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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공황장애·약물치료' 걸그룹 출신 고백에 백지영·송은이 경악

by오마이뉴스

[TV 리뷰] MBN <미쓰백>, 가요계 병폐 등 지적에 시청자도 분노

오마이뉴스

▲ MBN '미쓰백' ⓒ MBN

걸그룹 출신 8인의 인생곡을 만들어주기 위해 백지영이 나섰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MBN <미쓰백>은 기존 아이돌 소재 예능과는 출발이 조금 달랐다. 여타 프로그램들이 연습생들의 경쟁 및 프로젝트팀 선발 혹은 기존 활동 그룹들의 끼와 재능을 뽐냈다면 <미쓰백>은 대중들의 인기와 관심에서 한발 멀어진 걸그룹 출신 가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마련해주겠다는 의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당초 프로그램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땐 지난 2017년 KBS의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 더 유닛> 부류의 예능이겠거니 생각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선입견은 첫 회 시작과 동시에 사라졌다. 단순히 뜨지 못한 아이돌 이야기를 넘어 가요계의 병폐를 고스란히 담았고,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잊혀진 걸그룹 출신 8인에게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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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방영된 MBN '미쓰백'의 한 장면 ⓒ MBN

티아라, 애프터스쿨, 크레용팝, 나인뮤지스, 달샤벳 등 어느 정도의 인지도 있는 팀 출신부터 와썹, 데뷔 3개월만에 해체된 디아크처럼 일반 시청자들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그룹을 총망라해 8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 친분이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활동 시기가 다르고 팀 탈퇴 혹은 해체 등의 이유로 인해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출연자들도 상당수였다.


8일 방영된 <미쓰백> 1회에선 전 출연진과 이들을 돕기 위한 멘토 3인방(백지영+송은이+윤일상)이 한자리에 모여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세라(전 나인뮤지스), 소율(전 크레용팝), 가영(전 스텔라) 3인의 일상을 담은 VCR을 소개하며 걸그룹 활동 당시의 고충과 근황을 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팀 탈퇴 후 1인 기획사를 차리고 싱어송라이터 및 유튜버로 활동 중인 세라의 현 상황은 충격적이었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고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등 안쓰러운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대표 멘토 백지영은 잠시 영상 재생을 중단시키고 "방송 안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되면 제작진에게 얘기 해"라고 당사자에게 의사를 물어본다.


세라는 "공황장애 앓고 있는 분들이 저를 보고 나았으면 좋겠거든요"라고 대답한다. 자비로 준비했던 공연과 음반 제작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알아보기도 하지만 변변한 고정 수입도 없다 보니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노골적 19금 콘셉트 강요 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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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방영된 MBN '미쓰백'의 한 장면 ⓒ MBN

이어 소개된 가영의 이야기는 방송을 보는 내내 분노를 치밀게 할 정도였다. 청순 발랄 분위기로 데뷔했지만 반응이 없자 파격적인 노출로 팀의 방향이 선회했고 활동이 지속될수록 더욱 노골적인 19금 콘셉트를 강요받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특히 모두가 입기를 거부한 수위 높은 수영복 착용 사진을 테스트 촬영이라고 찍은 후 그대로 사용했다는 대목에선 백지영, 송은이도 경악했다.


"내가 조금 인생의 선배고 언니고 어른인데 어른 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 때문에 (가영이의) 빛나야 할 젊은 시절이 잊고 싶은 시간이 되었다는 게 너무나 미안했다." (송은이)


결국 7년 계약 끝나자마자 가영은 그룹을 탈퇴했다. 활동 기간 동안 고작 1천만 원 밖에 벌지 못했다는 말을 들은 백지영은 "돈도 안 줬어?"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펑펑 흘리고 만다.


걸그룹 시절의 아픈 기억은 지금의 가영에게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성희롱 게시물이 올라오는가 하면 만남을 요구하는 DM이 끊이지 않는다. 한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또 본인 때문에 부모님이 상처받은 것에 대한 미안함 역시 큰 아픔으로 자리하고 있다.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인생곡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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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방영된 MBN '미쓰백'의 한 장면 ⓒ MBN

당초 흔하디흔한 예능 중 하나겠거니 생각하고 방송을 지켜봤던 이들에게 <미쓰백> 첫회는 시사고발 프로그램 이상의 큰 충격을 줬다. 마냥 화려할 줄 알았던 걸그룹 세계의 이면에는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당혹러운 일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앞선 송은이의 말처럼 어른 된 입장에서 미안한 마음이 절로 생겨날 정도였다.


방송 초반 사전 미팅 과정에서 백지영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비록 3·4·5·6년을 쉴지언정 인생곡이 하나 있으면 나는 평생 가수일 수 있는 거지."


애초 <미쓰백>의 취지는 가수에 대한 간절함이 있지만 지금은 잊힌 걸그룹을 찾아 그들에게 인생곡을 마련해주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첫 방송 이후 여기에 한가지 목적이 더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상처받은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노래"를 선물해주는 것. 이번 방송을 계기로 그들에게 일시적인 동정이나 안쓰러운 감정이 아닌 격려와 응원의 기회가 되길 희망해본다.


김상화 기자(jazzkid@naver.com)