 화나 있던 '장맛비 괴물'보다는 왈츠를 추는 발레리나의 모습에 가깝다.

오마이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나는 한국의 폭포를 떠올리며 막연히 높고, 물줄기가 곧고 세차게 퍼부어지는 절벽과 깊고 푸르른 웅덩이만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 폭포의 극히 일부였다!


대부분의 폭포는 숲속에 숨어 있으며, 대부분 아주 높지도 않고, 물줄기는 직선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대신 경사진 바윗면이 적당한 각도를 만들어냄으로써 폭포 물이 곧바로 떨어지지 않고 좀 더 부드럽게 흐르게끔 한다. 이는 마치 거친 바윗면이 이를 타고 흐르는 물과 함께 만들어낸 혈관 같기도 하다.

오마이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거센 물줄기와 단단한 바위가 만들어내는 풍경만이 전부가 아니다. 폭포 주변을 에워싸고있는 식물은 또 다른 감상 포인트다.

오마이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식물만 있는 건 아니다. 올여름 한국에 쏟아진 어마어마한 양의 비로, 이곳저곳에서 피어나는 버섯을 아주 많이 볼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폭포 촬영에서 나는 꽤 직선적으로, 있는 그대로를 보기 쉽게 담아봤다. 하지만 마지막 사진에서는 살짝 예술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흑백사진 촬영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사진을 통해 좀 더 다른 미학을 추구해보고, 나의 스타일을 좀 더 넓혀보고자 했다.


흑백 사진을 통해 연출할 특별한 질감, 그림자 등 친근한 아이템을 찾아 헤맸고 그 결과가 사진 속의 바위다. 깊이 패인 물줄기가 아무리 바위를 때려부수려 한들, 지금도 아주 굳건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바위는 오랜 기간 이 곳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장마가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계곡물을 반으로 가르며. '회복력(resilience)'에 대한 시를 읊으며.


*문원폭포에 방문하고 싶다면 등산로 영상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원고 번역 및 편집 : 김혜민


호맹 기자(romainjohnphoto@naver.com)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사진작가 호맹의 홈페이지 호맹포토(http://www.romainphoto.com)의 Blog에 문원폭포는 물론, 다양한 풍경사진 촬영기가 영어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romainphoto_outside)에는 하이킹 사진 외에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주세요!


▶오마이뉴스에서는 누구나 기자 [시민기자 가입하기]

▶세상을 바꾸는 힘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